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히트곡 '레몬' 주인공
정식 데뷔 13년 만에 첫 내한공연…22~23일 인스파이어 아레나
J팝 열풍의 화룡점정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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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간판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겐시(米津玄師·Kenshi Yonezu·요네즈 켄시) 덕에 "불닭볶음면"을 천천히 다시 발음해본다. 다섯 음절에 모두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환기된다.
요네즈는 정식 데뷔 13년 만인 22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처음 연 콘서트 '정크(JUNK)'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발음이 마음에 든다고 웃었다. 이 단어를 발음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1만1000명이 이날 자리에서 들은 그의 '불닭볶음면' 발음 덕에 국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이 단어가 등장했다.
음절당 자음과 모음을 각각 하나씩 나열하는 일본어 발음구조상 받침 발음이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받침의 연속인 이 구조가 좋게 들렸던 것인가.
상실과 위로를 노래하는 요네즈의 노래들은 새로운 받침이 돼 낡고 소멸한 우리의 마음 모서리를 새로 채워줬다.
요네즈의 노래는 받침이자, 피뢰침이기도 하다. 이날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요네즈의 노래 중 '포그바운드(fogbound)'라는 곡이 있다.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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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곡엔 "지켜주소서 세인트 엘모 신이시여"라는 가사가 포함돼 있다. '세인트 엘모의 불'은 피뢰침처럼 공중으로 솟아 있는 물체 끝에 나타나는 방전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 삶이 뇌우 속 '세인트 엘모의 불' 같은 현상이 가득할 때, 그의 노래가 피뢰침이 돼 벼락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한다.
붉은 조명을 T자 모양으로 근사하게 쓴 첫 곡 '레드아웃'으로 시작한 이날 공연 자체가 삶의 위태로운 순간들로부터 벗어나는 행위였다. 내향인이 분명하지만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뜨거워지는 요네즈와 가수들 따라 그의 성향을 닮은 팬들은 기꺼이 이 자리에서 외향적인 에너지를 쓰며 연대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OST '지구본(地球儀)'(Spinning Globe), 애니메이션 '해수의 아이' OST '바다의 유령', TV 애니메이션 '체인소맨' 오프닝 타이틀로 타이업된 '킥 백(KICK BACK)' 등은 애니메이션 영상과 사운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색다른 현장감을 선사했다.
도시 풍경 등 아트팝 같은 생생한 영상 사용은 다른 곡에서도 내내 인상적이었다.
밝은 일본 풍 선율의 '사요나라, 마타 이츠카! - 사요나라(Sayonara, Mata Itsuka!)'는 무용수들이 일본 전통 복장을 입고 나왔고, 종이 가루가 흩날리면서 일본 마츠리(축제)를 떠올리게 했다. '루저(LOSER)' 무대에선 여성 댄서의 행위예술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가 눈에 들어왔다.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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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보컬로이드(VOCALOID·보컬 신서사이저 소프트웨어) 프로듀서 하치(ハチ)로 오리지널 작품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 요네즈는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프로그래밍, 믹싱 등 음악 작업은 물론 영상과 아트워크까지 도맡는 능력으로 공연의 완성도까지 일관성 있게 보장했다.
이번 요네즈의 첫 내한은 그렇게 최근 국내 J-팝 붐의 화룡점정이 됐다. 모던 록, 재즈,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오가는 다양한 음악의 완성도적 측면뿐 아니라 요네즈의 됨됨이도 돋보였다. 자신의 절친인 기타 나카지마 히로시를 비롯 밴드 멤버들과 댄서들은 물론 운송업무를 맡은 운전기사 등 뒤에서 보이지 않게 스테이지를 위해 애써 준 스태프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의 열기에 "뜨겁다" "덥다"라고 자주 반응한 요네즈는 "음악을 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정말 예전부터 계속 한국이 오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오늘에야 올 수 있었어요. 한국에 온 지금 이 시점에 오래 음악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기뻐했다. "한국 분들이 어떤 느낌으로 받아줄지 조금 불안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날"이라고 흡족해했다. 덕분에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가버렸다고 했다. "고마워요. 꼭 다시 올 테니까요 그때도 잘 부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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