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강동원…드디어 수염이 어울려
유난히 많았던 클로즈업에 당황키도
할 수 있을 때 최선을…다작이 목표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노비 천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강동원을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AA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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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강동원은 ‘청의검신’(靑衣劍神)으로 불린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스크린 가득 그의 푸른 청천익(靑天翼) 도포 자락이 나풀거린다. 액션이 격해질수록 그의 청천익은 더욱 격정적으로 움직인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노비 ‘천영’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을 만났다. ‘단벌 검신’인 천영의 청천익이 작품 후반부까지 어떻게 격한 액션을 버텨주었는지 물었다.
강동원은 “찢어지고 헤진 스타일 두 개와 안 찢어진 멀쩡한 스타일 두 개 등 총 네 개의 청천익을 준비해두고 찍었다”며 “그런데 멀쩡한 옷도 액션 촬영을 하면서 계속 칼에 베여 찢기는 바람에 계속해서 꿰매어 수선해야 했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강동원은 국내 남자 배우 중에서도 액션 연기로 치면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고운 자태를 선보인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절반 가까이가 액션 장르이기도 하다. 이번 ‘전,란’에서는 그의 액션 수준을 또 한 단계 ‘레벨 업’ 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노비 천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강동원 [AA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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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영화 ‘군도’를 찍을 때는 매 촬영 전 목검을 1000번씩 좌에서 우, 우에서 좌,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훈련을 하고 나서 카메라 앞에 섰다. 왜냐하면 목검을 휘두르고 정확한 지점에서 멈춰야 예쁜데 팔에 힘이 충분치 않아서 그보다 더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훈련을 딱히 하지 않아도 정확히 검이 멈춰야 할 지점에서 멈추더라. 아무래도 골프를 하면서 전완근 힘이 세진 덕 같다. 기본이 완성되어서 합을 맞추는 연습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그의 첫 등장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얼굴에 붙은 수염은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넘겼다. 하지만 43살의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에 수염을 붙였다.
“김상만 감독님이랑 분장 얘기를 초반에 많이 했는데, 특히 수염 때문에 상의를 많이 했다. 예전에는 시험삼아 수염을 붙여보면 다들 안 어울린다고 했는데, 이번엔 다들 ‘수염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저 스스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다.”
[AA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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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특히 등장인물의 얼굴을 크게 잡는 클로즈업 장면이 많았다. 천영 역시 마찬가지. 이에 대해 강동원은 “처음에는 ‘왜 매 신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거지?’하며 의아했다”면서 “‘우리 넷플릭스 영화잖아!’라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나서 단박에 깨달았다. 어떤 디바이스로 봐도 감정 표현이 잘 보이려면 클로즈업이 많아야겠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카메라가 같이 들어오면 배우 입장에서 진짜 부담스럽다. 카메라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다 같이 제 주위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선 처리도 신경쓰인다. 상대 배우랑 호흡을 못하고 카메라의 어느 한 점을 보면서 감정을 잡아야 한다.”
이같은 촬영 방식은 배우에게는 부담스러웠겠지만, 관객 입장에선 몰입이 쉽게 됐다. 특히 백미로 꼽는 장면은 도망쳤다 잡혀온 천영을 종려의 아버지 이극조가 어사검으로 베려할 때 강동원이 칼 끝을 이로 무는 장면이다. 날카로운 칼 끝을 말랑한 혀와 입천장으로 받은 무시무시한 장면이라 할만 하다. 이때 스크린 가득 채운 강동원의 얼굴은 꿈틀대는 눈썹이면 눈썹, 형형한 눈빛이면 눈빛, 들썩이는 코끝이면 코끝 하나하나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영화 중 한 장면.[넷플릭스 제공] |
그는 “칼날 위에 카메라를 부착해서 클로즈업 장면을 찍은 것”이라며 “대본에 써있는 장면이지만 제가 감정 표현을 아주 세게 가져가자, 많이 내지르고 보자고 더 힘을 줬다”고 전했다.
“기선 제압 같은 느낌이다. 실제론 마우스피스 끼고, 알루미늄 칼을 뾰족한 끝을 갈아놓았다. 화면에서는 칼을 되게 깊게 문 것처럼 보이더라. 맘에 들었다.”
43세의 강동원에게서 이제는 20년 전 ‘늑대의 유혹’에서 나왔던 우산 속 청량한 소년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실 찾을 필요도 없었다.
극중 천영의 대사인 “소인이 그리 좋소? 떠나면 자꾸 잡아 오고”는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된다. 강동원은 이 부분에 대해 “이 대사를 약간 노래하듯이 해야하나, 여러 고민을 했다”며 “비꼬는 것과 깊은 한(恨)을 담았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쉴 새 없이, 꾸준히 일해온 강동원은 앞으로도 최대한 많이 작품을 찍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가 3년 전쯤인가, 되게 체력적으로 힘든 작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서 생각한 게 있다. 할 수 있을 때 액션영화를 더 많이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천영이도 제가 2~3년만 더 나이가 들었어도 못할 배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동원이 40대에 접어들며 가장 좋아진 것은 인생이든 연기든 간에 “여유가 좀 생긴 것”이다. 예전만큼 안달복달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 흘러갈 수 있다는 믿음이 20여 년의 연기 내공 덕에 생겨나 좀더 편안해졌다.
“예전에는 연기가 잘 안되면 전전긍긍하고 불안했는데, 이제는 뭐가 잘 안돼도 ‘안되면 안되는거지 뭐~ 언젠가 되겄지 뭐~’라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일희일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완벽주의 성향도 강했고, 그래서 더 힘들었달까. 이제는 그런 건 없어지고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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