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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韓 유일 2관왕, 초대 MVP 등극…3관왕 도전 질문에는 "오늘만 즐기고 리셋"[파리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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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2024 파리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MVP로 선정된 사격 박진호. 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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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2관왕' 박진호(47·강릉시청)가 패럴림픽 선수단 MVP(최우수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MVP로 박진호가 선정됐다고 10일 발표했다. 박진호는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와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에서 2관왕에 올랐다.

박진호는 기자단 투표 36표(유효 투표 29표, 기권 및 미투표 7표) 중 23표를 획득했다. 보치아 정호원이 5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김황태가 1표로 뒤를 이었다.

패럴림픽 선수단에 MVP 제도를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MVP에게는 후원사인 토요타 코리아에서 5000만 원 상당의 차량을 부상으로 지급한다.

한국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2관왕에 오른 박진호는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혔다. 보치아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과 탁구 김기태(서울특별시청), 김영건(광주광역시청)도 금메달을 1개씩 획득했다.

MVP 발표 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만난 박진호는 "MVP 제도 이번에 처음 생겼는데, 대한민국 선수단에서 MVP가 된다면 가문의 영광이죠"라며 "가장 공헌도가 높다는 뜻이니까 영광일 것 같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부상으로 주어지는 도요타 코리아 차량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생각해 보진 못했다.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며 씨익 웃었다.

박진호는 사격 경기가 열린 소도시인 샤토루에 있다가 뒤늦게 파리에 왔다. 그는 "샤토루와는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예쁜 건물도 많다"며 "정말 파리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다른 나라 같다. 아직 정신이 없지만 아름다운 곳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박진호가 지나가자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사진 요청 세례가 쏟아졌다. 파리 시민들은 박진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축하해(congratulation)"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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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에서 박진호에게 사진 요청 세례가 쏟아졌다. 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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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랭킹 1위에 오른 박진호는 올해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5관왕에 오르며 '월드 클래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박진호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게 한이었다. 2020 도쿄 대회 당시 복사 종목에서 단 0.1점 차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

이후 3년간 절치부심한 그는 파리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명중했다. 사격 선수로서 모든 걸 이룬 순간이었다.

박진호는 "주변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었다"며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2관왕이)가능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장애인 사격 'GOAT(Grsatest Of All Time)'라고 불러도 되겠냐는 말에는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처음 운동을 접하면서 들은 글귀가 있다.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멈추면 도태는 시작된다'는 말이다"라며 "몸이 받쳐지는 한 계속 운동할 생각인 만큼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메달을 딴 뒤에도 박진호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렇게 침착한 편은 아닌데 사격을 하면서 침착해졌다"며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면 표정이 굳어진다. 당황했던 게 침착해 보이지 않았나"라고 껄껄 웃었다.

마지막 50m 복사 종목에선 6위에 머물며 아쉽게 3관왕을 놓쳤다. 경기를 앞두고 감기 몸살에 시달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는 "첫 메달을 따고 나서 많은 분들이 반겨주셨다. 오늘처럼 사진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날 이후부터 조금씩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두 번째 금메달을 딴)소총 3자세 경기를 하는 날 오전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약을 먹고 다행히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체온이 38도까지 오르더니 복사 경기를 하는 날 새벽에는 40도가 넘더라"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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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MVP로 선정된 사격 박진호. 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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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진호는 아쉽지 않았다. 그는 "약간의 부족함을 남기고 가는 게 다음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며 "지금의 2관왕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씨익 웃었다.

다음 목표가 3관왕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잡는 건 내게 도움되지 않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첫 경기가 끝나면 오늘만 즐기고 리셋이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맞는 말이다"라며 "일단 가족들, 친구들과 2관왕의 기쁨을 즐기고, 이후 잊을 수 있으면 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호는 체대 출신으로 25살이었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었다. 재활을 하던 그는 의사의 권유로 총을 잡았다.

그는 "다친 뒤 병원에 있을 때 사회복지학과를 찾아갔다. 상담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생각했다"며 "(체대생이라)어려서부터 운동만 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사격을 추천받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학을 전공하면서 여러 종목을 접해봤는데, 그중에서도 총에 끌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친 뒤에는 큰 누나 박경미 씨가 지극정성으로 그를 돌봤다. 박진호는 "내가 다치고 난 다음날 누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병간호를 해주셨다. 무릎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어린 조카를 봐주고 계신 상황이었다. 누나가 다친 뒤 2년 넘게 제 옆에서 함께 해주셨다"며 "아파트를 따로 얻어서 누나와 같이 살았다. 본가가 단독주택인데 3층이라 내가 생활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양쪽 집 살림이 힘드셔서 한 집으로 합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메달을 딴 뒤)큰 누나가 가장 많이 좋아해주셨다. 부모님과 가족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며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다치기 전 사격을 접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군대에서 사격을 처음 접했다. 군대에서도 총을 잘 쐈다"며 "저격병은 아니었지만, 저격 집체 교육을 6개월 동안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총을 잡은 뒤 인생이 바뀐 그는 '장애인에게 체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건강을 위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처음에는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운동을 하면서 나름의 사회생활이 다시 시작됐다"며 "요즘은 (체육을)시작할 여건이 좋아졌다. 열심히만 한다면 다시 사회로 복귀할 기회가 많다. 무엇보다 몸을 위해서 집에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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