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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일일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다름 아닌 악인이다. 극적인 전개를 가능하게 하고 선한 주인공을 빛나게 해준다.
배우 이승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5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용감무쌍 용수정’에서 내면에 날이 선 칼을 품은 악녀 연기를 펼쳤다.
황재림(김용림 분) 회장의 며느리이자 우진(권화운)의 법적인 어머니 민경화를 연기한 이승연은 “개운한 기분”이라며 긴 시간 작품에 임한 소회를 밝혔다.
“뭐든지 시작했다 끝나면 개운하잖아요. 직장인이 퇴근하기 위해 출근하는 것처럼 6~8개월 동안 직장인처럼 했던 일이어서 일단 개운한 마음이 들어요.
사실 악역 연기는 힘들어요. 밑도 끝도 없이 나쁜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이 사람이 왜 이랬을까’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사람을 죽이면 납득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사람을 이렇게 죽인다고? 싶다가도 그렇다고 치고 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애환이 있어요.
그렇지만 일일드라마가 하나의 장르가 됐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있잖아요. 배우들이 충실하게 연기해내야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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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는 마성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영애(양정아)를 청부 살인하려 했고 용수정(엄현경)의 아버지와 자신이 키운 아들 주우진의 아내를 죽였으면서도 뻔뻔한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권선징악이다. 마지막 회에서 그는 정신병원에 갇혀 비참한 삶을 사는 결말로 죗값을 치렀다.
“뭐가 죄인지, 벌인지 열려서 생각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닌가 해요. 감옥보다 편한 거로 생각하면 벌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민경화에게는 지옥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멕시코 캉쿤(칸쿤) 해변에 누워 모히토를 먹으며 ‘완전 범죄였어’라고 하는 결말도 있겠지만 불행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모두가 마음 편한 결말이 좋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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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는 철저한 이해관계 속 결혼했지만 불임인 탓에 남편이 데려온 영애의 아들 주우진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애는 민경화 남편과의 사이에서 또 다른 자식 여의주(서준영)까지 낳았다.
비뚤어진 마음에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지만 민경화의 입장에서는 악행의 시작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승연은 “어쨌든 선택”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길을 택하면 됐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라며 민경화를 두둔하진 않았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소리 없는 선이 이긴다’라는 말이에요. 김수현 선생님의 ‘사랑과 야망’ 대사죠. 악이 다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소리 없는 선이 이겨요.“
민경화는 주우진을 자신의 성공 도구로 삼긴 했으나 말미 주우진의 죄를 덮어쓰고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도 주우진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우진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었을까.
“속이 복잡하지 않겠어요? 이 여자는 되게 복잡한가보다 했어요. 일일드라마의 전개상 모든 걸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대본을 보며 '이런 면이 있구나'라며 파악하려 했어요. 다들 사정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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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은 제작발표회에서 코믹 연기를 하는 게 꿈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니 나빠라’라는 감독의 말에 민경화 역할로 합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정도로 악역인 줄은 몰랐어요. 연기하는 순간 그런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고 자꾸 화를 내야 하잖아요. 사람을 죽이는 연기는 마음이 힘들어서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민경화처럼 99개를 가졌는데 나머지 1개가 꼭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크게 욕심이 많은 성격이 아닌데 뭘 자꾸 갖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역할이라 재밌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죠.
코믹한 역할이요? 들어와야 하죠. 조세호 씨도 아니고 안 시켰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웃음) 사람은 여러 모습이 있는데 저는 제가 나름 재밌고 웃기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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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용감무쌍 용수정’은 '57세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기억'으로 남았단다.
“무사히 끝내서 다행이에요. 다시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아쉬움보다는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긍정적으로 타고 나서 편해요. 살다 보니 경험들이 더해지는데 아무리 아등바등해 봤자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더라고요. 노력은 참 아름답고 중요하지만 될 때는 숟가락만 얹어도 되는 거고 안 되면 뭔 짓을 해도 안 돼요.
운일 수도 있지만 운을 거꾸로 하면 공이잖아요. 공을 들여야 운이 돼요. 50세가 넘으면 그 정도 기준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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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6세, 33년 차 배우로 희로애락을 겪은 이승연은 시종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줬다.
“나이를 먹는 건 꽤 괜찮은 일이에요. 가급적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나와 사이좋게 살아야 해요. 나와 사이가 좋아야 남들과도 사이도 좋더라고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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