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공정위 '셀프 연임 심사'로 비난 자초…정부·국회서 개혁 예고 잇따라
취재진 만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비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이기흥 현 회장의 3선 도전 길을 열어주면서 '불공정' 비판이 체육회에 쇄도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한 공정위가 회장의 연임 여부를 심의하는 것은 이른바 '셀프 연임 심사'로서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으나 각계 지적에도 공정위가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했다. 대한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력 반발했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를 통해 수장에 오른 뒤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은 현재 체육계의 최대 화두다.
체육회를 '사유화'한다는 지적과 함께 체육계 관련 부조리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이 회장은 그간 문체부와 체육 정책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문체부는 국조실 점검단의 발표를 근거로 관련 법에 따라 11일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으며,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3일 이기흥 회장의 부정채용·횡령 등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보도자료 살피는 기자 |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이 회장도 12일 법원에 직무 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런 시점에 나온 공정위의 이 회장 3선 도전 승인 결정은 체육회와 이 회장을 향해 들끓는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체육회 내부 구성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이 회장이 선임한 인사들로 구성된 공정위는 예상대로 '기계적인' 항목 배점에 치중해 3선 승인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
결정은 투명하지 못한 밀실에서 이뤄졌으며, 자기가 선임한 사람들의 심사를 통과한 이 회장의 '셀프 연임 심사'는 불공정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답변하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 |
일련의 상황에 체육회를 '불공정 카르텔'로 판단한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인 체육회 통제에 팔을 걷어 붙였다.
국회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체육단체장이 연임하는 경우 3선부터는 체육회 산하 기구가 아닌 외부 기관에서 심사받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둘러싼 취재진 |
정 의원은 '셀프 심사'를 원천봉쇄한 이 법안을 '이기흥 방지법'이라고 명명했다.
특히 수사 의뢰된 비위 혐의에 대해선 "1%도 동의 못 한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이 3선 도전과 관련한 입장을 조만간 밝히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체육회는 입법·행정부의 '동반 압박'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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