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두산서만 뛴 김재호 "지금 물러나는 게 팀에 마지막으로 할 일"
김재호, 2루 터치하고 1루로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재호(39)는 "두산 베어스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내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게 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2024시즌 김재호는 기량 면에서는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그라운드에서 더 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후배들을 위해 '물러날 용기'를 내기로 했다"며 은퇴를 결심했다.
두산이 김재호의 은퇴를 공식 발표한 14일, 김재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팀 주전 라인업의 나이가 많은 편이다.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세대교체가 더 늦어질 수 있다"며 "내가 남아 있으면, 후배가 뛸 기회가 그만큼 줄지 않겠나. 내가 두산 베어스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지금 물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재호는 올 시즌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 1홈런, 11타점을 올렸다.
'구단의 방향'에 따라 출전 기회를 자주 얻지는 못했지만, 김재호는 시즌 막바지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와일드카드 결정 1, 2차전에서도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선수는 김재호였다.
많은 두산 팬이 여전히 경쟁력 있는 유격수인 김재호의 은퇴를 아쉬워한다.
김재호는 "나를 응원해주신 팬들께는 정말 죄송하다. '1년이라도 더 뛰어달라'고 요청하신 팬도 계셨는데 이제는 떠날 때라고 생각했다"며 "팬들께서는 늘 내게 힘이 되어주셨다. 은퇴 결심을 전하며, 팬들께 감사 인사도 드린다"고 했다.
환하게 웃으며 1루 향하는 김재호 |
2004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재호는 올해까지 21년 동안 두산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두산 왕조 시절 주전 유격수로 뛰며 세 차례 우승(2015·2016·2019년)에 공헌했고, 2015∼2016년에는 2시즌 연속 KBO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2014년부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주전이 되기 위해서는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김재호는 2014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이전에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였다.
김재호는 "1차 지명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며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런데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으니, 많은 분께 죄송했고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고 곱씹은 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내가 왜 야구를 시작했고, 왜 야구를 좋아했는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격려해주신 많은 분 덕에 2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땀과 눈물로 보낸 시간이 쌓이고 쌓여, 베어스 프랜차이즈 최다 출장 기록 금자탑이 됐다.
김재호는 KBO리그 통산 1천79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2(4천534타수 1천235안타), 54홈런, 600타점을 올렸다.
1천793경기 출장은 역대 베어스 프랜차이즈 최다 기록이다. 2위는 안경현의 1천716경기다.
김재호 |
김재호는 "한 팀에서 이렇게 오래 뛴 것에 정말 감사하다. '종신 두산 선수'였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며 "그래도 두산에서 나보다 오래 뛰는 선수가 나와, 내 기록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뛴 시간을 되돌아보며 김재호는 "양의지, 김재환, 정수빈, 허경민, 곽빈, 홍건희, 박치국 등 함께 뛴 모든 후배의 얼굴이 떠올린다"고 했다.
그래도 자신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내야수들이 조금 더 신경 쓰인다.
김재호는 "우리 내야수들 모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새로운 우리 두산 내야진이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며 "응원하면서 두산 내야진의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두산은 "2025시즌 중 김재호의 은퇴식을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라고 했다. '성대하게'라는 단어를 쓸 만큼, 두산에도 김재호는 특별한 선수였다.
김재호는 "특별한 팬, 특별한 구단을 만나 행복했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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