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프로농구 올해 ‘하드콜’ 정책 도입
김주성 DB 감독이 지난 12일 원주 DB와 서울 SK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이후 김 감독은 퇴장당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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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KBL(한국프로농구) 시즌에는 경기 속도를 높이고 일정 수준 몸싸움을 허용하는 ‘하드콜(Hard Call)’ 정책을 도입했다. 경기 박진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심판이 관대하게 반칙 선언을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판정 기준으로 인해 초반부터 선수·감독·팬 사이에서 혼란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원주 DB와 서울 SK 경기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4쿼터 막판 2점 차 초접전 상황에서, DB 김시래가 리바운드를 시도하다 SK의 자밀 워니와 부딪쳐 바닥에 넘어졌다. 이후 SK는 3점슛을 성공시켜 점수 차를 벌렸고, DB는 경기 흐름을 되돌릴 기회를 잃었다. 경기가 종료된 후, DB 김주성 감독은 강한 불만을 표하며 심판에게 “심판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고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경기장을 메운 DB 홈 팬들은 격렬히 반응하며 응원 도구를 투척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KBL은 해당 장면을 정밀 분석했음에도 반칙 여부를 명확히 판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제재금 70만원 징계를 받았다.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인 이선 알바노(28·DB)도 지난 14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이후 “심판들이 정말 심하다. 참고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일관성도 없다. 판정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마찬가지로 70만원 징계를 받았다.
올 시즌 KBL 하드콜 도입 이후 경기당 오심 건수는 지난 시즌 평균 5.94건에서 7.98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슈팅 동작에서의 접촉이나 핸드체킹(손으로 상대 몸을 건드리는 것) 상황에서 판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KT 허훈(29)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다. 하드콜 취지를 잘 모르겠다. 득점력도 낮아지고 컨디션도 떨어진다”며 “슛을 쏘는 과정에서 명백한 진로 방해조차 반칙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효범 서울 삼성 감독은 “씨름하는 농구를 누가 보고 싶겠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드콜은 KBL이 국제 농구 트렌드에 발맞춰 도입한 정책이지만, 초기 시행착오로 인해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드러냈다. 리그 평균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7점가량 줄어들며 되레 공격보다 수비 중심의 경기 양상이 심화됐다. 팬들은 물론, KBL이 기대했던 화끈한 득점 농구와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몸싸움과 반칙 기준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규칙에 대한 심판과 선수 간 이해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도 크다”며 개선된 교육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KBL은 ‘하드콜’ 도입 이후 파울 횟수가 줄어 경기 흐름이 빨라지고 흥미진진한 요소가 증가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선수들과 심판이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면서 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유재학 경기본부장은 “선수들과 감독들이 느끼는 불만을 이해한다. 그러나 하드콜은 정상적인 수비를 유도하는 취지이며, 리그 경쟁력 향상을 위해 중요한 변화”라며 “판정 오류를 줄이기 위해 심판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오심이 발생한 심판에게 엄격한 징계를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하드콜 정책이 정상화될 때까지 문제를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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