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정규 음반…정규 12집 '집중호우 사이"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 - 노래여, 벽을 깨라' 출발
"내 안에서 노래가 나와…'노벨문학상' 밥 딜런에게 자극 받아"
[서울=뉴시스] 정태춘. (사진 =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 측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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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노래와 시는 본래 하나였다. '한국적 저항포크'의 상징이자 '음유 시인'인 싱어송라이터 정태춘(71)이 부창부수로 통하는 아내인 가수 박은옥(68)과 준비 중인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는 그래서 필연적이다.
정태춘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 - 노래여, 벽을 깨라' 간담회에서 "문학을 통해서 텍스트들을 전달받고 또 감동받고 또 문제의식을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예술적으로 다듬어진 말인 문학이 자신에게 줬던 영향,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주위에 많은 존경하는 문학인들이 있어 '난 한국문학의 빚을 졌다'는 말을 사석에서 누누이 해온 그다. 그는 13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음반인 정규 12집 '집중호우 사이'가 중심이 되는 이번 프로젝트로 그 빚의 일부나마 갚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함께 한 문학평론가인 오민석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는 "완성된 이번 음반을 듣고 나서 제가 느낀 점은 한국 문학에 진 빚을 갚는 수준을 넘어서 이 자체로 한국 문학에 더해진 또 하나의 문학적 성취다. 이렇게 자신 있게 판단을 하게 됐다"고 했다.
정태춘, 박은옥의 정규 음반은 2012년 낸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처음이다. 이후 정태춘은 노래 쓰는 걸 멈췄다가 2022년부터 노래를 다시 만들었고 그렇게 30편 이상이 쭈르륵 써졌다.
오 교수는 "이번 음반에 열 곡의 노래 가사, 멜로디는 전부 제각각이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반복되고 일관되게 정경화되는 주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런데 사실 정태춘은 앞서 '더 이상 나의 노래는 없다'고 선언했었다.
[서울=뉴시스] 정태춘, 박은옥. (사진 =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 측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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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대로 끝냈어야 하는데 새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또 여러 사람들을 번거롭게 만드는 일을 이렇게 벌이고 있죠.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제 안에서 노래가 나왔고 그걸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그 생각 하나였습니다."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포크 록 대부 밥 딜런도 그가 노래를 다시 쓰게 만든 계기다.
손녀를 데리고 간 마포도서관에서 1000쪽이 넘는 분량에 딜런의 모든 노래가 담겨진 책을 봤는데 그간 그를 왜곡해 알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이후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헨,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가사도 봤다.
사실 딜런의 방대한 말들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기는 힘들었다. 그는 정태춘과 전혀 다른 세계관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은 작업량 자체만으로도 자극이 됐다.
어쩌면 이번 앨범이 자신들에게 마지막 음반일 수도 있다고 여긴 박은옥은 남편의 노래들에 대해 "역시 이 사람은 참 다른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집중호우 사이'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흠뻑 비를 맞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1954년 경기 평택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정태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매형이 사다 준 기타로 처음 음악을 접했다. 이후 중학교 때 잡은 바이올린 활로 한때 음대 진학을 꿈꿨으나 '얼떨결'에 가수가 됐다.
[서울=뉴시스] 정태춘. (사진 =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 측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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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발표한 데뷔 앨범 '시인의 마을'에 실린 '시인의 마을'과 '촛불'이 크게 히트하면서 단숨에 인기 가수가 됐다. 무엇보다 토속적인 노랫말로 서정성 짙은 한국형 포크를 들려준다는 호평을 들었다. 1979년 MBC 신인가수상과 TBC 방송가요대상 작사 부문 등 상도 휩쓸었다.
두 사람은 함께 소극장 순회공연 '얘기 노래 마당'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사회운동 성격의 순회공연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 등을 벌이면서 '참여하는 노래 운동가'로 활동했다.
특히 정태춘은 음반 사전심의제도 철폐에 크게 기여한 가수다. 1990년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첫 앨범 격인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 1993년 역시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92 장마, 종로에서'는 심의제도에 저항한 상징이다.
결국 정태춘은 '92 장마, 종로에서' 카세트테이프 3000개를 심의 없이 만들어 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다. 하지만 정태춘은 굴하기는커녕 위헌법률 심판제청으로 맞섰다. 이후 대중문화인들이 정태춘에게 힘을 보태고 일반 지지도 이어지면서 1996년에 사전심의 제도가 폐지됐다.
이후 정태춘은 경기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대항하는 '대추리 평화예술' 운동도 펼쳤다. 50대 중반 이후에는 시집을 출간하고, 사진전을 여는 등 다방면으로 예술 활동 보폭을 넓혔다.
정태춘은 "사회 고발적이거나 또는 저항적이거나 또는 저항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한 노래는 도구적인 노래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 도구적인 노래를 쓸 거예요. 그런 노래들이 필요한 시기가 있고 전 이 싸움에서 피할 수 없고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면, 그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겠죠"라고 말했다.
이후 노화하는 과정에서 또 한편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심화 과정들 속에서 노래의 변화가 찾아왔다. "그 과정들 속에서 충실하게 제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래서 제 시대 중 어느 시대가 부끄러운 것 없이 전 제 생각대로 잘 변화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정태춘, 박은옥. (사진 =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 측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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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해온 과정 속에서 젊은 세대와 소통이 가능할까.
박은옥은 흥행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집필한 임상춘 작가를 언급하면서 "왜 드라마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 아울러서 감정을 전해주고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데, 노래는 왜 그게 어려울까 생각해봤다"고 했다.
박은옥은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20대 때 들었던 노래가 그 사람의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30대 이후부터는 살기 바빠서 음악에 시간을 할애하기 힘든 거죠. 음악도 20대부터 60대까지 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잠깐 해 봤습니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 팬클럽에 고등학생이 있기도 하고 대학생이 있기도 합니다. 굉장히 특별한 경우죠 아주 작은 소수의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에게 힘이 돼 주고 응원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장을 지낸 김창남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포크 음악의 핵심은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가에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대중음악의 일반적인 모습을 보면 그 속에 어떤 메시지를 읽어내고 이야기를 공유하기 보단 굉장히 감각적으로 반응하고 감각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는데, 정태춘의 새 음반에 실린 노래들은 그런 식으로 절대로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들었다.
"되풀이해서 들으면서 가사를 끊임없이 읽어가면서 그 머릿속에 그 풍경을 그리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느껴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노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집중호우 사이' 음원은 내달 공개된다. 이후 CD와 LP로도 발매된다. 이 앨범의 가사 열 편은 문학 계간지 '시와경계' 2024년 봄 호에 특집으로 실리기도 했다. 이후 해당 프로젝트의 바통은 콘서트 투어 '나의 시, 나의 노래'가 이어 받는다. 5월17일 부산 시민회관을 시작으로 24일 대구수성아트피아, 6월7일 울산 문화예술회관, 17~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돈다.
또한 정태춘 붓글전 '노래여, 노래여' 책 출간, 정태춘 노래 시집 '집중호우 사이'와 정태춘 붓글집 '노래여, 노래여'도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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