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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오타니 투수 NO, 그래도 충분해’ 2년간 가을 다저스는 물방망이였다, 오타니가 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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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현대 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을 현실로 이끌며 단번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메이저리그 경력 초기에는 팔꿈치 부상 등 투수 쪽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모든 것을 다 정비하고 나선 2021년부터는 투·타 모두에서 대활약을 펼치며 모든 회의론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오타니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투·타 모두에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했다. 요약하면 투수만 따로 봐도 사이영상에 도전할 만한 성적을 냈고, 타자만 따로 봐도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할 만한 성적을 냈다. 오타니는 3년간 타자로 447경기에서 타율 0.277, 124홈런, 29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4를 기록했다. 투수로는 3년간 74경기에 선발 등판해 34승16패 평균자책점 2.84의 호성적을 거뒀다.

투·타 모두를 따지면 당연히 리그 최고의 팀 공헌도를 보인 선수였다. 실제 오타니는 2021년과 2023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만장일치를 받았다. 또한 2022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북미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과 함께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올해는 타자로만 활약했다. 지난해 막판 받은 팔꿈치 수술 여파 때문이다.

타자로도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뒀다. 시즌 159경기에서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59도루, OPS 1.036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에서 홈런·타점 부문에서 1위에 올랐고, 마지막까지 타격왕도 노리며 트리플크라운 대업을 꿈꾸기도 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0홈런-50도루 클럽의 문을 활짝 열며 메이저리그 기록책을 새로 쓰기도 했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보낸 6년간 포스트시즌에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에인절스의 한계였다. 오타니도 큰 무대에 대한 갈증이 심했고, 결국 이것이 LA 다저스 이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 관심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포스트시즌에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로 쏠린다. 이미 국제대회 등 몇 차례의 큰 무대에서 자신의 강한 멘탈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아직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검증된 것은 없다. 올해 가을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나의 관심이 더 쏠렸던 것은 오타니가 포스트시즌에 투수로 깜짝 등판할 수 있느냐다. 오타니는 지난해 막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2025년 개막전 등판을 목표로 차근차근 재활을 해왔다. 타자로 활약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단계별 투구프로그램(ITP)을 소화했고, 올 시즌 막판에는 불펜에서 공을 던지면서 정상적인 진도를 밟았다. 이에 오타니가 선발은 어렵다 하더라도, 불펜에서 짧게 1이닝을 던지는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실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외야수 출전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투수로서의 등판에 대해 확실하게 부인하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오타니의 투수 등판은 없을 전망이다. 브랜든 고메즈 LA 다저스 단장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우리는 오타니가 포스트시즌 때 투구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3알 “고메즈 단장은 또한 오타니가 계속해서 공을 던지는 과정을 이어 가겠지만, 타자를 상대로 투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는 경기 전과 휴식일에 불펜 피칭만 할 것이다. 이는 오타니가 몇 달 전부터 시즌 중에해왔던 일이기도 하다”면서 오타니의 깜짝 투수 등판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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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직 오타니는 불펜 피칭 단계다. 20구 정도를 전력으로 던질 수 있는 몸은 될 수 있어도 실전 감각이 전혀 없다. 보통 팔꿈치 재활은 롱토스와 하프피칭 단계를 지나면 불펜에서 8주 정도 투구를 한다. 여기서 이상이 없으면 라이브피칭 단계로 간다.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다. 라이브피칭 단계를 마치고 재활 등판까지 해야 비로소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올 수 있다. 그것도 오타니는 선발 투수다. 100구까지 빌드업이 되어야 한다. 아직 라이브피칭 단계도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라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투수 등판은 무리다. 부상 위험도도 크고, 자칫 잘못하면 타격에도 집중하지 못할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저스는 타일러 글래스나우, 클레이튼 커쇼 등 현재 선발진에 부상자가 많다는 고민은 있다. 그러나 어차피 오타니가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대로 불펜은 시즌 중 영입한 마이클 코펙을 비롯, 에반 필립스, 다니엘 허드슨, 블레이크 트라이넨, 알렉스 베시아 등 던질 수 있는 자원 자체는 많다. 이들을 잘 조합하면 가을야구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불펜 오타니’가 그렇게 급한 건 아니다.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타니가 팀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다. 당장 다저스가 최강 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2022년과 2023년 포스트시즌에서 타선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패퇴했기 때문이다. 항상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모으는 팀이지만 정작 모두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2022년에는 샌디에이고에 1승을 거둔 뒤 내린 3연패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애리조나의 기세에 제물이 되며 3연패로 탈락했다. 투수도 문제였지만 역시 타선이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당장 2022년 디비전시리즈 당시 다저스 타선은 4경기에서 타율 0.227, OPS(출루율+장타율) 0.704에 머물렀다. 4경기에서 12득점에 그쳤다. 당시 득점권에서 34타수 5안타의 빈타에 시달리면서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3경기에서는 타율 0.177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에 그쳤다. 3경기에서 단 6점을 내는 데 머물렀다. 역대급 듀오라고 했던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이 동시에 침묵하면서 타선이 차게 식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타니가 가세했다. 수준급 팀이 올라오는 만큼 시즌만큼 타오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올해 오타니가 결정적인 순간 팀에 공헌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2년간 다저스가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빈타를 해결할 것이라는 큰 기대감이 모인다. 여기에 4번 타순에는 한 방을 갖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도 새 얼굴이다. 오타니가 다저스 타선을 이끌면서 역사적인 행진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애틀랜타를 2연승으로 연파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오는 6일부터 디비전시리즈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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