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은퇴 경기서 1골 1도움
울산HD 공격수 박주영이 지난 23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FC와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뒤 팔을 뻗으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불혹을 앞둔 노장(老壯)이 사이드라인에 섰을 때만 해도 은퇴를 앞두고 홈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팬 서비스 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그 이상이었다. 2-2로 균형을 이루던 승부에 1골 1도움을 더해 팀의 4대2 승리를 만들었다. 경기 최우수 선수는 단연 그의 몫. 20년간 K리그와 유럽 무대를 누빈 ‘천재 공격수’의 화려한 피날레였다.
국가대표 출신 스트라이커 박주영(39·울산HD)이 지난 23일 2024시즌 K리그 최종전 수원FC전에서 20년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박주영은 2022년 울산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해부턴 플레잉코치를 맡으며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아 사실상 은퇴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울산이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하자 지난 10일 친정팀 FC서울 원정에서 17분을 뛰며 서울 팬들에게 인사했고, 홈에서 열린 최종전에서는 울산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울산이 코리아컵 결승과 ACLE(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일정을 앞두고 있지만 박주영이 출전할 가능성은 희박해 이날이 은퇴 경기나 마찬가지였다.
후반 28분 심상민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1년 반 가까운 공백이 무색했다. 스피드는 젊은 시절을 따라가진 못했지만, 패스 감각과 센스는 살아있었다. 그는 2-2로 맞선 후반 39분 이규성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후 아타루에게 패스를 건네 그의 결승골을 도왔다. 후반 44분엔 이청용이 박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겨준 크로스에 몸을 날려 발을 갖다대면서 직접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기도 세리머니’ 대신 그 자리에서 번쩍 뛰어올라 팔을 뻗으며 팀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박주영은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날에 경기에 넣어줘서 감사하다.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재미있게 공 차고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득점까지 했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더 뛰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은퇴하고 싶다. 제 모습이 안 보이면 은퇴한 것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
박주영은 중·고교 시절부터 국내 최고 유망주로 불렸다. 18세 때였던 2003년 두 살을 월반해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했고, 고려대 진학 후인 2004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선 6골을 넣으며 득점왕과 대회 MVP를 휩쓸었다. 그는 대학 생활 1년 만에 프로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2005년 FC서울에 입단했다. 첫 시즌 32경기 18골 5도움으로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고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골로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일본과 맞붙은 2012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동메달 획득 주역이 됐다.
그는 2008년 전반기까지 3년 반 동안 서울에서 35골 10도움 기록을 남기고 프랑스 리그 AS모나코로 이적하면서 유럽 무대 도전을 시작했다. 모나코에서 3시즌을 뛰면서 공식전 26골 9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쳐 이를 발판으로 잉글랜드 명문 아스널 유니폼까지 입었다. 그러나 아스널에선 7경기 1골에 그쳤고, 중간에는 스페인 라리가 셀타비고 임대를 다녀왔다. 이후 잉글랜드 2부 리그와 사우디아리비아 리그를 거치며 내리막길을 걷던 그는 2015년 친정팀 서울에 돌아왔다. 2021년까지 7시즌간 55골 21도움을 기록했다.
2022년엔 홍명보 감독 부름으로 울산으로 이적한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날 전까지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76골 23도움으로 공격포인트 99개를 기록 중이었는데,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100번째 공격 포인트를 완성했다. 박주영은 “20년 동안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아서 지금 이 순간까지 뛸 수 있었다”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