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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개막전 선발 또 교체' 롯데는 왜 리그 1위 투수를 과감히 포기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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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롯데는 내년에도 개막전 선발투수가 바뀐다.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섰던 외국인투수 애런 윌커슨(35)과 재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2020~2021년 댄 스트레일리가 2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 중책을 맡은 이후 롯데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계속 변화가 있었다. 2022년에는 찰리 반즈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섰고 지난 해에는 다시 스트레일리가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았지만 풀시즌을 채우지 못한채 팀을 떠나고 말았다.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았던 윌커슨 역시 롯데와의 인연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윌커슨이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시기는 바로 지난 해 7월이었다. 스트레일리의 대체 선수를 찾던 롯데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활약하던 윌커슨을 영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윌커슨은 13경기에 등판해 79⅔이닝을 던지면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으로 활약했다.

롯데는 당연히 윌커슨과 재계약을 맺었고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라는 중책을 맡겼다. 윌커슨이 남긴 올 시즌 성적은 32경기 196⅔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 특히 196⅔이닝은 리그 1위에 해당할 만큼 뛰어난 이닝 소화 능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윌커슨의 장점은 타자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다는 것. 그가 196⅔이닝을 던지면서 고작 볼넷 27개만 허용한 것만 봐도 그의 투구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비거리 8000m로 날아가는 홈런을 맞는 것이 볼넷을 허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그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윌커슨에 대해 "쓸데없이 볼을 주지 않잖아"라면서 볼넷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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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커슨이 리그 최다 이닝을 소화한 것은 분명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리그를 압도할 수준의 피칭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거의 던지지 않는 투수이다보니 힘과 힘의 대결에서는 밀리는 모습도 꽤 있었다. 또한 내년에는 36세로 30대 후반에 접어든다는 점도 롯데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롯데는 윌커슨과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반즈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하는 한편 새 외국인투수로 좌완 터커 데이비슨을 영입한 롯데는 한층 젊어진 외국인 원투펀치로 내년 시즌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데이비슨은 1996년생으로 윌커슨보다 7살, 반즈보다도 1살이 어리다.

물론 데이비슨 역시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여러 차례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롯데는 데이비슨이 마이너리그에서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췄고 여러 구종을 요령 있게 던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데이비슨은 투구 타점이 높고 디셉션이 좋으며,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완급 조절하며 던질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 롯데의 평가.

롯데 입장에서는 200이닝을 가깝게 던졌던 투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면서 그에 따른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내년에 윌커슨이 남겼던 196⅔이닝을 채울 투수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투수진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

그렇다고 데이비슨이 내년 시즌에 196⅔이닝 이상 던진다고 해서 무조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반즈가 올 시즌 도중 왼쪽 허벅지 안쪽 근육에 부상을 입으면서 6주 넘게 공백기를 가진 점, 박세웅을 제외한 국내 선발투수들의 이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들이 내년에는 나아진다면 윌커슨의 이탈에 따른 이닝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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