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을 활용한 태권도 버추얼선수권대회가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열렸다. 물리적 접촉 없이 VR 헤드셋과 모션 트래킹 장치를 활용해 격투 게임처럼 대결을 벌인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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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17일 싱가포르에 위치한 OCBC 아레나 스포츠허브에서 이색 태권도 대결이 열렸다. 두 선수가 헤드기어와 전자호구를 착용하고 펀치와 발차기를 주고받으며 뒤엉켜 싸우는 태권도의 겨루기와는 사뭇 달랐다.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두 명의 선수가 각자의 공간에서 발을 뻗을 때마다 뒤편 대형 화면 속 캐릭터들이 치열한 승부를 이어갔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격투기 게임 속에 뛰어든 것 같다”며 환호했다. 이른바 태권도의 미래라 불리는 ‘버추얼(vitual) 태권도’의 실제 경기 장면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야심 차게 준비한 태권도 버추얼선수권대회가 싱가포르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23개국에서 120여 명의 각국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와 개인중립자격선수, 난민 선수 등이 참가했다.
버추얼 태권도는 선수끼리 신체 접촉이 없다. 대신 가로세로 4m의 정사각형 가상 공간에서 대결한다. 출전 선수는 상체와 무릎·종아리에 다섯 개의 동작 인식 센서를 부착하고 VR헤드셋과 모션 트래킹 장치를 통해 가상의 상대와 대결을 벌인다. 3전 2승제이며, 각 라운드당 최대 60초 이내의 제한시간 동안 상대의 파워 게이지를 소멸시키거나 더 많은 게이지를 유지한 선수가 승리한다.
버추얼 태권도의 또 다른 매력은 성별과 나이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상 대결 방식이다 보니 체격과 힘의 차이가 상쇄된다. 이번 대회는 13~15세(유소년) 혼성부, 16~35세(청년) 남·녀 개인전 및 혼성부, 36세 이상 혼성부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렸는데 성인 남녀 선수들이 성별 구분 없이 싸운 청년 혼성부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이 종목에 출전한 필리핀 여성 선수 자이카 안젤리카 산티아고가 지난 16일 결승전에서 싱가포르의 태권도 강자 저스틴 페(남성)를 KO로 꺾고 초대 챔피언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버추얼 태권도를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주도하는 싱가포르가 이번 대회 5개 부문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은 대회 첫날 청년 혼성부에 출전한 여성 선수 엄소현(상지여고)이 동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첫 메달을 신고했다. 이튿날 청년 남자부에 출전한 박성빈(우석대)과 이규민(한성고)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보탰다.
조정원 WT 총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새롭게 창설한 e스포츠 올림픽이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다”면서 “이 대회에 버추얼 태권도를 정식 종목으로 포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e스포츠 올림픽 대중화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 기술과 태권도의 전통을 접목한 버추얼 태권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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