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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닭 쫓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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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6강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라이쥔푸 九단 / 黑 신민준 九단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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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 보>(149~165)=20여 년간 세계 바둑을 지배해 온 한중 양강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만 쉬하오훙과 라이쥔푸가 아시안게임 및 국수산맥을 연속 제패하더니, 지난 달 잉씨배 결승에선 일본 이치리키가 중국 셰커를 3대0으로 일축해 일본의 ‘노 챔피언’ 시대를 19년 만에 끝냈다. ‘버린 카드’ 취급받던 일본·대만이 힘을 낼수록 세계 바둑 흥행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백이 △로 2단 젖힌 장면. 좌상귀를 뿌리로 하중앙까지 뻗어간 흑 대마를 괴롭혀 대가를 얻어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152까지는 일단 최선. 152로 참고 1도 1로 끊는 수는 무리로, 10까지 하변 백이 먼저 전멸한다. 155로 알기 쉽게 흑 대마가 살아선 백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156은 좌상귀 백을 구출하려는 수지만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범한 악수였다. 157이 임기(臨機)의 맥점으로, 160까지 백이 뭘 했는지 모르게 돼버린 것. 156으론 참고 2도 1로 건너붙여 10까지가 정법이었다. 165에 이르러 시비 걸 곳이 더 이상 안 보이자 백이 돌을 거뒀다. 허망한 종국이었다.

[이홍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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