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4 (토)

‘아듀’ 추신수 “다음 생에 태어나도 다시 야구하겠다” [추신수 은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야구하겠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빛나는 24년간의 프로 커리어를 끝낸 ‘추추 트레인’ 추신수(42)의 마지막 말은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야구하겠다”는 바람과 진한 사랑을 담은 고백이었다. 35년간 야구와 함께 해왔던 삶, 24년 미국과 한국에서 뛰었던 자신의 야구인생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고 답한 추신수였다.

오랜 기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거듭 고마움과 감사를 전한 추신수는 “‘저 선수는 야구에 진심이다. 야구 하나에 목숨 걸었다’는 말이면 다 보상이 될 것 같다”면서 야구 하나에 진심이었던 선수로 자신이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신수의 은퇴 기자회견이 11월 7일 인천광역시 송도 경원재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렸다. SSG의 팀 동료 김광현과 최정, 구단 임직원들이 함께 한 이날 자리에는 100여 명 이상의 미디어 관계자가 참석했다.

올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를 수술 한 채로 나타난 추신수는 밝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보며 선수 생활을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추신수의 등번호 17번과 국가대표팀을 비롯한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의 유니폼 조형물이 공개됐다. 또 추신수가 직접 뽑은 커리어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인 ‘Legendary Moments TOP5’가 공개되기도 했다.

2001년부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도합 2814경기에 나섰고, 무려 24년간 쉼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간 끝에 올 시즌을 끝으로 긴 야구 인생의 여정 1막을 마쳤다. 그만큼 야구에 진심이었기에 쉽지 않았을 은퇴 결정이다.

추신수는 “아무래도 마지막에는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나가지 못하니까 선수로서의 미련은 없어지더라. 내가 인정을 하게 됐다. ‘선수로선 할 수 없겠구나’라고 인정하게 되더라”면서 “ 부상을 당해서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보면 야구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게 원래는 당연하다. 그런데 부상으로 1년을 힘들게 하니까 경기장에 나가고 싶단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됐다. 선수로서 미련을 끊게 해준 것이 어떻게 보면 부상인 것도 있다”며 올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 부상이 ‘선수로서의 투지’를 멈추게 한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신수는 “물론 은퇴는 부상 전에 결심했다.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고 이젠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결정한 것 같다”면서 “예전에 박찬호 선배의 기자회견을 봤다. 그 자리엔 없었지만 지켜보면서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내가 이렇게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같다. SSG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소감을 전했다.

기념비적인 프로 커리어였다. 추신수는 2001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메이저리그 통산 16시즌 동안 1652경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기록도 세 차례나 달성했다.

2014년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 1억 3000만 달러는 당시 기준 아시아 선수 최고액 계약이었고, 역대 한국 선수 기준으로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액 계약이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그 이후 추신수의 뒤를 이어 2024년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1억 달러의 벽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를 넘어서진 못했다.

아시아선수로 이치로 스즈키(은퇴) 외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빅리그 무대에서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의 대표 선수로 오랫동안 활약하며 한계를 부쉈다. 허슬플레이의 대명사와 같았던 추신수의 플레이에 매료된 메이저리그 팬들은 ‘추추 트레인’이라는 애칭으로 그를 사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타석에 대해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데뷔했을 때가 아닐까 싶다. 너무 어려서 그것을 즐기지 못했다. 야구 외적으로 한 타석을 꼽으라고 하면 마지막 타석이었던 것 같다”면서 “관중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서 관중 없이 야구를 하게 됐다. 텍사스 홈관중들과 인사하지 못하고 7년 간의 텍사스 생활을 마무리 했다는 게 너무 아쉽더라. 부상으로 타격도 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7년의 계약을 벤치에서 끝내고 싶진 않았다. 코칭스태프와 상의 후 타석에서 반드시 번트만 하겠다고 약속하고 섰던 기억이 있다”며 2020년 메이저리그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돌이켜봤다.

추추 트레인의 질주는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SSG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재창단 한 이후 첫 번째 영입 선수로 2021년 SSG에 합류했다. SK가 2007 해외진출 특별지명 선수로 추신수를 지명한 이후 극적인 한국행이 성사됐다. KBO리그로 복귀한 이후 4시즌 동안 439경기서 추신수는 통산 타율 0.263/396안타/54홈런/266득점/205타점/51도루/출루율 0.388/장타율 0.424/OPS 0.812를 기록했다.

특히 추신수는 SSG에 합류한 이듬해인 2022년 역대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견인하며 프로 첫 우승의 감격을 경험하기도 했다.

추신수는 자신의 ‘Legendary Moments TOP1’으로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꼽으며 당시 소감과 우승을 향한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자신의 커리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우승을 꼽은 이유에 대해 추신수는 “아무래도 마지막에 있는 우승이란 두 글자가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우승이란 저 두글자를 위해서 땀을 흘린다”면서 “우승이란 것이 배제가 된다면 아파가면서 땀흘리면서 우승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34년간 야구하면서 우승을 목 마르게 바랐다. 미국에서도 간절히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 와서 하게 돼서 그것을 첫 번째 순간으로 꼽았다”고 했다.

‘한국야구를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승하기 위해 왔다’는 마음은 변한 적이 없었다. 추신수는 “스포츠 선수로서 항상 이기기 위해서 지지 않기 위해서 야구를 해왔다. 그런 마음을 선수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팬들을 야구장에 모셔놓고 지는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 같다. 선수들에게 이기는 방법과 이기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2022년 와이어 투 우승까지의 자신의 마음과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매 시즌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이른 시간 경기장에 나가서 매 시즌을 준비해왔다. 프로 데뷔 이후에는 25년만에, 야구 인생을 시작하고선 거의 35년만에 처음으로 ‘야구 없는 겨울’을 맞게 됐다.

추신수는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이 ‘시원섭섭하냐’ 였던 것 같다. (웃으며) 시원섭섭하다. 그런데 정말 편안한 겨울이다. 선수들이 좋은 시즌을 보내거나 기대이하의 성적을 보내든 항상 스트레스가 있다. 잘했으면 더 잘하기 위해, 못하면 반등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건 시즌이 끝나면 하루 이틀 후에 스트레스가 생긴다. 이번에 눈을 떴을 때 이렇게 기분 좋게 눈을 뜬 게 언제였나 싶더라. 식사를 해도 살찔 걱정도 안 한다”며 밝고 편안하게 웃어보였다.

매일경제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수 추신수’로의 커리어는 끝났지만 습관은 없어지지 않았다. 어깨 회전근개 수술을 받은 지 2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고. 그것도 수술 바로 다음날 부터다.

자신의 야구인생에 점수를 매길 순 없다. 하지만 ‘고생했고, 잘 살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타석을 마치고 엄청난 연락을 받았다. ‘아쉽다’ ‘시원섭섭하겠다’ ‘1년 더 해라’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9살부터 야구를 시작해서 어제 야구가 끝난 타석까지 생각해봤는데 되짚어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원하는 선수가 되지 않았을진 몰라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에 대해선 내게 주어진 24시간을 좋아하는 일에 잘 쓴 것 같다. 그래서 후회가 없다. 겨울이 행복하다고 한 것은 그래서인 것 같다. 점수를 매기는 것이 그렇고 내게 점수를 매긴다면 ‘고생했고, 잘 살았네’ 싶다.” 한 점의 후회가 없이 열심히 선수 생활을 했기에 할 수 있는 후련한 소감이기도 했다.

끝으로 추신수는 팬들에게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어떤 선수로 기억하길 원하냐’는 질문에 추신수는 “냉정하게 ‘추신수란 선수’를 평가하면 뭔가 하나 특출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파이브툴(Five-tool)이라고 하면 그것을 평균적으로 할 수 있는 그것을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을 그런 선수로 설명한 이후 “그리고 무엇보다 ‘저 선수는 야구에 진심이었다, 야구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는 그것이면 저는 이때까지 해온 야구 인생을 다 보답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진심을 전했다.

매일경제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SSG에 입단하면서 한국 KBO리그와는 다시 인연을 맺었다. 부산 태생의 야구 소년으로 성장했던 그에게 이제 SSG는 ‘첫 팀’이자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추신수는 “알다시피 나는 부산 사람이고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기도 했다. 또 롯데 야구를 보면서 야구선수의 희망을 키워왔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롯데에서 뛰지 못하게 된 것은 정말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 롯데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곳이 인천이었고 그렇기에 SSG는 내겐 첫 팀이다. 김광현, 최정과 같은 대선수와 함께 하면서 선배이긴 하지만 야구선수로서 동료로서 그런 선수와 함께 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팬들에게는 고마운 마음 뿐이다. 추신수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난다. 미국에서 뛸 때도 새벽부터, 아침부터 내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났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면서 “한국에서 사인회를 하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말이 있다. ‘멀리 있어서 못 볼 줄 알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표현은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며 그간의 진심을 전했다.

굴곡이 있었던 커리어. 그러나 이젠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순간들은 고마움으로 남았다. 추신수는 “야구선수로 뛰면서 많은분에게 응원도 많이 받았고, 질타도 많이 받았다. (질타 역시) 그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한국야구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잘 한번 생각해보겠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한 추신수는 이내 이렇게 답했다.

“다음 생에 태어나도 야구 하겠습니다.”

[송도(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