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좌완 신인 투수 정현우. 키움 히어로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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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가 봄 공기를 가르고, 방망이의 파열음이 봄 하늘을 찢는다. 2025시즌 KBO리그 개막과 함께 고졸 신인들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프로 선배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팀 4선발을 꿰찬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는 26일 기아(KIA) 타이거즈전에 시즌 첫 선발 등판해 5이닝 8피안타 7사사구 4탈삼진 6실점(4자책) 했다. 5회말 투구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더그아웃의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으나 정현우를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 전날까지 치른 3경기에서 키움은 불펜 소모가 크기도 했다. 정현우가 이날 던진 공의 개수는 122개. 고졸 신인이 데뷔전에서 120구 이상 던진 것은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고졸 신인 데뷔 경기 역대 최다 투구 수는 135개였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 김태형은 1991년 4월24일 사직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35개를 던졌다. 정현우가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좌완 정현우는 이날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평균 141㎞)까지 찍혔으나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5이닝 동안 버틴 덕에 프로 첫 등판 무대에서 승리 투수(역대 12번째)가 됐다. 팀의 2025시즌 첫 승이기도 했다. 정현우는 경기 뒤 “점수 차가 크기도 했고 5이닝 이상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한 번 더 맡겨주셔서 마운드에 올랐다”면서 “끝까지 막아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다음 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를 더 적극적으로 던지고 불필요한 볼을 줄이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삼성 라이온즈 신인 좌완 투수 배찬승. 삼성 라이온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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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때부터 주목받았던 좌완 파이어볼러 배찬승(19·삼성 라이온즈)은 23일 키움전에서 데뷔 첫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깔끔하게 지웠다. 특히 야시엘 푸이그를 상대로는 시속 155㎞ 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배찬승은 “떨리지는 않았다. 그냥 내 공을 던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타 구단 단장들은 배찬승을 “물건”이라고까지 칭하면서 “멘탈도 안정돼 있어서 점점 더 괴물이 될 것 같다”고 평하기도 한다.
드래프트 2순위로 뽑힌 정우주(19·한화 이글스) 또한 데뷔전(23일 KT 위즈전)에서 시속 155㎞의 강속구를 꽂아넣었다. 하지만 25일 엘지(LG) 트윈스전에서는 제구력 난조로 어려움을 겪으며 2사사구 1안타를 내주며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직은 경험이 더 필요하다. 한화 또 다른 신인 좌완 투수 권민규(19)는 26일 엘지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했다. 팀이 0-4로 뒤진 8회 등판해 1이닝을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키움 히어로즈 신인 타자 전태현. 키움 히어로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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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타자 중에서는 여동욱(20)과 전태현(19·이상 키움)이 눈길을 끈다. 여동욱은 22일 삼성과 개막전 첫 타석(2회)에서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인 선수가 개막전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것은 1998년 조경환(롯데 자이언츠), 2018년 강백호(KT)에 이어 여동욱이 세 번째다. 전태현은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앞선 개막 3경기에서 대수비, 대타 등으로만 나서다가 26일 기아전에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의 불방망이를 선보였다. 현재 타율이 0.857(7타수 6안타),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875에 이른다. 전태현은 고교 시절부터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유격수 중 유일하게 홈런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두려움 없이 맞서는 ‘젊은 피’들의 돌진에 봄 그라운드가 달아오르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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