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는 15일 오는 16일 제32대 협회장 선거에 대해 잠정 연기를 발표했다. 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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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사달이 났다. 한국 체육 단체장 선거 초유의 후보 자격 박탈이 강행됐다가 법원의 철퇴에 선거 일정 자체가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거 연기에 따른 대관과 패소에 따른 소송 비용에 금전적으로 산출하기 어려운 종목 이미지 추락까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도대체 누가 져야 할까.
인기 종목에서 문제 종목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한국 배드민턴이다. 이미 회장 선거가 연기된 대한축구협회처럼 자칫 사고 단체로 낙인이 찍힐 형국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5일 "16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제32대 협회장 선거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회장 선거위원회 구성부터 전체 일정이 원점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협회장 선거위는 지난 8일 오재길 위원장 명의로 "선거 관련 규정 제15조(후보자 등록) 규정에 따라 김택규 후보의 후보자 결격 사유를 심사한 바 회장 후보 결격자임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입건되었고, 보조금법 위반으로 협회에 환수금 처분을 받게 하고, 문체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협회 사무 검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보조금법 위반 등 횡령, 배임 혐의로 고발을 당하고 해임을 권고받았다. 그러나 협회는 이에 대해 문체부에 이의 신청을 제기해 의견 다툼의 여지가 있고, 경찰의 수사도 진행 중으로 사법적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현 회장.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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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시 일부 선거위원들은 후보 등록 불허는 무리한 결정이라고 만류했다. 문체부의 해임 건의와 경찰 수사까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후보로 등록해 14일 선거를 치른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협회도 8일 선거위 당시 체육회에 문의해 "후보 등록 불허는 선거위의 역할이 아니다"는 해석을 받았다.
하지만 오 위원장은 "변호사인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결정을 밀어붙였다. 오 위원장 외에 또 다른 변호사인 위원까지 법조계 인사들의 주장에 결국 선거위원들의 표결로 김 회장의 후보 등록 불허가 결정됐다. 김 회장은 후보로 등록하지 못했고, 다음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체육회 실무자는 "이번처럼 회장 후보가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선거위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오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과 A 위원이 정당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협회장 선거 관리 규정 제4조 2항은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초에 결격인 인사들이 선거위에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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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오 위원장은 왜 이런 결정을 강행한 것일까. 특히 오 위원장은 법을 다루는 변호사인데 본인부터 결격이었던 데다 무리한 규정 적용임을 몰랐던 것일까.
선거위가 어떤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조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정황은 지난달 출범 초기부터 포착이 됐다. C 위원은 선거위 1차 회의 전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재선에 나선 김 회장에 대해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의 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이후 물러났다.
이런 가운데 오 위원장은 8일 선거위에서 김 회장에 대한 후보 결격을 밀어붙였다. 협회 관계자는 "오 위원장이 C 위원이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귀띔했다. 중립 위반으로 물의를 빚어 사퇴한 위원의 자료를 재활용하면서 공동 전선임을 자인한 모양새다.
지난달 19일 모 매체와 인터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선거위원의 인터넷 기사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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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1차 선거위 직후부터 정당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협회는 수 차례나 정당인이 아니라는 확인서 제출을 오 위원장에게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정당의 당원으로 확인된 선거위 부위원장은 그나마 당비를 내고 있는 것 같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사퇴서를 제출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오 위원장은 15일 오전까지도 선거위 단톡방에서 선거 강행에 대한 의견을 내고 다른 위원들에게 전화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오후 오 위원장은 부위원장과 함께 해촉됐다. 어떤 목적이 있는지 오 위원장의 배후에 대한 강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 8일 오 위원장은 선거위 당시 문제의 후보 결격 공고에 대해 "변호사인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법원에서 해당 공고가 무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선거위 구성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선거위원 자격부터 무리한 결정까지 패소의 중심에 있는데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입을 다물고 있다. 정당원 확인 등 CBS노컷뉴스는 11일부터 오 위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선거위원들의 당적을 확인한 협회 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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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위원장 등 선거위가 싸지른 오물을 협회가 치우고 있는 꼴이다. 협회는 김 회장이 제기한 소송에 대비해 회장 직무 대행인 김영복 부회장의 지시로 1500만 원을 들여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재판부는 "이번 소송 비용을 협회가 부담한다"고 명령했다. 김 회장 측 소송 비용까지 협회가 일부 부담해야 할 판이다. 이미 예약한 선거 장소도 취소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듯 선거위에 결격이거나 금도를 넘은 위원들은 어떻게 선정이 됐을까. 협회 관계자는 "협회 이사회를 통해 추천을 받아 선거위원들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선거에 나선 각 후보들을 지지하는 이사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선거위원들이 선정된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들을 추천한 협회 이사들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재판부는 "협회장 선거 규정 제20조에는 선거위는 중립적 인사로 7명 이상 11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되 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 외부 위원이 전체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협회 선거위는 중립적인 인사여야 하는 규정에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법원이 "선거위 구성의 하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하자로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적시한 이유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충격의 노 메달 등 침체기에 빠졌다가 여자 단식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라는 스타 탄생으로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2023년 세계선수권 복식 2관왕 서승재(삼성생명) 등 전통의 강세 종목 복식 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물론 안세영의 작심 발언으로 혼란을 겪었지만 대표팀 운영과 개인 후원 등과 관련한 협회의 개선안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종목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선거는 후보 자격을 다시 찾게 된 김 회장과 대구배드민턴협회 최승탁 전 회장,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전경훈 전 회장,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원광대 김동문 교수가 경쟁할 전망이다. 과연 깨끗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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