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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두 얼굴의 증권사’ 고위험 상품 팔며 자산은 은행 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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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투자 독려하며 수천억원씩 예금 예치
다수의 증권사들 정기예금 전년比 2배 늘려


파이낸셜뉴스

다수의 증권사들이 보유자산을 은행에 맡기는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겐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오히려 자신들은 안전자산인 예금에 최대 수천억원씩 예치하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삼성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정기예금 규모를 전년 대비 평균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에 안주

증권사들의 은행예금은 보통예금, 당좌예금, 정기예금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보통예금은 지점에 영업자금용의 자금을 수시로 입금하거나 송금받는 형태로 이용하는 예금이고, 당좌예금은 당좌수표 발행 목적으로 이용하는 예금이다.

정기예금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에 설정된 수익률과 비슷한 수준의 이율을 보장받기 위해 들어놓는 예금으로 증권사들이 이 같은 정기예금을 늘리며 안정성만 추구했다는 지적이다.

전년의 12개월치 정기예금 규모와 지난해 9개월치 규모를 비교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수치가 더 늘어난 것은 증권사들이 수익률을 위해 전략적인 투자를 하기보다 안주하려는 자세를 취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수천억원씩 정기예금 들어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2845억원에서 3707억원으로 30.26% 늘어났고 신한금융투자의 정기예금도 전년도 11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현대증권도 지난해 정기예금 규모가 2570억원으로 전년도 1400억원 대비 83.57% 증가했다.

이외에도 삼성증권 정기예금도 300억원에서 719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한 데 이어 하나대투증권의 정기예금도 185억원에서 240억원으로 30% 가까이 증가했다. NH농협증권 또한 91억원에서 117억원으로 28% 이상 늘어났고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40억원에서 41억원으로 3%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략적 투자로 활용해야"

기본적으로 증권사들이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속성을 지닌 만큼, 정작 예금 비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많이 판매한 경우, 정기예금의 비율을 높여서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자 할 경우에는 정기예금의 비율을 낮추고 부동산이나 외환 등 이율이 더 높을 수 있는 것들의 비중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고객의 비중이 늘어난 만큼 당연한 현상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일각에선 예금에 묶어둔 돈들을 대체투자 또는 부동산, 유가증권 등 전략적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이율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업무라는 것이 원래 리스크 테이킹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라 고객에게도 위험을 감수하라고 한다"며 "그런데도 정작 본인들은 안전자산인 예금에 수천억원씩 예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 돈들은 대체투자 등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냥 묵혀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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