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던 네덜란드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황인범을 칭찬했다.
이미 많은 한국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히딩크 감독은 한국인들이 대부분 얌전하고 겸손한 성격인 줄만 알았지만, 황인범이 그라운드 위에서 동료들에게 손으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확인했다면서 황인범을 높게 평가했다.
브라이언 프리스케 감독이 이끄는 페예노르트는 지난 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페예노르트 경기장에서 열린 FC트벤테와의 2024-25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8라운드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얻은 페예노르트(승점 13)는 6위로 올라서면서 4위 트벤테와의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혔다. 리그 선두 PSV 에인트호번(승점 24)과의 격차는 있지만 위트레흐트(승점 19), 알크마르(승점 16) 등은 충분히 추격할 수 있는 정도다.
페예노르트는 또한 지난달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0-4로 대패를 당한 이후 4경기 무패(3승 1무)를 달리면서 반등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앞서 페예노르트 구단에 의해 9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된 신입생 황인범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패스 성공률 91%(50/55), 긴 패스 성공 5회(7회 시도), 클리어링 2회, 인터셉트 1회, 수비 행동 5회, 리커버리 6회 등을 기록하며 자신의 장점을 모두 발휘했다.
전반 43분에는 자신의 데뷔골이자 경기 결승골이 되는 득점까지 터트렸다. 동료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맞고 나오자 이를 침착하게 컨트롤한 뒤 왼발 대각선 슛을 쏴 골망을 흔든 것이다.
페예노르트가 1-0으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황인범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차이를 벌렸는데, 이후 상대에게 한 골 실점해 황인범의 득점이 결승골이 됐다.
이날 홈팀 페예노르트는 티몬 벨렌로이터가 골문을 지켰고 우구 부에노, 다비드 한츠코, 토마스 벨렌, 요르단 로톰바가 수비를 맡았다. 퀸텐 팀버, 황인범, 안토니 밀람보가 중원을 책임졌꼬 이고르 파이사오, 우에다 아야세, 그리고 이브라힘 오스만이 공격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로파리그에서 무승부를 거두기도 했던 트벤테는 라르스 운너스탈이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다. 아나스 살라에딘, 막스 브룬스, 미스 힐거스, 바르느 판 루이가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미첼 블랍, 유리 레거, 미첼 판 베르겐, 스테인, 단로츠가 중원에서 샘 라머스를 지원했다.
페예노르트는 전반 28분 만에 일본 출신 공격수 우에다의 선취골로 리드를 가져왔다. 황인범의 패스에서 시작된 득점이었다. 황인범이 페널티지역 바깥쪽에서 내준 공을 부에노가 잡아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를 우에다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상대 골망을 갈랐다.
우에다의 선제골로 기세를 끌어올린 페예노르트는 이후에도 맹공을 이어간 끝에 황인범의 추가골로 결실을 봤다. 공격에 가담한 황인범은 자신에게 기회가 오자 지체하지 않고 슛을 날렸고, 황인범의 슛은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페예노르트가 스테인에게 추격골을 허용하면서 약간 분위기가 흔들렸으나, 이내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켜내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9월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황인범의 축포였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5일 황인범이 9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황인범이 9월 이달의 왕으로 뽑혔다. 우리는 이적시장 마감일에 황인범을 데려왔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황인범은 구단에서 첫 개인상을 받았다. 황인범은 감사를 표하면서 겸손하게 이 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황인범은 구단을 통해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물처럼 받은 이 상을 내가 더 잘하기 위한 동기부여로 삼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을 거쳐 밴쿠버 화이트캡스(미국), 루빈 카잔(러시아), FC서울,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에서 활약한 황인범은 지난달 초 페예노르트와 계약을 맺으며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 입성했다.
당초 황인범은 또 다른 네덜란드의 명문 아약스의 러브콜도 받았으나 페예노르트가 황인범의 바이아웃 금액 800만 유로(약 118억원)를 지불하기로 결정하면서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기간은 4년.
네덜란드 거주민 등록 절차 때문에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황인범은 팔레스타인, 오만과의 국가대표팀 경기를 통해 감각을 유지한 뒤 레버쿠젠과의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으로 페예노르트 데뷔전을 치렀다.
0-4 대패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인 황인범은 이후에도 꾸준히 프리스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페예노르트의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꿰찼다.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던 페예노르트는 황인범이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서기 시작한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황인범도 9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된 데 이어 데뷔골까지 터트리는 등 페예노르트에 완벽하게 정착한 모양새다.
과거 한국을 이끌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던 히딩크 감독도 황인범에게 박수를 보냈다. 히딩크 감독은 황인범이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지만, 과거 자신이 지도했던 한국 선수들과 달리 황인범이 경기장 위에서 리더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매체 '스튜디오 부트발'을 통해 "난 이 소년(황인범)을 잘 모르지만, 황인범은 유럽에서 뛴 경험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나는 그가 팀의 리더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나는 한국인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정말 겸손하다. 하지만 황인범이 경기장에서 동료들에게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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