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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신뢰의 최정'이 원했던 것, SSG는 최대한 맞춰줬다… 사상 초유의 계약은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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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의 간판스타를 넘어 KBO리그의 살아 있는 레전드로 등극한 최정(37·SSG)은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자신의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행사했다. 당시 총액 측면에서 약간 이견이 있었지만, 협상은 생각보다 순탄하게 풀렸다.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개 4년이었던 FA 계약이지만, 사실 4년만 하라는 법은 없었다. 최정과 SSG 측이 서로의 조건을 수용한 결과 6년 총액 106억 원의 계약이 만들어졌다.

보통 총액 100억 원 이상의 계약을 한 선수가 그 금액 값을 모두 해내기는 쉽지 않다. 웬만한 성적으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해도, 제아무리 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돈값을 못했다’는 비판 속에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 같은 규모다. 하지만 최정은 예외였다.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평가를 받는 최정은 대형 계약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숱한 몸에 맞는 공에도 불구하고 아주 큰 부상 없이 불사조처럼 살아나곤 했고,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최정은 여전한 팀 타선의 핵심이었다. 최정이 치면 팀이 이기고, 최정이 침묵하면 팀은 대개 졌다. 그래서 ‘최정 와이번스’, ‘최정 랜더스’라는 말도 생겼다. 최정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657경기에 나가 타율 0.281, 152홈런, 46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9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실력을 뽐냈다. 이 기간 팀 내에서 600경기 이상을 나선 야수는 최정(657경기)과 김성현(629경기)이 전부였다. 최정이라는 심장이 뛰는 SSG 타선은 중심을 잡은 채 홈런 군단의 면모를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런 최정은 2024년 시즌이 끝난 뒤 다시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이미 FA 재자격 취득 기한(4년)은 채운 상황이었다. 시즌이 끝나면 무조건 다시 FA였다. 그러자 SSG 내부에서는 최정의 비FA 다년 계약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장에 나가도 다시 잡아올 선수였지만 상징성이 있었다. 구단 관계자들은 시즌 중반 “최정이 FA 시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사고다”라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다만 처음에는 SSG가 생각했던 금액, 그리고 최정이 생각했던 금액에 다소간 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최정은 올해 만 37세다. 4년 계약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만 38세부터 41세까지의 나이를 봐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공헌도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FA 협상이라는 게 꼭 그렇지는 않았다. 미래의 기대 가치도 생각해야 했다. 37세까지의 최정, 그리고 38세 이후의 최정이 같을 것이라는 법은 없었다. 보수적으로 뵈도 점차 기량이 떨어지는 나이의 구간을 한참 지났다.

SSG 관계자들은 시즌 중반까지 최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원하는 계약 규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정은 관계자들에게 확답을 주지는 않으면서도 “세 자릿수 금액은 받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좋은 활약으로 그 값어치를 증명하겠다는 선수의 의지도 굉장히 컸다. SSG 관계자들은 “연간 20억 원 수준이면 시즌 중에 당장 협상이 끝났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이 격차를 좁힌 건 결국 최정의 실력이었다. 최정이 좋은 활약을 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잡았고, 끝내 원하는 금액을 쟁취했다. SSG도 쿨하게 그 값어치를 인정했다.

SSG는 4일 “금일 최정 선수측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결과를 안내해 드린다”면서 “오늘 선수측과 만나 긍정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선수측이 FA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해 FA 시장이 열리는 6일(수)에 계약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KBO는 이미 2025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선수 명단과 보상 등급을 공시했다. 이 명단의 선수들은 4일까지 KBO에 자격을 행사할지, 혹은 유지할지를 통보한다. 그리고 KBO는 5일 FA 자격 선수를 공시하고, 6일부터는 FA 선수들이 모든 구단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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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로서는 최정이 명목적으로는 FA 시장에 나가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FA 시장이 시작되기 전 최정과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한시름을 덜었다. 최정의 계약은 6일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상당수 세부 사항이 모두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4년에 총액 100억 원 이상의 규모다. 만 38세 선수가 총액 100억 원 이상의 계약을 따낸 건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최정은 올해도 129경기에 나가 타율 0.291, 37홈런, 10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8을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득점 생산력을 뽐냈다. 올해는 KBO리그 역대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던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의 기록을 넘어서며 금자탑까지 세웠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총 954⅔이닝을 소화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팀 내 내야수 중에서는 박성한(1115이닝)만이 최정보다 더 많은 수비를 소화했다. 최정의 공격력, 수비력이 우려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계약 기간 6년의 성적이 찬란하게 빛났다. 최정은 6년간 786경기에 나가 타율 0.283, 189홈런, 576타점, OPS 0.937을 기록하며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쳐 계약을 이행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계약이었다.

이쯤 되니 SSG가 최정의 요구액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2~3년 정도는 이 정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득점 생산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자체로 세 자릿수 금액, 즉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계약이라는 명제가 성립됐다. 게다가 최정은 팀의 원클럽맨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상징성도 컸다.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이던 SSG와 최정의 협상 테이블은 9월 중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팀이 준비할 수 있는 실탄을 계속해서 살피고 점검하던 SSG는 추석 이후 첫 번째로 에이전트를 대동한 ‘공식적’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는 서로의 의중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SSG는 이에 시작부터 팀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 액수를 베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협상은 서로가 여지를 남겨두고 시작해 중간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SSG는 최정은 그렇게 대우할 선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 공식 협상에서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한 금액을 제시했다. SSG 관계자는 당시 “최정이다. 샐러리캡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오퍼를 설명했다.

당연히 최정 측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 10월 10일경 세 번째 만남이 있었다. SSG는 내심 이 자리에서 최정과 도장을 찍기를 바랐다. 하지만 선수 측에서도 더 좋은 조건을 바라는 것 또한 당연한 협상의 생리였다. 다만 이미 최대액을 베팅했다고 생각한 SSG는 총액적인 부분에서는 더 올려줄 수 없다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 자리에서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2주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다. SSG는 구단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오퍼를 이미 한 만큼 더 이상의 증액은 어렵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그 당시부터 분위기는 그렇게 험악하지 않았다는 게 협상 참여자들의 이야기다. 협상 타결이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정 측도 총액 100억 원 이상의 제안을 받은 만큼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다만 FA 계약을 원해 협상 타결이 조금 늦어진 측면은 있다. 구단과 선수 측에서는 이런 이유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계약금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FA 다년 계약의 경우 계약금은 없다. 총액을 계약 기간에 나눠 받는다. 반대로 FA는 계약금이 있다. 선수가 한 번에 목돈을 당길 수 있는 기회다. 같은 금액이라면 선수로서는 계약금이 있는 게 좋다는 게 중론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지금의 10억 원과 4년 뒤의 10억 원이 같은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계약금을 줘야 하는 FA 계약상 SSG도 당장 쓸 돈을 더 끌어와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최종적인 협상 타결이 늦어졌을 것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SSG가 FA 계약을 원한 최정의 바람을 수용하고 구체적인 계약서를 만들면서 결국 4일 전반적인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완전한 비FA 다년 계약도 아닌, 또 완전한 FA 계약이 아닌 다소 이상한 계약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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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나가는 구조가 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어쨌든 SSG는 최정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최정 잔류라는 오프시즌 최대의 목표를 이루게 됐다. 팀 전력과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인 만큼 FA 시장에 나가는 조마조마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최정으로서도 자신이 원했던 금액과 거의 부합하는 총액을 얻었고, FA 계약에 대한 바람도 관철시킨 만큼 더 이상의 감정 소모 없이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전체적인 협상 흐름을 보면 SSG도 최정을 원했고, 최정도 SSG를 떠나는 것을 생각한 느낌은 아니다. 그렇게 팀 전력과 역사는 유지됐다.

최정의 나이를 거론해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있지만, 관계자들은 최정의 기량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부상만 잘 피하면 충분히 자기 몫을 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리그 투수들에 대한 풍부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역시 현역을 오래 했던 이범호 KIA 감독은 “오히려 공은 더 잘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최정 또한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황마다 조금씩 흐트러지는 밸런스를 어떻게 빠르게 만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너무 많은 선수고, 그렇게 통산 500홈런에 5개를 앞두고 있는 선수다. 너무 쉬운 목표가 된 500홈런 기념비, 그리고 더 나아가 600홈런 기념비까지 모두 SSG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달성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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