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이상수 대표 선발 자격 반납… 후배들 성장 위해 과감하게 양보
“제가 양보해야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한국 남자 탁구 맏형 중 하나인 이상수(34·삼성생명)는 지난 23일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79회 애경케미칼 전국 남녀 종합 선수권 남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팀 후배 조대성(22)과 접전 끝에 세트 점수 3대2로 이겼다. 실업 무대에 데뷔한 지 15년. 그간 종합 선수권 대회 단식에선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마침내 정상에 섰다. 소속팀 삼성생명도 24일 열린 남자 단체전에서 이상수 활약에 힘입어 3년 만에 종합 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대한탁구협회는 이번 종합 선수권 단식 우승자에게 내년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을 준다. 그런데 이상수가 우승 직후 뜻밖의 발언을 했다. “더는 국가대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국가대표 기회를 후배들에게 양보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이상수는 국가대표로 여러 번 국제 무대에 나갔지만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단식은 32강에서 탈락했고 남자 단체전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패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 단식 동메달을 땄지만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절치부심 메달을 노렸지만 전지희와 함께 한 혼합 복식은 8강에서 탈락했고 남자 단체전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해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이번 종합 선수권 우승으로 한 번 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됐지만 그는 욕심을 내려 놓았다. “내가 양보해야 오준성(18)이나 박규현(19) 등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여자 탁구는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따는 성과를 냈지만 남자 대표팀은 그러지 못했다”며 “다음에 열리는 LA 올림픽에서는 남자팀도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탁구계 안팎에선 “선배로서 아름다운 퇴장을 택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은 “이상수 선수 뜻을 팀에서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국가대표를 물려주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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