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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언중유향]'일관된 스타일' 일본-이란은 더 멀리 도망가고 한국은 잔디 걱정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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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죽음의 조'도 아니라 평가받았던 홍명보호가 조기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지 못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축구대표팀은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C조 7차전 오만과의 홈경기에서 황희찬(울버햄턴)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실점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15점으로 1위는 유지했지만, 21일 오전(한국시간) 요르단이 팔레스타인을 3-1로 꺾고 3점 차 2위(12점, 골득실 +6)로 붙어 왔다. 3위 이라크(12점, +2)가 라이벌인 5위 쿠웨이트(5점)와 혈전을 벌여 2-2로 비긴 것이 다행이었다.

공교롭게도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겨루는 상대가 요르단이다. 이라크는 팔레스타인과 만난다. 요르단 원정에서 2-0으로 이겼던 한국이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백승호(버밍엄시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중원 공백이 생겼다. 이라크는 팔레스타인과 지난 겨루기에서 1-0으로 이긴 경험이 있다.

요르단에 무조건 승리해야 1위를 사수하는 한국이다. 만약 요르단이 한국을 이길 경우 골득실 차로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이긴다고 가정하면 승점 15점으로 세 팀이 동률이 된다.

이겨야 할 경기를 그것으로 홈에서 놓치면서 한국의 고민은 더 커졌다. 당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없이 본선도 가지 못하면 그게 무슨 팀이냐는 논조의 독일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4.5장의 출전권이 8.5장으로 확대되면서 최소 조 2위를 확보하면 직행, 3-4위를 하면 플레이오프로 본선행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처럼 쉬어가는 경기는 사실상 사라졌다. 한국에 승점 1점이라도 얻고 최대 4위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바뀌면서 경기마다 한국에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최종예선이 쉬울 수도 있지만, 아시아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경기마다 어렵다. 더 많이 준비하고 공부해야 한다. 오늘 경기가 더 가르침, 배움을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라며 여전히 어려움이 큰 경기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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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의 두께가 두꺼워져야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깊은 한국이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바레인을 2-0으로 잡으면서 승점 19점으로 C조 1위 확정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북중미로 향하게 됐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에 신태용 전 감독이 잘 만들어 놓았던 인도네시아와 중동의 복병 바레인에 '황사 머니'로 '축구몽(夢)'을 외치는 중국까지 어지러웠지만, 변함없는 잔패스에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압도적이다.

골키퍼부터 필드플레이어까지 유럽파로 선발을 세운 일본은 2018년부터 지휘한 자국 지도자 모리야스 하지메 체제를 일관되게 유지, 연속성이라는 행운을 얻어 본선행을 확정했다. 남은 3경기도 전승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해외 지도자들이 닦아 놓은 기본 틀에 일본이 원하는 철학을 모리야스가 잘 섞은 결과다.

일본 역시 우리처럼 사나흘 훈련 후 경기에 나서는 똑같은 조건이다. 같은 홈 2연전이라 비교가 불가피하다. 유럽파들의 몸 상태가 제각각이고 소속팀에서의 상황이 차이가 있더라도 이를 관리하는 과학에 문제는 없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 조성했다는 유럽사무소는 선수 관리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이 크게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A조의 이란도 파울루 벤투 감독의 3위 아랍에미리트(UAE, 10점)를 2-0으로 이기고 승점 19점으로 사실상 본선행을 확정했다. 2위 우즈베키스탄(16점)도 사상 첫 본선행을 25일 이란과의 맞대결에서 확정할 수 있다. 지난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 복병 북한까지 쉽지 않은 조에서 압도적인 1위에는 이란 특유의 수비가 튼튼하면서 묵직한 공격 한 방을 즐기는 끈적한 스타일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고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유럽파가 만능은 아니지만, 선수 한 명이 빠진다고 전술 운용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대표팀의 숙제 중 숙제다. 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한국 축구 고유의 축구 철학이 바뀌지만 않았어도 안정감을 유지하며 비단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여러 상황이 도와주지 않고 있다. 원정 경기 잔디가 더 좋을 정도로 인프라는 여전히 후진국에 가깝다.

고양종합운동장 잔디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최대한 밟아 누른 수준이었을 뿐이다. 경기 중 측면 잔디가 올라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태석(포항 스틸러스)이 파여 나온 잔디를 밟고 누르기를 반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강인의 부상 역시 여러 복합적인 사정을 봐야 하지만, 잔디가 아주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던 백승호는 "무게 중심을 실으면 잔디도 뜨고 처음 운동할 때도 너무 딱딱했다.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들어보니 그래도 한국에서는 가장 좋은 경기장이라고 하더라"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이 잔디 걱정을 하며 뛰어야 하는 상황은 점점 유럽파가 많아지는 현실과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축구계가 경기장을 관리하는 주체에 더 설명하면서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당장 대표팀은 22, 23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훈련한다. 그나마 잔디가 좋다고 하는 곳에서 훈련 후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전 리허설을 한다.

일본은 최종 예선이 끝난 뒤 첫 A매치데이인 9월 계획부터 세워 놓고 있다.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48개국 체제에서 조별리그 통과를 하더라도 32강에서 탈락하면 망신인 월드컵에서 8강 진출 이상을 꿈꾸는 일본과 아직 어떤 꿈도 꾸기 어려운 한국과 많이 비교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이 23위인 것에 비해 일본이 15위, 이란이 18위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26위인 호주에 따라 잡히지 않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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