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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아무리 봐도 조만간 디렉터가 지휘봉을 잡을 것 같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6일(한국시간) "패트릭 클라위버르트가 인도네시아 신임 감독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계약이 완료됐다. 계약 기간은 2+2년이며 발표는 1월 12일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목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고 알렸다. 'Here we go'로 유명한 로마노의 보도인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그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신태용 감독의 후임을 정해뒀던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다. PSSI는 같은 날 "신태용 감독과 성인 대표팀 및 23세 이하(U-23) 대표팀 계약을 종료했음을 알린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PSSI는 "이번 결정은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 평가 과정을 거쳐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위원회가 팀의 성과와 장기적인 목표를 종합해 고려하고 평가한 결과 내려진 것"이라며 "그동안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신태용 감독의 모든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성공과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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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경질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20년 1월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부임했고, 2027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까지 지휘하며 인도네시아 축구의 기초를 다지는 중이었다.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도 여럿 썼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16강까지 올려뒀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C조 3위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본선 진출국을 가리는 단계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엔 월드컵 예선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으며 사우디 상대 첫 승리를 일궈냈다.
하지만 AFF 미쓰비시컵이 발목을 잡았다. B조에서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와 경쟁했던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2패를 기록, 조 3위에 그치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라오스와 3-3 무승부를 거뒀고, 라이벌 베트남에 0-1로 패한 점이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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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도네시아는 다른 국가와 달리 22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새로운 자원을 발굴해 성인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강화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퇴장 악재와 체력 문제를 딛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이 대회 당시에는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도 크게 중요하게 여기는 대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회에서 신태용 감독은 유소년 선수 발굴에 집중하면서 새 얼굴 찾기에 집중하면서 대표팀 발전의 초석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러나 정작 PSSI가 말을 바꿨다. 원래 꾸준히 신태용 감독이 아니라 유럽 출신 감독을 데려오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PSSI였다. 2026 월드컵 본선 진출을 꿈꾸는 에릭 토히르 회장이 더 큰 명성을 지닌 스타 감독을 벤치에 앉히고 싶어 한다는 것.
신태용 감독이 미쓰비시컵 탈락 이후 위기에 몰렸다는 보도도 등장했다. 결국 토히르 회장의 선택은 신태용 감독과 결별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아있지만, 예상보다 일찍 인도네시아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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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히르 회장은 "우리는 선수들이 동의한 전략을 더 잘 실행할 수 있고, 더 잘 의사소통할 수 있고, 대표팀 전체를 위한 더 나은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면서 "실제로 내가 면접을 진행한 후보자 중 한 명은 앞서 이름이 언급된 사람이었다"라며 클라위버르트와 접촉을 인정했다.
또한 토히르 회장은 "2025년 1월 11일에 새 감독이 도착할 것이다. 그다음날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새로운 감독에게 어떤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직접 물어보면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토록 자신감을 드러냈던 이유는 이미 물밑 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클라위버르트는 현역시절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다. 다만 그는 지도자 커리어는 그리 대단치 않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 수석코치로서 루이 반 할 감독을 보좌했으나 직접 지휘봉을 맡은 경험은 퀴라소 대표팀과 튀르키예 아다나 데미스포르 정도밖에 없다.
그마저도 2023년 여름 데미스포르에 부임했다가 약 5개월 만에 팀을 떠났던 클라위버르트다. 그는 악질적인 범죄 전과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1995년 과속 교통사고로 상대 운전자를 죽게 만들었고, 2002년에는 음주운전이 적발되기도 했다. 1997년엔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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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히르 회장은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면서 '역동성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선수들이 동의한 전략을 더 잘 실행할 수 있고, 더 잘 의사소통할 수 있고, 대표팀 전체를 위한 더 나은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독 경력이 많지 않은 클라위버르트가 인도네시아 축구에 얼마나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보 감독이나 다름 없는 클라위버르트는 지도자 커리어 면에서 신태용 감독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5년간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173위에서 125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도박수를 택한 PSSI. 당연히 인도네시아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도네시아 '자바 포스'는 "팬들은 신태용을 경질한 PSSI의 결정에 충격과 실망을 보이고 있다"라며 "대중은 신태용이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라고 전했다.
클라위버르트의 선임은 '이름값'과 '네덜란드 국적'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는 최근 들어 네덜란드계 선수를 귀화시켜왔다. 이런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꾸리기 위해 신태용 감독 대신 네덜란드 레전드인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세트 메뉴가 있었다. 스페인 '마르카'에서는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선임과 동시에 루이스 반 할 감독을 디렉터로 선임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중국 대표팀서 마르첼로 리피와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 체제를 연상시킨다.
여러모로 토히르 회장이 신태용 감독을 대신해서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로 아예 판을 바꾸려고 한 것이다. 과연 이러한 과감한 행보가 월드컵 진출을 꿈꾸는 네덜란드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까. 인도네시아는 올 3월부터 다시 월드컵 3차 예선에 돌입하게 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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