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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더스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추신수 오랜 약속 지킨다, SSG 육성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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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추신수(42)는 2월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린 팀 전지훈련을 앞두고 마지막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그러다 보니 현역 은퇴 후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의 야수가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는 야구 팬들의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추신수는 일단 오랜 기간 자신을 위해 희생한 가족들과 조금의 시간을 더 갖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했다. 그 외에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한국에서는 오직 랜더스 유니폼만 입었다. 랜더스에 애정이 있다. 구단 바깥에서라도 내가 후배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오랜 기간 추신수가 입버릇처럼 해왔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현역 은퇴 후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았던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연금도 최대치로 받는다. 이는 부는 쌓았다. 야구계를 완전히 떠난다고 해도, 혹은 다른 방면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야구’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당장 어떤 식으로 접점을 만들어가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듯했다.

시즌 중반 이 이야기가 다시 나왔을 때 추신수는 당장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추신수는 “내가 확실히 준비가 됐다고 생각할 때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아직 현장 지도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시즌 내내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심신이 지치다보니 휴식이 필요했다. 시즌 뒤 어깨 수술도 받아야 했고, 당분간은 쉬면서 다음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조짐이다. 추신수는 2025년 SSG의 프런트로 일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부 보직이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구단과 계속해서 조율을 하는 단계로 조만간 확정이 될 전망이다. 다만 1군보다는 퓨처스팀(2군) 쪽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구단 또한 육성 부문에서 힘을 보태는 업무를 할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평소 추신수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현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추신수는 부상이 있을 때 강화의 2군 시설로 내려가 재활을 하고 또 재활 경기를 하곤 했다. 그때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고, 이에 사비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곤 했다. 강화 2군 생활을 경험한 추신수는 SSG를 비롯한 KBO리그 구단들의 육성 시스템과 메이저리그의 육성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상당한 연구를 하기도 하고, 또 관계자들과 토론을 하는 것을 즐겼다.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간 선수들과 달리,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육성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다.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다. 이후 매년 단계를 거치면서 2005년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추신수는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 1년에 한 단계씩 모든 단계를 빠짐없이 거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이후 클리블랜드·신시내티·텍사스에서 뛰며 메이저리그에서만 무려 16년을 활약했다. 빅리그 16년 동안 통산 1652경기에 나가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24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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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선진 환경에서 오랜 기간 뛴 선수인 만큼 KBO리그의 육성 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을 법하다. 하드웨어는 당장 보완하기 쉽지 않지만, 메이저리그 선진 경험을 SSG 육성 시스템에 이식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KBO리그에서 4년을 뛰며 1·2군을 모두 경험했기에 무조건적으로 메이저리그식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KBO리그의 현실과 적절히 타협된 아이디어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제 추신수는 KBO리그에 온 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내기 위해 시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고, 이는 리그에 큰 울림을 알렸다. 인천SSG랜더스필드는 추신수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SSG 선수들이 머무는 1루 측 클럽하우스 시설을 메이저리그식으로 대폭 개선했고, 원정 팀 선수들이 머무는 3루 측 클럽하우스도 개선하며 호응을 얻었다.

SSG도 추신수가 구단의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2025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은 추신수가 가지고 있었지만, 야구계에서 계속해서 일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구단 내에 있기를 바랐다. SSG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추신수는 바깥에서 후배들을 돕기 위한 어떤 일을 했겠으나 SSG라는 조직 내에서 활동함에 따라 구단과 자신의 구상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추신수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구단 네트워크를 쌓고, 이런 것들이 구단의 소프트웨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워낙 거물이었던 만큼 그 네트워크를 흡수하는 것은 구단의 큰 힘이다.

업무의 방향만 잡히면 추신수의 스타일상 보수와 보직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은퇴 후 2군 프런트로 합류하는 것 사실 그렇게 사례가 많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지도자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해설위원을 하거나 혹은 예능에서 먼저 얼굴을 비추는 경우도 많다. 한국 야구의 불세출 스타로 불리는 박찬호 이승엽 이대호 등도 해설로 먼저 야구계와 다시 만났다. 추신수의 출발이 조금은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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