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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한국 센터백 최초 EPL 데뷔 앞둔 김지수 "'제2의 김민재'보단 나만의 스타일로 우뚝 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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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PL 데뷔를 앞둔 19세 중앙 수비수 김지수. 사진 브렌트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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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퍼드 1군에서 첫 시즌을 시작한 중앙 수비수 김지수(19)의 당찬 포부다. 우선 첫 목표는 달성했다. 김지수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열린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3라운드(32강) 레이턴 오리엔트(3부)와의 홈 경기(브렌트퍼드 3-1승)에서 후반 32분 교체 투입돼 그토록 고대하던 1군 무대를 밟았다. 브렌트퍼드에 입단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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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는 1차 목표였던 브렌트퍼드 1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 브렌트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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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8세의 나이로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김지수.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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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는 18세였던 지난해 6월 브렌트퍼드와 4년 계약을 맺었다. 한국 선수가 10대의 나이에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건 그가 처음이다. 김지수는 입단 이후 줄곧 B팀(2군)에서 뛰다가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6월 1군으로 올라왔다. 2024~25시즌 EPL에 등록된 한국 선수는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32)과 울버햄프턴의 황희찬(28) 그리고 막내인 김지수 3명뿐이다.

최근 브렌트퍼드의 연고지인 영국 런던 서부 하운슬로에서 만난 김지수는 "낯선 영국에서 보낸 지난 1년 여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행히 축구는 물론 영어에도 잘 적응해 1군에 승격했다. 이제 웬만한 영어는 알아듣고, 간단한 농담도 할 줄 안다"며 빙긋이 웃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선수들이 우러러보는 '꿈의 무대'인 EPL에서 뛴다고 생각을 하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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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는 EPL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우는 꿈을 꾼다. 사진 브렌트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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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생인 김지수는 앞으로 한국 축구의 수비를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그래서 별명이 '제2의 김민재'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김민재를 빼닮았다. 당당한 체구(키 1m92㎝, 몸무게 84㎏)에 패스 능력은 물론 축구 지능이 뛰어나다. '대형 센터백'이 갖춰야 할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일찌감치 A대표팀에 뽑혔고,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했다.

무엇보다도 김지수의 강점은 '괴물 수비수' 김민재(1m90㎝, 88㎏) 못지않은 탄탄한 체격이다. 여기에 패스와 킥 능력도 수준급이다. 토마스 프랭크 브렌트퍼드 감독은 연습 경기에서 김지수에게 후방 빌드업을 맡겼다. 김지수는 지난 18일 1군 데뷔전에서도 17차례 패스를 시도해 16개를 성공시켰다. 패스 성공률이 94%나 됐다. 경기 흐름을 읽고 먼저 움직여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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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민재'로 불리는 김지수.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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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토트넘 방한 경기 후 선배 손흥민(오른쪽 둘째)에게 격려 받는 김지수(왼쪽 둘째).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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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는 "유럽엔 체격과 힘이 압도적인 '괴물 공격수'들이 많다. 한국에선 강하게 밀면 상대 공격수가 위축됐는데, 여기선 죽을 힘을 다해야 간신히 싸움이 된다"면서 "유럽에 와서 뛰어보니 (김)민재 형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깨달았다. 한마디로 중앙 수비수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갖췄는데 그런 선수와 견주기엔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재 형의 플레이를 연구하고 흡수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겠다. 내 강점은 상대 움직임을 예측한 뒤 뒤로 물러서서 막는 것이다. 수비라인을 이끄는 '커맨더형 수비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컵 대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1군 데뷔전을 치른 김지수는 EPL 무대에서도 데뷔하는 게 목표다. 브렌트퍼드의 다음 경기는 21일 EPL 5라운드 원정경기인데, 마침 상대가 토트넘이다. 김지수는 "만약 토트넘전에서 출전 기회가 온다면 겁먹지 않고 (손)흥민이 형과 멋있는 대결을 펼치고 싶다. 흥민이 형은 세계적인 공격수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는 게 수비수의 임무 아닌가. 유니폼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서 돌파를 막겠다"며 "경기가 끝난 뒤엔 흥민이 형과 유니폼 교환을 하고 싶다.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가슴이 뭉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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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는 브렌트퍼드 공 들여 키우는 차세대 대형 센터백이다. 사진 브렌트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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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앙 수비수가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은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만약 그가 올 시즌 1군 경기에 나선다면 중앙 수비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김지수는 "어떤 분야든 '1호'는 자랑스러운 일인데 EPL에서 한국인 최초의 기록을 꼭 세우고 싶다"면서도 "시즌 초반인 데다 아직 10대이기에 조바심을 내진 않겠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뛰면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런던=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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