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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오겜2’ 감독 “탑 캐스팅, 문제 없을 줄…불호도 내 책임”[SW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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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오징어게임2'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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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연출과 극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 논란이 불거진 탑(최승현)의 출연과 관련해 솔직하게 답했다.

지난달 26일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되기 전부터 주인공 기훈(이정재)과 프론트맨(이병헌)보다 화제가 된 건 배우 탑(최승현)이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혐의로 2017년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소속 그룹 빅뱅을 탈퇴하고 연예계 은퇴를 시사해 잊히는 듯했지만 ‘화려한 복귀’에 나섰다.

보란 듯 글로벌 히트작의 다음 시즌에 탑승했고, 그가 연기한 건 ‘약쟁이 래퍼’ 타노스다. 작품 공개에 앞서 황동혁 감독은 “철저히 검증했고 본인도 큰 노력과 재능을 보여줬다”며 “이 역할을 맡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그를 두둔했다. 오디션을 통해 뽑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 복귀에 대한 탑의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여론이 불타올랐지만 황 감독은 “작품이 나오면 다시 판단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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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2' 예고 영상.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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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개된 ‘오징어 게임2’에서 탑은 호평보다 혹평을 더 많이 감당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로 꾸준히 활동해 온 것도, 대표작을 남긴 적도 없다. 연기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약쟁이 래퍼’라는 공통점을 빼면 타노스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조차 느낄 수 없었다.

지난 2일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가진 황동혁 감독도 탑을 향한 시청자들의 평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타노스 언급에 앞서 황 감독은 “시즌1에 인기 많던 서브 인물들을 다 죽여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정배 한 명이 남았다”고 머쓱하게 웃으며 “재미를 주고 싶어서 김 대표도 불러왔다. 정배는 시즌1에서 기훈의 옛 모습을 살려줄 수 있는 캐릭터라 시즌2의 메인 인물로 삼았다”고 했다.

시즌1의 외노자 알리, 독거노인 일남 등 소외당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서 등장한 건 성 소수자 현주다. 황 감독은 “성 소수자는 여전히 한국에서 어려운 문제다. 서구보다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표 인물로 트렌스젠더인 현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타노스다. 20∼30대로 이뤄진 MZ집단의 대표로 타노스 캐릭터를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나이가 들고 빚이 쌓여 초대장을 받아든 40대 이상의 참가자들을 생각했다. 젊은 세대가 게임에 참가하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세상이 바뀌었다. 황 감독은 “온라인 도박, 가상화폐 투자를 하고 배달을 하면서 투자하는 친구들도 생겼다. 마약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젊은 층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젊은 그룹을 통해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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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2'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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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으로 인생을 망친 타노스는 탑을 염두에 두고 쓴 캐릭터는 아니었다. 평소 ‘쇼 미 더 머니’ 등의 힙합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는 황 감독은 “그걸 보면 이상한 스웨그를 가진 친구들이 많이 나온다. 젊은 친구들이 워낙 힙합을 좋아하니까 래퍼 캐릭터를 넣고 싶기도 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 출연진 중 마약 이슈로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저 세상 텐션’을 가진 사람들을 섞어서 타노스 캐릭터를 만들었다. 오디션을 봤지만,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힘들던 와중에 탑도 연출부의 캐스팅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황 감독은 “어떤 상황인지 물었더니, ‘그 이후’로 활동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해도 괜찮겠어?’보다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기랑 비슷한, 희화화된 캐릭터를 하겠나 싶었다”고 했다.

캐스팅에 앞서 ‘조사’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여가 지났고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타노스 역에 탑이 낙점됐다. “마약으로 문제가 된 연예인은 70년대부터 있었다. (보통) 4년 정도 출연정지를 하다 풀어줬다고 하더라. 이제 여론의 자율규제에 따라 문제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하지만 여론은 황 감독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다. 황 감독은 “출연을 발표하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까지 용서받지 못한 상태인지 몰랐다”며 “옛날보다 기준이 강해졌구나. 내가 잘 몰랐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본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설정되어있었고, 오디션을 본 누구보다도 ‘광기’가 잘 어울렸기에 그를 선택했다. “내 생각에는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용기를 낸 것이라 생각했다. 첫 리딩 땐 자기랑 너무 흡사해서인지 땀을 비 오듯 흘리더라”면서 “(비판 여론에) 갑자기 이 친구를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극 중 타노스의 연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시즌1에서 미녀와 덕수를 싫어하는 분들이 계셨지만, 한편으론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를 재밌게 봐주시더라. 캐릭터나 톤을 받아들이는 건 문화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시즌2는 무겁다. 희화화된 캐릭터가 불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색하고 과장되고. 계속 보다 보면 어이없다가 피식 웃음만 나는 캐릭터가 적응되는 순간이 온다. 최승현이 발연기를 해서 불호인 것보다 캐릭터 자체에 불호가 크지 않나 생각한다”고 짐작했다. 이어 “이 친구가 우리 작품에 플러스가 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어울릴 것이란 생각만 했다. 무슨 도움이 되겠나. 지금도 도움이 안 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황 감독은 “연기한 배우의 책임이 아니고 내 판단의 책임이다. 나는 그 캐릭터가 그렇게 연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찍을 때도 생각하긴 했었다. 극명한 호불호가 나오는 건 내 극단적인 선택 때문”이라며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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