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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KOVO컵 개막] 갈라파고스 탈출을 꿈꾸며… ‘진화의 물결’이 KOVO컵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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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한국배구연맹(KOVO)의 최재효 심판위원장이 2024 심판아카데미에서 한자리에 모인 심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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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성장통을 알지만, 과감하게 변화한다.

배구의 계절을 선포할 신호탄,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는 최고의 전초전인 동시에 한국배구연맹(KOVO)이 야심 차게 준비한 진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비시즌 준비한 비디오판독 신규 규정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각 팀에 세트당 1회 주어지는 판독 기회를 2회로 늘린다. 또한 판독의 종류를 중간 랠리 판독과 최종 랠리 판독으로 세분화하며, 경기 시간 절감을 위한 그린카드 제도도 도입된다. 경기 내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이자, 이번 KOVO컵의 색다른 관전포인트다.

김세진 KOVO 운영본부장은 “연맹 전체가 글로벌 KOVO를 외치고 있다. 이번 변화는 우리만의 기존 규정을 국제배구연맹(FIVB) 룰과 일치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육지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갈라파고스 제도’를 떠나 널찍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단계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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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 및 심판진이 비디오판독을 위해 경기 리플레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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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심판위원장도 “비디오판독을 우리가 FIVB보다 먼저 시행했다. 우리 기준으로 먼저 규정을 만들다보니 그 다음 생긴 국제 룰과 어쩔 수 없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걸 맞춰가는 단계”라며 “도입 당시에는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데 초점을 둬서 판독 기회를 1회만 부여했다. 하지만 이제 기술의 정확성과 속도가 향상됐다. 판독 신청 횟수 증가로 구단은 물론, 오심에 대한 압박감을 받는 심판들도 조금은 편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중간 랠리와 최종 랠리 판독 구분에 대해서도 최 위원장은 “기존에는 최종 판정이 나와야 중간 랠리에 대한 것도 판독 신청을 받았다. 그렇게 하면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서 팀이 요청한 바로 그 시점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 시간이 든다. 심판들이 확인한 시점이 실수로 달라질 때도 있었다”며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확실하게 상황을 짚고 넘어감으로써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있다. 속공 상황 혹은 네트 앞에서 찰나에 주고받는 공수 교환 과정에서는 중간 랠리와 최종 랠리의 구분이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최종 랠리가 끝나고 나면 중간 랠리에 대한 판독은 요청할 수 없다는 규정도 새롭게 생기기 때문에, 찰나의 이해관계에 따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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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 선수단이 심판을 향해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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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대기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구단의 판독 요청 타이밍을 잘 확인해야 한다. 판독 신청 의사를 최종 랠리 종료 전에 밝힌 게 확인됐다면, 유연성을 발휘해 제도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 밝혔다.

경기 흐름 유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판독 신청 횟수가 늘어난 데다가, 중간 랠리에 대한 판독 신청이 들어오면 즉시 랠리가 멈추기까지 한다. 게다가 주심이 직접 요청하는 비디오판독도 유지된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쉼표들이 찍힐 수 있다. 이미 그렇듯, 더 전략적으로 이 규정을 활용하는 구단도 생길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FIVB는 야구의 피치클락과 유사한 타임클락(랠리와 다음 랠리 사이 제한 시간)을 사용 중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고려는 하고 있지만, 이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민한 문제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적응기 없이 곧바로 도입하기는 어려운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컵 대회 등을 치르면서 실제로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단 진행되는 판독 과정에 있어서 최대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판 및 운영진의 원활한 운영 능력에 초점을 맞춰 매끄러운 진행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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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주심이 경기 도중 경고 판정을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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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드 제도도 시간 단축과 경기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경고를 주는 옐로 카드와 달리 이 카드는 선수들에게 주는 일종의 포상 개념이다. 비디오판독 신청이 들어왔을 때나, 심판의 오심이 나왔을 때 선수가 먼저 자신의 파울 혹은 터치 사실 등을 인정하고 손을 든다면, 바로 그 선수에게 그린카드가 주어진다. 이 그린카드를 집계하여 추후 페어플레이상, 상금 등의 보상이 주어진다. 페어플레이 가치 제고와 경기 시간 절감,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제도다.

최 위원장은 “이탈리아 리그에서 제일 처음 시행했고, FIVB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꽤 실효성이 있다고 들었다. 그린카드가 주는 보상이 확실해야 한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며 “심판 경험을 되돌아보면 우리나라 선수들도 비디오판독이 도입된 후, 파울을 인정하는 경우가 꽤 많이 늘었던 기억이 있다. 곧장 자리 잡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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