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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초짜 같지 않은 사령탑들… 이범호-박진만 지략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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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범호 KIA 감독(왼쪽)과 박진만 삼성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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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같지 않다. 이범호(43) KIA 타이거즈 감독과 박진만(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지략 대결을 펼친다.

이범호 감독은 1980년대생 최초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팀을 맡자마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머쥐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이 감독의 강점은 소통 능력이다. 2011년 KIA에 입단한 이 감독은 9년간 현역 생활을 마치고 소프트뱅크 연수 기간을 제외하면 꾸준히 KIA에서 지도자로 일했다. 누구보다 KIA 선수들을 잘 아는 이 감독은 감독이 됐다고 '무게 잡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다가갔다.

부임 초기 "선수들에게 '하지 말라'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즐겁게 훈련하고, 경기장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 몸이 아프면 '쉬고 싶다'고 말해도 좋다"고 했다. 선수들도 그런 이범호 감독의 진심을 알았기에 최선을 다했다.

올 시즌 전반기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부진했던 주장 나성범이 대표적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했다. 몸 상태가 최대한으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신경쓰지 마라"고 격려했다. 최선참 최형우도 나성범을 위해 번갈아 지명타자를 맡았다. 회복 후 타격감을 찾지 못했을 때에도 꾸준히 중심타자에 넣었다. 결국 나성범은 원래 모습을 되찾았고,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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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6회말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4.4.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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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도 지혜롭게 넘겼다. KIA는 올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 5명 중 무려 4명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윌 크로우는 8경기에서 5승을 따냈지만, 팔꿈치 수술로 팀을 떠났다. 이의리도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윤영철은 척추 피로골절로 2개월 이상 결장했다. 크로우 대신 1선발을 맡은 제임스 네일도 턱에 타구를 맞는 부상으로 빠졌다.

7월 31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6-30패)을 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팬들은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트럭 시위'를 벌였고, 이 감독은 팬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선수들에겐 "똑같은 1패"라고 말하며 감쌌다. 조급해지지 않고, 투수들을 고르게 활용했다. 덕분에 KIA는 마지막까지 마운드의 힘을 유지하면서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이범호 감독은 "삼성이 올라올 것으로 알고 잘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2년 대행을 거쳐 정식 사령탑 2년차를 맞은 박진만 삼성 감독은 '뚝심'을 발휘했다. 박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강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이 능사는 아니다'란 지적도 있었지만 선수들을 다독이며 강훈련을 실시했다. 선수 시절 뛰어난 수비를 뽐냈던 박 감독은 수비력 향상에 집중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가장 적은 실책(71개)을 기록했다. 강한 수비력 덕분에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외야로 전향한 김지찬은 뛰어난 중견 수비를 선보였다. 유격수 이재현과 3루수 김영웅은 탄탄한 수비력을 뽐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 수치 1위도 삼성(2.797)이다.

삼성은 올해 최강의 선발진을 축했다. 코너 시볼드, 데니 레예스, 원태인, 이승현의 활약을 앞세워 투수 WAR 1위(21.01)에 올랐다. 하지만 코너가 부상으로 이탈한 채 플레이오프를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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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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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6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박진만 감독은 단기전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박진만 감독은 정규시즌 17경기에 선발로 나서 6승을 올린 왼손투수 이승현 대신 6경기에서 1승을 거둔 우완 황동재를 3차전 선발로 넣었다. 대신 이승현을 고비 때마다 불펜으로 투입했다. 대성공이었다. 황동재는 3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고, 이승현도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투수교체 타이밍도 맞아떨어졌다. 최고 시속 153㎞를 뿌릴 수 있지만 제구가 불안정적인 우완 김윤수를 오스틴 딘 상대로 투입해 세 차례 모두 성공을 거뒀다. 4차전에선 레예스의 투구수가 한계치에 도달했지만 7회까지 맡긴 뒤 필승카드 임창민과 김재윤을 차례로 올려 1-0 승리를 거뒀다. 박진만 감독은 "KIA의 빈틈을 파고들어보겠다"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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