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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김종국·장정석 사태' KIA 위기론? 꽃범호의 '형님 리더십'이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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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에 패하고도 한국시리즈 직행 확정하고 기뻐하는 KIA 선수단.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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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에게 꽃다발 건네는 송호성 KIA 구단주.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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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2024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시즌 전 사령탑인 김종국 감독이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이 구속 영장까지 청구하자 KIA는 김종국 감독을 경질했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하루 전에 벌어진 일이다. 진갑용 코치가 대신 스프링캠프를 지휘한 가운데 KIA는 급히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서야 했다.

새 사령탑 선임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나돌았지만, KIA의 선택은 내부 승격이었다.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낙점한 것.

이로써 국내 프로야구에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 탄생했다. 1981년생인 이범호 감독은 올해 KBO리그 최고령인 1982년생 추신수(SSG 랜더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김강민(한화 이글스)보다 고작 한 살 많다.

현역 시절 '꽃범호'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 감독은 2011~2019년 KIA의 중심 타자로 활약했고, 은퇴 후에는 KIA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특히 퓨처스(2군) 감독과 1군 코치를 지낸 만큼 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KIA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다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40대 초반인 '초보 감독'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며 우려를 기대로 바꿨고, 결국 KIA를 7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KIA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패하면서 정규시즌 1위 확정 매직 넘버를 모두 지웠다.

KIA가 정규시즌 1위에 오른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7번째다.

단일리그 체제에서 부임 첫 해 정규시즌 1위를 이끈 건 이 감독이 2005년 선동열 전 삼성 감독, 2011년 류중일 전 삼성 감독에 이어 3번째다.

이 감독은 타이거즈에서 뛴 선수 출신으로는 KIA를 정규시즌 1위로 이끈 최초의 사령탑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타이거즈는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1989년 단일리그 출범 후 1991년, 1993년, 1996~1997년, 2009년, 2017년에 이어 7번째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에는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이끈 '명장' 김응용 전 감독, 2009년에는 조범현 전 감독, 2017년에는 김기태 전 감독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아우른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다만 김응용 전 감독은 KBO리그에서는 선수로 뛰지 않았고, 프로 선수 출신인 조범현 전 감독과 김기태 전 감독 역시 현역 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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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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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과 이범호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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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만끽하는 KIA 선수들.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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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김종국·장정석 사태'로 위기에 빠진 KIA를 구하며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감독으로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며 수평적인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했고, 선수들에게는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특히 '양현종 백허그'를 통해 냉철한 승부사이면서도 따뜻한 형님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1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9대3으로 앞선 5회초 2사 1, 2루 상황에서 이 감독은 선발 양현종의 교체를 지시했다. 아웃 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만큼 양현종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후 이 감독의 행동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감독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온 양현종에게 다가가 장난스럽게 '백허그'를 하며 위로했다. 양현종은 좀처럼 기분을 풀지 못했지만, 이 감독은 양현종을 계속 안은 채 달랬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선수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먼저 다가가 포옹까지 하며 달랬다. 이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때로는 엄격한 '맏형'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김도영을 비롯한 박찬호, 나성범, 소크라테스 등 주전들이 기본기를 망각한 실수를 저지르면 과감히 교체했다. 공정한 처분을 내리면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기에 불만은 없었다.

이 감독의 '형님 리더십'으로 똘똘 뭉친 KIA는 이제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부임 첫 해 통합 우승을 이룬 것도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 전 감독뿐이다. 이 감독의 부임 첫 시즌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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