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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김하성 1억 달러 꿈 무산… 하지만 왜 탬파베이와 손을 잡았나, 양쪽 모두 속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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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12월 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시장에 남아 있는 자유계약선수(FA)들의 예상 행선지를 분석하는 특집 칼럼에서 김하성을 의외의 팀과 연계시켰다. 바로 탬파베이 레이스였다. 그간 김하성 영입 루머가 돌았던 팀들이 아닌, 탬파베이가 지목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만약 김하성이 단기 계약에 나선다면 탬파베이에 잘 어울리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리그에서 자금력이 약한 구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팀 연봉이 1억 달러도 채 안 된다. 2023년 팀 연봉은 7900만 달러, 2024년 팀 연봉은 9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리그에서 팀 연봉이 가장 적은 팀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FA 선수에 많은 돈을 쏟아 붓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깨 수술 여파로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김하성이 단년 계약을 하고 FA 재수를 선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탬파베이도 해볼 만한 게임이었다.

탬파베이는 완더 프랑코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가 있었다. 이 특급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에 탬파베이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은 11년 총액 1억8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사생활 문제로 앞으로 현역으로 계속 뛸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고, 이에 유격수 문제에 시달렸다. 육성의 대가라는 평가답게 마이너리그에 좋은 유망주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 메이저리그 레벨로 올라올 때까지는 1~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였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필요했고, 유격수는 물론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하성은 최고의 적임자였다. 가격만 맞는다면 그랬다.

그리고 그 가격이 맞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김하성과 탬파베이가 2년 총액 2900만 달러(약 419억 원)에 계약했다고 30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더디게 가는 것 같았던 김하성 시장이 탬파베이라는 의외의 이름이 등장하며 의외로 빨리 풀린 것이다.

계약 내용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일단 김하성은 2025년 1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2025년 시즌이 끝난 뒤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시장에서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 선수들이 FA 재수를 기약하며 자주 쓰는 방법인데 김하성의 에이전시인 스캇 보라스는 이번에도 옵트아웃을 무기로 썼다. 만약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2026년 연봉은 1600만 달러로 확정된다. 1년 더 안전판을 만들어 둔 것이다.

일단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면서 2년 동안 FA 시장에 다시 나갈 타이밍을 노려볼 수 있는 계약이다. 2025년 성적이 좋다면 바로 시장에 나가 장기 계약을 노려봐도 되고, 2025년 성적이 좋지 않아도 2026년 넉넉한 연봉을 받으면서 시즌 뒤 한 번 더 FA 시장을 살펴볼 수 있다. 김하성은 올해 325타석 이상을 소화할 경우 200만 달러의 인센티브도 추가로 받는다.

사실 아쉬운 FA 계약이라는 평가도 많다. 2021년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을 한 김하성은 2022년부터 팀의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하며 메이저리그에 걸맞은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2023년에는 공격 생산력이 리그 평균 이상으로 뛰어 오름은 물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이맘때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전망이 나온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김하성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2022년 3.6, 2023년 4.2였고 이 정도 WAR을 기록한 선수들의 FA 계약은 대부분 총액 1억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 김하성은 FA 대박의 꿈에 부풀었다.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4년 공격 성적이 2023년보다 좋지 않았고, 여기에 시즌 막판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FA 시장 전략이 완전히 꼬였다. 김하성은 지난해 8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귀루하다 오른 어깨를 다쳤다. 당초 염증 수준으로 가벼이 여겼지만 통증이 호전되지 않았고, 송구 거리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잔여 시즌 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 일정에도 모두 결장했다. 김하성은 결국 시즌 뒤 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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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깔끔하게 잘 됐지만 재활 일정상 개막 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고 김하성 측도 이를 인정했다. 4월 한 달 정도는 출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4월 말 혹은 5월 복귀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중앙 내야수 자원이 필요한 메이저리그 구단도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김하성의 어깨 상태가 얼마나 잘 호전됐는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부족했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기에 더 애매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김하성 시장이 더디게 흘러간 가운데, 탬파베이가 등장해 판을 바꿨다고 볼 수 있다.

탬파베이는 ‘가성비’ 영입에 탁월한 눈을 보여주는 팀이고, 탬파베이가 적지 않은 금액을 써 김하성을 영입한 것은 그만큼 김하성의 숨은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탬파베이 역사상 야수 FA로는 1999년 그렉 본(4년 3400만 달러) 이후 최대 규모 영입이고, 당장 올해 연봉 1300만 달러는 팀 내 최고 연봉이다. 탬파베이는 현재 팀 내에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김하성(1300만 달러), 브랜든 로우(1050만 달러), 얀디 디아즈(1000만 달러)까지 세 명뿐이다. 김하성의 위상, 그리고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탬파베이도 김하성을 오래 쓸 생각은 없었다. 2년 계약을 제안하고, 옵트아웃을 수용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탬파베이는 1루에 얀디 디아즈, 2루에 브랜든 로우가 있다. 유격수로는 프랑코가 이탈한 이후 타일러 월스가 주로 뛰었다. 그러나 월스는 지난해 84경기에서 타율 0.183, 출루율 0.282, OPS(출루율+장타율) 0.530에 그치면서 공격에서 뚜렷한 약세를 드러냈다. 가뜩이나 지난해 물방망이에 울었던 탬파베이라 유격수라고 해도 최소한의 공격력은 필요하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을 유격수로 두고, 수비가 나쁘지는 않은 월스를 내야 전 포지션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기적으로는 김하성이 징검다리다. 탬파베이의 2024년 최고 유망주 랭킹 1위는 카슨 윌리엄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선수다. 이 선수의 포지션이 유격수다. 2003년생으로 지난해에는 더블A에서 뛰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2025년에는 트리플A를 찍고 2025년 후반기에 메이저리그 데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에는 개막 로스터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탬파베이는 윌리엄스를 장기적인 주전 유격수로 보고 있다. 김하성이 그 사이의 시간만 메워주면 대박이다.

즉, 김하성과 탬파베이 모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윈윈 계약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김하성은 되도록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가져야 자신의 재기를 증명하고 FA 시장에 나가 마지막 대박을 노려볼 수 있다. 탬파베이는 팀의 장기적 재정 목표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윌리엄스가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때까지 1~2년 동안 유격수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김하성은 딱 그런 선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MLB.com은 김하성에 대해 “총 2900만 달러로 프랜차이즈 역사상 다섯 번째로 큰 자유계약선수 계약이며, 1999년 12월 그렉 본이 탬파베이와 체결한 4년 3400만 달러 계약에 이어 야수로는 가장 큰 금액”이라고 설명하면서 “김하성은 시즌 초반, 아마도 5월에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하성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탬파베이의 주전 유격수로 테일러 월스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8번 유격수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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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MLB.com은 “수술에서 복귀하는 그의 건강과 팔의 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겠지만, 김하성과 계약하는 것은 가치 있는 도박이다. 월스는 엘리트 수비수이지만 통산 타율 0.188의 타자다. 그리고 최고의 유격수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가 예상보다 일찍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김하성의 검증된 다재다능함은 다른 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탬파베이의 상황에 어울리는 선수라 호평했다.

최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호령하던 강호인 탬파베이는 지난해 80승82패(.494)에 그치며 5할 승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2023년 99승을 기록한 팀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팀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봐야 한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는 허리케인에 홈구장이 큰 피해를 봐 이사를 해야 하는 등 여러모로 상황이 어수선하다. 김하성의 영입이 팀 전체에 반등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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