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이하 KPGA)가 지난 해 챔피언스투어에서 발생한 부정 행위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시끄럽다.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한 제재 당사자가 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상급 기관인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 의뢰해 협회의 근간을 흔들 대형 스캔들로 확산될 조짐이다.
사건은 지난 해 10월 열린 챔피언스투어 경기에서 발생했다. 아래의 사건 내용은 동반 경기자들의 진술서에 기초해 작성됐다. A프로는 최종라운드 도중 5번 홀에서 티샷을 두차례나 OB 구역으로 날린 뒤 세 번째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냈다. 동반 경기자인 B프로는 진술서를 통해 “A프로의 첫 번째 티샷은 푸시 슬라이스가 크게 나서 오른쪽 숲속 OB구역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2구도 막창이 나면서 OB가 났다”며 “원구가 살아있을지 몰라 A프로, 다른 동반 플레이어와 함께 제한 시간인 3분이 넘게 찾아보았으나 볼이 없음을 확인하고 다른 경기자들과 함께 세컨드샷 지점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프로는 낙구 예상 지점보다 50여m 못 미친 뒤쪽 러프 지역에서 볼을 찾았다며 동반 경기자인 C프로에게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A프로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마커인 B프로에게 확인 요청을 해야 했으나 평소 친분이 있는 C프로를 부르며 “볼 여기 있다. 여기에 박혀 있네. 드롭할게”라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마커인 B프로는 A프로가 알까기를 하는 것을 분명히 봤다고 진술했다. 동반 경기자인 D프로 역시 사실 확인서를 통해 A프로의 알까기 행동을 봤다고 증언했다. D프로는 “5번 홀 세컨드샷 지점에서 서 있을 때 C프로가 ‘찾아봐도 볼이 없었는데 왜 거기에 볼이 있다는 거야? 저 형은 왜 저래. 알까기 했네. 참 나! 그 것도 기술이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C프로는 A프로의 원구를 확인해 준 동반 경기자다.
A프로는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챔피언스투어 프로들 사이에선 “A프로가 알까기로 우승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A프로는 당시 상황에 대해 B프로와는 다른 주장을 했다. A프로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우리 조 캐디가 포어 캐디에게 무전을 해 사실 확인을 했는데 볼을 못봤다는 답이 왔다. 그래서 잠정구를 치고 경기를 진행했다”며 “원구가 나무를 맞고 들어와 러프 지역에 있는 걸 확인하고 C프로에게 확인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A프로는 이어 “그날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때 경기위원이 문제를 제기할 사안이 있는 지를 물었다. 당시 동반 경기자중 이의를 제기한 프로는 없었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그 때 클레임을 걸었어야 했다. 프로 회원증을 걸고 책임 소재를 밝히자.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지자”고 주장했다.
회장이 바뀐 후 신임 집행부의 임원이 된 A프로는 자신의 부정 행위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자 마커인 B프로, “암탉이 알을 까지 수탉이 알을 까나”란 발언을 한 E프로를 유언비어 유포 및 권위 실추로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 A프로가 평회원이 아닌 협회 임원이란 직위 때문에 상벌위의 조사가 공정하고 엄격하게 이뤄졌을 지는 의문이다. 이는 상벌위원 한 명이 제소 대상자를 회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이 상벌 위원은 E프로에게 "A프로에게 사과한다면 제재를 철회하겠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KPGA는 지난 4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B프로와 E프로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상벌위원회는 징계 사유에 대해 “B프로는 본인 스스로 해당 부정 행위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일부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응방식이 매우 미흡하였고 결과적으로 협회 내부에 논란을 일으키고 분쟁으로 비화되게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으로 경고조치 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 사유가 부정 행위의 진위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B프로는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했다. 그리고 조사 요청서와 사실 확인서 등 증거 자료까지 제출하며 협회에 여러 차례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스포츠윤리센터에 이번 사건을 의뢰해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재심을 요청했다가 기각당한 E프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실 공방중인 A프로와 B프로 모두 취재 과정에서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생각임을 밝혔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한쪽은 반드시 거짓 주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체육계 비리 척결에 대한 움직임이 강한 요즘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알까기 진위 여부를 떠나 A프로의 우승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원구를 찾는데 3분이 넘는 시간을 썼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볼을 찾느라 진행이 밀려 뒷 팀이 5번 홀 티잉 구역에 도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티업 간격이 7분 임을 고려할 때 A프로는 볼을 찾는데 3분 이상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반 경기자인 D프로의 진술서에도 드러난다. D프로는 “‘A프로가 18번 홀로 이동하는 카트 안에서 C프로에게 ‘(5번 홀에서 볼을 찾느라)내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거 아니냐?’하고 물으니 C프로가 ”이번 한번만 봐줄게. 형‘이라고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골프 규칙상 3분이 지나도록 공을 찾지 못하면 그 공은 로스트 볼로 처리된다. A프로의 경우 잠정구를 쳤으니 잠정구로 플레이를 이어 나가야 했다. 3분이 지나서 찾은 공을 스트로크 했다면 잘못된 공(오구)으로 플레이 한 것이다. 벌타를 받고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잘못된 공을 스트로크 하고 나서 시정하지 않고 다음 홀 티샷을 하면 실격이다. A프로는 6번 홀에서 티샷을 했기 때문에 그 순간 실격이며 우승도 취소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시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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