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혁준 감독이 서울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박준범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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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동남아시아 축구에 새로운 한국인 지도자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라오스 축구대표팀 하혁준(55) 감독이다.
하 감독은 라오스를 이끌고 2024 아세안(ASEAN)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에 출전해 2무2패를 거뒀다. 결과만 보면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가 186위에 불과한 라오스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인도네시아 그리고 필리핀 비겼고, 김상식 감독이 이끈 베트남과 미얀마에 패했다.
베트남은 물론 필리핀도 이번 대회 4강까지 오른 ‘다크호스’였다. 조별리그 통과를 목표로 삼았던 하 감독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우나, 라오스 축구계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라오스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기쁨에 달려와 하 감독과 포옹하기도 했다. 하 감독은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카페에서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자고 하더라”라고 돌아보며 “긴장도 됐고 부담감도 컸다. 나라를 대표하다 보니 프로 구단과는 확실히 달랐다. 대회 끝난 뒤 6㎏이 빠졌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나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쉬운 것이 하나 없었다. 하 감독은 지난해 8월에 라오스 축구대표팀에 부임했다. 미쓰비시컵은 12월 초였던 만큼, 준비 기간이 많지 않았다. 총 훈련 기간도 25일에 불과했다. 체력 훈련을 위한 기간이 3개월가량 필요한데, 하 감독과 라오스 대표팀에는 허가되지 않았다.
하혁준 감독이 서울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박준범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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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혁준(오른쪽) 감독. 사진 | 라오스 축구협회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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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감독은 식단부터 선수들의 성향, 문화까지도 바꿔야 했다. 축구적으로도 마찬가지. 라오스에는 8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리그가 있지만, 이 중에서도 ‘세미프로 구단’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은 3팀에 불과하다.
선수들도 ‘투잡’을 뛴다. 등번호 10번을 달고 뛰는 파타나 폼마텝은 택시 기사가 본업이고, 토니 웬파세웃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한다. 포메이션 이해도가 전혀 없고 헤더 연습을 한 적이 없어 기본부터 가르쳐야 했다. 하 감독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뭐부터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라며 “선수들이 착하고 약팀의 단점이 짧은 시간에 연속 실점하면 멘탈이 무너지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사과도 하고 칭찬도 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또 선수들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고 시행착오를 설명했다.
그 때문인지 국제무대에서 무시당했던 라오스는 최근 A매치 제의도 받았다. 또 선수들을 향한 제안도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하 감독과 라오스를 향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하혁준(가운데) 감독. 사진 | 라오스 축구협회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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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혁준 감독. 사진 | 라오스 축구협회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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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감독은 얼마 쉬지 못하고 오는 16일 다시 라오스로 출국한다. “할 일이 많다. 쉬면 안 되는 나라”라고 웃은 하 감독의 시선은 오는 12월 열리는 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으로 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가능하면 SEA게임 결승 진출을 해보고 싶다. 태국을 이겨보고 싶다. 선수들과 함께하면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하 감독은 인터뷰 말미 “라오스가 인도네시아와 비긴 것을 한 팬이 ‘신태용 감독이 삼류 감독한테 패했다’고 하는 것을 봤다. 나는 아직 삼류인 것 같다. 더 잘해서 유명해지겠다”고 다짐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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