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트로트와 연예계

업계 판도 바꿨다…‘K-트로트’의 영향력 [K-트로트의 경제가치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로트의 시대다. 과거 일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로트의 위상이 달라졌다. 여전히 메인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인기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며 아이돌그룹 버금가는 영향력을 펼친다.

2020년 신드롬이라 불린 뜨거운 트로트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부터다. 가수는 세분된 장르로 편견을 깨나가고, 팬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의 화력으로 업계를 주무르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가수 임영웅의 파급 효과를 빗대어 생겨난 ‘히어로노믹스(임영웅+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는 이제 익숙하다. 최근 ‘열풍이 식은 게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있지만 가요계를 넘어 경제, 산업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K-트로트의 영향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로트도 ‘팬슈머’…내가 뽑아 내가 키운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장점은 시청자의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경연과 경쟁의 과정을 방송하고 내가 ‘픽’한 가수가 우승하길 바라며 시청한다. 2020년 방송한 ‘미스터트롯’은 773만건이 넘는 문자 투표가 쏟아지면서 우승자 발표를 미루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팬심을 동반한 투표, 그 투표로 탄생한 가수에겐 남다른 애정을 쏟기 마련이다. 단순히 데뷔 후 결과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데뷔 과정까지 적극 참여해 가수를 키우는 ‘팬슈머’가 급증했다.

젊은 세대들이 주도하던 ‘팬덤 활동’은 이제 중장년층에게도 해당한다. 그중 가장 큰 팬덤을 자랑하는 가수 임영웅의 팬카페 ‘영웅시대’ 가입자 수는 20만명을 넘었고, 지난 10일 하루 팬카페에 접속한 인원은 16만명을 넘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스밍(음원을 재생하는 일)’하고, 음악방송 방청을 위해 방송국을 찾는다. 익숙지 않은 팬덤 문화를 즐기기 위해 SNS를 통한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비력 강한 트로트 팬덤…돈이 움직인다

대중문화의 부흥은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 중장년층 팬의 적극적인 활동이 관련 산업의 분위기를 뒤바꾼다. 음반, 음원, 공연은 물론 내 가수가 광고하는 브랜드의 큰 손이 되기를 자청하면서 업계에서는 탄탄한 팬덤을 가진 트로트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건강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의 경우 그 효과가 더 크다.

올해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KGC인삼공사는 8일 만에 멤버십 신규가입자 2만명 돌파의 효과를 봤다. 2040, 5060세대의 온라인몰 구매자가 전년 대비 각각 65%, 27% 늘었다. 제주삼다수도 ‘임영웅 효과’에 웃었다. 모델로 기용한 뒤 2주간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가정 배송 주문수가 10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르가 주는 친숙함에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가수의 입담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낸다. 광고주로서는 놓칠 이유가 없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일례로 가수 장민호는 일동후디스의 프리미엄 단백질 브랜드 하이뮨 출시부터 5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제품은 출시 3년7개월 만에 누적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며 모델 덕을 톡톡히 봤다.

아이돌이 장악했던 음반 시장에도 변화가 일었다. 역대 솔로 가수 초동(발매일부터 일주일간의 음반 판매량)을 살펴보면 방탄소년단 네 멤버와 블랙핑크 지수의 뒤를 이어 임영웅이 110만장의 판매고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9위와 14위에 김호중을 비롯해 황영웅, 영탁, 이찬원도 20위 안에 포함된다. 음원차트 줄 세우기도 가능할 정도로 음반·음원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졌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 하면 손해…방송·공연계도 ‘아묻따’ 트로트

미스터트롯 최종회에서 35%가 넘는 기록적 시청률을 만들어낸 종편 방송사는 그해 방송사업 매출액으로 종합편성채널 4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537억원이었던 방송사업 매출액은 2019년 1865억원, 2020년 2618억원, 2021년 3479억원으로 상승했다.

그 이후 방송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조 격인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에 이어 ‘불타는 트롯맨’, ‘트롯 전국체전’, ‘트로트의 민족’ 등은 물론 출연진을 대거 옮겨 온 ‘사랑의 콜센타’, ‘화요일은 밤이 좋아’ 등의 파생 프로그램도 잇달아 탄생했다.

제작진은 방송의 감동을 무대로 옮겨왔다. 경연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고 전국 각지의 관객들을 찾아갔고, 가수의 이름을 건 단독콘서트도 많아졌다. 비단 방송에 얼굴을 비치지 않아도 지역 축제나 행사를 위주로 활동하는 트로트 가수들의 행보에도 힘이 실렸다. 트로트 가수들의 몸값이 뛰면서 업계 분위기도 달라졌다. 공연장을 직접 찾는 시청자들의 움직임에 공연 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아이돌그룹들의 축제였던 연말 시상식에도 트로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