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만년 꼴찌' 페퍼, 여자 배구 긴장감 끌어올리나

개막전서 3-0 완승 거둬... 창단 이래 처음
'몰빵' 없이 골고루 공격... '베테랑' 박정아도 살아나
낮은 리시브 효율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2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3-0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만년 꼴찌였던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이 정규리그 첫 경기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면서 올 시즌 여자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2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0(25-17 25-22 25-14) 완승을 거뒀다.

페퍼저축은행이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둔 건 창단 후 4시즌 만에 처음이다. 2021~22시즌에는 개막 후 5경기 연속 패했고, 2022~23시즌에는 17연패 수렁에 빠지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직전 시즌에는 개막전 패배 후 다음 경기에서 바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V리그 여자부 통산 최다인 23연패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셧아웃 승리도 창단 첫 시즌인 2021~22시즌 4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IBK기업은행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신장 192㎝인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이 홀로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23득점을 올리며 '몰빵' 배구를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주장 박정아와 외국인 선수 자비치가 나란히 14득점씩을 올렸고,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 최대어로 꼽혔던 장위와 국가대표 출신 이한비도 각각 12득점을 기록하며 골고루 날아 올랐다. 공격성공률도 55.29%에 달했다. 그간 페퍼저축은행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공격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셈이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강조했던 범실도 9개로, 한국도로공사의 20개 대비 절반 이하였다. 장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평소 범실이 나면 안 되는 상황에 범실 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를 엄청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지시사항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범실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준비를 잘해준 덕분에 범실이 적었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 주장 박정아가 2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첫 경기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베테랑' 박정아의 부활도 눈길을 끌었다. 박정아는 지난 시즌에 김연경(흥국생명)과 같은 연봉(1년 총 7억7,500만 원 3년 계약)을 받는 조건으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2023~24시즌 공격 성공률은 32.67%로, 2011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낮았다. 이로 인해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지만, 이날은 공격성공률이 63.75%에 달하며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만 낮은 리시브 효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페퍼저축은행의 이날 리시브 효율은 25%에 그쳤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기준 24.58%에 불과했던 리시브 효율을 올해 컵대회에서 28.29%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꼴찌 탈출'에 성공하려면 아직 멀었다. 직전 시즌 페퍼저축은행 외 각 팀의 리시브 효율은 최소 33.20%(흥국생명) 이상이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