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월)

황금장갑 근처도 못 간 타격왕·홈런왕... KBO 골든글러브 수상자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BO 골든글러브 수상 결과 논란

“엥? 저 결과가 정말 맞는 거야?!”

지난 13일 열린 2024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투표 결과가 나오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상자는 올해 리그 타점왕(132점) LG 오스틴. 홈런왕(46개) NC 데이비슨을 제쳤다. 홈런왕이 골든글러브를 타지 못한 것도 낯설었지만 득표 차가 110표로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홈런왕 가치가 너무 폄하된 거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데이비슨은 올 시즌 종합 지표로 보면 오스틴에게 뒤지지 않는다. 타점왕을 내줬지만 타점 2위.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에서는 1.003으로 리그 3위로 오스틴에게 앞섰다. 홈런 부문은 2위(김도영)를 8개 차로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오스틴에게 완패할 정도는 아니라는 중평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타격왕(0.360) SSG 에레디아의 수상이 불발된 것도 뒷말을 낳는다. 올 시즌 에레디아는 2021시즌 타격왕 이정후(0.360) 이후 가장 높은 타율을 올린 타격왕이었다. 그동안 리그 타격왕은 대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에레디아는 외야수 부문에서 삼성 구자욱, KT 로하스, 롯데 레이예스에게 밀렸다. 홈런왕이 골든글러브를 못 낀 건 4번, 타격왕은 8번 있었다. 홈런왕과 타격왕이 동시에 못 받은 건 처음이다.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담당 미디어 관계자들 투표로 결정된다. 전문성과 파급력을 고려한 방식이지만, “(객관적 실력이 아닌) 좋아하는 선수 인기투표로 변질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야구 선수 실력을 측정하는 통계 기법이 더 발달하면서 이런 논란도 깊어진다. 단지 타율이나 홈런이 높은 걸 따지지 않고 지금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득점 창출력(wRC+)과 같은 정교한 지표로 선수를 평가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KBO가 산출한 WAR과 wRC+를 보면 에레디아와 데이비슨은 수상자들에 비해 다소 처진다. WAR은 리그 평균 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더 벌어줬는지를 보여주고, wRC+는 리그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이 선수가 얼마나 더 많은 득점을 창출했는지 알려준다. wRC+가 115를 넘어가면 리그 평균 이상, 140이 넘어가면 아주 뛰어난 득점 창출력을 갖춘 걸로 해석한다. 오스틴은 타격 성적은 데이비슨에게 약간 못 미치는 듯했지만 WAR과 wRC+에서 각각 5.5대4.69, 146.2대141.1로 데이비슨을 앞섰다. 에레디아도 WAR(5.50)에서는 외야수 수상자 2명(구자욱 6.17, 로하스 6.55)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레이예스(4.84)보단 위고, wRC+(138.1)에서도 레이예스(133.3)를 앞섰다. 레이예스가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이란 해석인데 실력과 성과 외에 선호도가 반영됐다는 비판이 따른다. 1루수 부문 키움 최주환, 3루수 노시환, 유격수 박승욱에게 각각 1표가 나온 걸 두고도 “투표를 팬심으로 한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한 야구계 인사는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만큼 투표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