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로 첫 시리즈 연출 나서
'무빙' 강풀 작가와 감독으로 재회
배우 김희원 감독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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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렇다고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노력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재능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김희원 감독도 마찬가지다. 연기할 때도 연출자의 시선을 지녔던 그는 자신의 새로운 길을 위해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타고난 연출가'라고 소개하고 싶은 김희원 감독이다.
김희원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원작·각본 강풀, 연출 김희원)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시리즈 연출에 나선 그는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8일 8부작 전편 공개된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지난 2023년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무빙' 이후 강풀이 또 한 번 내놓는 시리즈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당시 '무빙'에 출연했던 김희원도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배우가 아니라 연출을 맡으며 많은 이목을 끌었다.
다수를 놀라게 한 그의 연출 도전이었지만 김희원 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연출을 전공했던 그는 "어떻게든 전공을 살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배우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도 내가 연출을 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곤 했다"며 "다만 연기든 연출이든 나 혼자서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까지는 배우만을 시켜주니까 계속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돈을 투자해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명가게' 연출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이는 '무빙'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배우와 작가로 만났던 김희원과 강풀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을 결정한 것. 김 감독은 "작가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명가게'를 기획 중이었다. 이후 많은 연출자를 만났고 결국에는 내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저한테는 연기를 잘해서 결정했다고만 말하죠. 다만 생각했을 때 '무빙' 때 제 모습을 인상 깊게 봐준 것 같아요. 일례로 당시 제 캐릭터 최일환 역만 초능력이 없는 선생님이었어요. 그런 인물이 초능력자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게 정당성이 약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싸울만한 존재감을 부여해 달라고 말했는데 작가님이 설득이 됐다며 대본을 흔쾌히 고쳤어요. 그런 점을 높게 사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우 겸 감독 김희원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연출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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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희로애락의 표현이 크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그 역시 '처음'이라는 도전 앞에서는 초연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조명가게'를 둘러싼 포장지가 겹겹이었다. 자신의 첫 연출은 물론이고 '무빙' 신드롬 이후 두 번째 강풀 유니버스 작품이라는 점, 디즈니+ 기대작이라는 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 등 누군가에게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것들이 김 감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다.
김 감독은 "주저와 부담 우려 등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최종 결정까지 한 달 정도 고민했다"며 "처음부터 이렇게 큰 작품을 해도 되나 싶었다. 사실 단편영화야 내 돈 들여서 하는 거니까 망해도 내 몫이지만 이 작품은 큰돈이 들어가다 보니 망설임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부담이 무색하게 '조명가게'는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공개 이후 글로벌 OTT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TV쇼 월드 와이드 부문에서 톱3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선 공개 이후 2주 동안 1위를 기록 중이며 대만과 홍콩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또한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이뤄냈다. 디즈니+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무빙' 이후 두 번째 최다 시청 기록이다.
"연출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조명가게'가 공개되고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욕만 안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배우 하다가 쓸데없이 영역을 침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불편한 분도 있을 테니까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욕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이 '조명가게'를 높게 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없었다. 액션 등 장르물이 많은데 반면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이 경계, 정신세계, 의지와 의식 등을 다룬다. 사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어려운 소재들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싶으면서도 기존의 이야기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희원 감독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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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드라마로 갖고 오면서 김 감독이 먼저 신경 쓴 건 강풀 작가의 의도였다. 극 중에 등장하는 '어디나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습니까'라는 말에 초점을 맞춰 사후세계와 현실의 배경을 비슷하게 그리고자 한 것. 김 감독은 "다만 일상을 그리되 너무 비슷하면 재미가 없을 수 있으니 일부는 꼬고 학생들을 다 태명을 하는 등 반전 장치도 심어야 했다. 매 장면 리얼과 판타지의 가운데 단계를 생각하며 임했다"고 전했다.
작품 초반 입관 장면만 약 10분간 보여주는 것도 김 감독의 신선한 도전이었다. "원래는 더 길었다"는 김 감독의 말에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을 법할 장면을 정성을 들여 담은 이유가 궁금했다. 김 감독은 "우리 작품이 글로벌 OTT를 통해 공개되는 게 아닌가. 이럴 때 한국의 장례문화를 다 보여주고 싶었다. 악기도 일부러 한국 악기를 지정해 사용했다. 해외 시청자들이 보면서 한국은 장례를 저렇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조명가게'에는 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곳곳에 담겼다. "누군가는 빛을 봤다고 하고 누군가는 어둠을 봤다고 한다"는 극 중 대사처럼 김희원 감독은 빛과 어둠을 장면 곳곳에서 배치하고 강조하며 몰입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빛과 어둠, 음악과 슬로우를 활용해 내부 상황을 보여주는 버스 사고 장면과 4회 병동 롱테이크 신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섬세함이다. 강풀 작가는 김 감독을 두고 '작품이나 캐릭터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조명가게'의 세계관을 김 감독이 먼저 이해하고 풀어내다 보니 한 회를 물 흐르듯이 볼 수 있을 만큼 친절하다.
김 감독의 섬세함은 촬영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매 장면 촬영했고, 때로는 대사를 보고 해석하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서사에 심어두기도 했다. 롱테이크 장면은 세트를 부숴야만 카메라 동선이 나올 수 있어서 몇 달 전부터 그래픽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리는 등 공을 들였다. 덕분에 당시 배우들은 두 시간만 투자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버스 사고 장면에서 등장하는 노래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일상 속 사고 장면을 그리기 위해 '어디에서 들어는 봤지만 처음 듣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음악감독 작업실에서 같이 밤을 새웠다. 그러면서 가사도 함께 썼단다.
배우 겸 감독 김희원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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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로서 촬영장에 선 소회는 어땠을까.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매일 눈치를 봤다"고 고백했다.
"감독은 모든 사람하고 소통을 해야 하는 자리잖아요. 응원도 하고 격려도 해야 모두가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으쌰으쌰하며 잘될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눈치를 볼 때가 많았어요.(웃음) 이외에도 이상과 현실이 다를 때나 매일 나가는 세트장에 대한 안전 여부까지 신경 쓸 것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았죠. 연기와 연출을 굳이 비교하자면 물리적인 힘듦면에서는 연출이 백배 힘들어요. 정말 쉬는 날이 없었거든요."
연신 힘든 작업이었다고 밝힌 만큼 지난한 과정이었을 터다. 그러나 김 감독의 연출 욕심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다음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1부부터 8부까지 모든 장면을 콘티로 만들어 작가님 앞에서 연기를 하며 설득했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해야 현장에서 수월하다. 때문에 다음 작품이 어떤 작품이든 난 똑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종목이 배우냐 감독이냐보다는 김희원이란 사람이 어떤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때문에 연출과 연기 제안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작품이 재밌는 걸 고르겠습니다. 다음은 어떤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명가게'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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