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7 (화)

홍명보 “야유 처음이라 당황...비난은 감독에게, 선수들에겐 응원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7일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 훈련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에 동메달을 안긴 축구 영웅은 야유의 대상이 됐다.

지난 5일 한국(FIFA랭킹 23위)과 팔레스타인(96위)의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첫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전광판에 홍명보(55) 축구 대표팀 감독의 얼굴이 뜰 때마다 ‘우~’하는 소리가 그라운드를 채웠다. 대표팀을 맡지 않겠다고 공언하다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아 팬들의 분노를 자아낸 홍 감독은 승리로 여론을 돌려보려 했지만, 이날 한국은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며 0대0으로 비겼다. 홈에서 거둔 무승부는 앞으로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여정이 가시밭길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후 11시 오만(76위)과 벌이는 B조 2차전은 홍 감독에겐 운명이 걸린 경기가 됐다. 한국 축구사에 ‘오만 쇼크’란 말은 2003년 10월에 열린 중국 아시안컵 최종예선 오만 원정 경기를 말하는데 당시 한국은 졸전 끝에 0대1로 패했다.

이번 2차전에서 또 한 번 ‘오만 쇼크’가 발생한다면 홍명보 감독은 벼랑끝에 서게 된다. 한국은 이라크와 요르단, 오만, 쿠웨이트, 팔레스타인과 한 조에 속해 있는데 1차전 결과 이라크가 오만을 1대0으로 물리치며 승점3으로 선두에 오른 가운데 나머지 4팀은 무승부를 기록하며 혼전 중이다. 6팀 중 조 1~2위가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현지 시각으로 7일 정오에 오만 무스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표팀은 이날 오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운명의 오만전을 앞둔 홍명보 감독은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팔레스타인전 야유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처음이라 아무래도 당황스럽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며 한숨을 쉰 뒤 “비난이야 감독이 받으면 되지만, 우리 선수들에겐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거기(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논란)까지 연결하기보다는, 어차피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해야 하는거니까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전이 끝나고 김민재는 응원석으로 다가가 야유를 자제해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김민재는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면서, 팬들의 응원에 힘 받으며 뛰는 선수”라며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한 이런 것들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붉은 악마 응원단은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번 오만전부터는 “홍명보 나가!”와 같은 비난 구호는 외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손흥민과 이강인 등 한국 선수들은 “팬들의 아쉬움은 알지만 경기장에선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