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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사직에서 흘린 뜨거운 눈물→KIA 시즌 마지막 득점… 반성과 집중의 시간, 선수도 꿈도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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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오래 가져 가야 할 기억이 있고, 때로는 빨리 잊어야 할 기억이 있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기억이 있고, 평생 도움이 되는 기억이 있다. 올 시즌 KIA 외야에 활력소로 등장하며 1군에 자리매김한 박정우(26·KIA)에게 202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정우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5월 22일 사직에서의 그 경기를 뽑았다.

사실 빨리 잊어야 할 나쁜 기억이지만, 이 장면은 박정우의 2024년을 그대로 관통하는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박정우는 5월 22일 롯데전에서 팀이 2-4로 뒤진 9회 볼넷으로 출루한 나성범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가 3루까지 갔다. 하지만 1사 만루에서 김선빈의 짧은 외야 뜬공 때 무리하게 스타트를 끊었다가 아웃됐다. 1점보다는 2점 이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들어올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판단도 늦었다. 그렇게 끝내기 주루사가 나왔다.

당시 3루와 홈 사이에 쓰러져 자신의 플레이를 자책한 박정우는 팀 선·후배들의 위로에 간신히 경기장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2군으로 내려갔다. 대수비나 대주자 요원은 한 번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스트레스가 큰 임무를 맡는다. 박정우는 “나는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스타일이었다”면서 당시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그 주루사가 나온 이후, 박정우는 “2군으로 내려가겠구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 받은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박정우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런 생각뿐만 아니라 내려가면 다시 (1군에) 안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또 그런 플레이가 나올까봐 겁이 났다. SNS에서 욕을 많이 먹는 것도 봤다. ‘아, 이제는 야구를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치명적인 실수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타격 코치 시절부터 박정우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던 이범호 KIA 감독은 다시 기회를 줬다. 5월 25일 2군으로 내려간 박정우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고, 6월 28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2군으로 가지 않았다. 이 감독은 실수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정우는 “1군에 다시 갈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실수를 해서 낙인이 찍혔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또 올라오라고 하더라. 감독님이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박정우는 2군으로 내려갈 당시와는 다른 선수가 되어 있었다.

박정우는 “처음 경기에 나갔을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빠른 발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박정우는 “그런 상황을 한 번 겪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겠다는 상황 설정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도 상상하고, 경기 중에도 상상하고, 경기에 들어간 뒤에도 타자와 수비의 상황을 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루뿐만 아니라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박정우의 자세는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빛을 발했다. 박정우는 한국시리즈 1·2차전에는 대수비로, 3·4차전에서는 대주자로 들어갔다. 그리고 5차전에서 득점을 올렸다. 8회 1사 1루에서 이창진의 대주자로 들어갔고, 박찬호의 2루타 때 홈까지 내달려 득점에 성공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KIA의 2024년 시즌 마지막 득점이 됐고, 수비에도 남은 박정우는 그라운드에서 팀의 우승을 직접 경험하는 특별한 경사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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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무래도 찬호 형이 멀리 치는 타자는 아니니까 라인드라이브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봤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했다. 또 찬호 형이 있으면 외야수들이 조금은 앞에 나와 있지 않나. 타구가 떴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미리 상황을 그려놓고 플레이를 한 결과 과감한 스타트와 폭풍 같은 질주가 만들어졌고,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5월 22일 사직에서의 아픔은, 시즌 마지막 득점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박정우는 “내가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 주루 플레이에서 실수했던 것을 되새길 것이다. 올해 그렇게 계속 했으니 내년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면서 “진짜 감사한 게 많다. 하지만 선수가 만족하는 건 없지 않나. 아직도 부족하고 내년에 더 믾이 뛰어야 한다.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온 것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기본적인 훈련 외에 엑스트라 시간에는 주루와 수비 위주로 스스로 프로그램을 짰다.

시즌 66경기에서 많은 타석 기회는 아니지만 0.308이라는 좋은 타율도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이제 팀 내 외야수 최고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주루도 인정을 받고 있다. 박정우도 1군에서 계속해서 뛰고, 더 나아가 주전 한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박정우는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전도 아니고, 백업들은 캠프에서부터 보여줘야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것(마무리캠프)부터가 시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정우는 “개인적인 목표는 훨씬 더 크다. 그런 것들을 많이 상상한다”고 했다. 그 꿈을 굳이 묻지는 않았지만, 달성한다면 KIA 외야의 체질은 더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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