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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유어 아너' 김명민 "드라마는 시대를 막론하고 정서를 건드릴 수 있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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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유어 아너' 김명민 / 사진=심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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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제가 시청률이나 이런 면에서 무딘 편입니다. 제가 옛날 사람이다 보니까 '1.7%? 뭐야, 이게 시청률이야?' 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보신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시청률에 비해 관심도가 높다 보니까 요즘은 이런 흐름이구나를 느꼈어요. 기분이 좋았고 제가 요즘 흐름을 빨리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 김명민은 '유어 아너'에 대한 주변 반응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KBS1 '불멸의 이순신'(2004), MBC '하얀거탑'(2007), '베토벤 바이러스'(2008) 등으로 시청률 20~30%를 기록했던 그에게 현재 '유어 아너'의 시청률 한 자릿수 성적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주변의 관심도가 높은 것을 체감한 김명민이다.

김명민의 열연으로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연출 유종선)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를 그렸다. 김명민은 극 중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김강헌 역을 맡았다.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송판호(손현주)와 팽팽한 대결 구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명민은 "현주 형님은 저보다 먼저 캐스팅이 되어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해보니까 왜 '대배우 손현주구나'를 알게 됐다. 극 중 현주 형이란 대배우를 제가 찍어눌러야 하기 때문에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위압감을 풍기기 위해 매니저한테 부탁해 1000칼로리 넘는 햄버거를 여러 개 먹고 다음날 촬영하러 나갔다고 밝혔다. 그렇게 7~8kg을 증량했다.

김명민은 김상혁 역의 허남준에 대해 "남준이와는 극 중 접점이 많이 없었다. 본인도 디렉션을 받고 고민이 많았던 터라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했더라. 저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다가가며 그런 쪽으로 도와주려 노력했다. 근데 슛 들어가면 (연기에) 미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저는 남준이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주식이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다"라고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작품에서 메소드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김명민은 "스태프들이랑 공감해가면서 숏 들어갈 때만 연기했다"며 "배우들끼리도 호흡을 맞춰야 하고 스태프, 조명 다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거기서 극 중 우리 가족이 초상집 분위기라고 감정에 빠져 있으면 안 되니까"라고 말했다.

김명민은 자신이 연기한 김강헌에 대해 "김강헌은 개과천선한 인물이다. 자기 정체성과의 싸움이다. 김강헌이 무서울 건 아무것도 없다. 이 사람이 지켜야 할 건 오로지 가족뿐이다. 김강헌은 3년이란 복역 생활을 끝내면서 과거를 청산하겠다고 하니까 폭력조직들이 여기에 반발을 하는 거다. 복역을 하고 나와서는 깨끗한 그룹으로 거듭나려는데 출소를 앞둔 그 시기에 아들이 죽은 거다. 김강헌으로서는 모든 게 꼬인 셈"이라며 "제가 파악했을 때는 정말 외롭고 힘든 인물이다. 정작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김강헌은 그 안에서 갈등이 많았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아들의 죽음을 겪는 김강헌을 연기하며 힘들었던 점으로, 소리를 지르지 않고 속으로만 삼켜야 했던 점을 꼽았다. 김명민은 "저는 김강헌의 입장에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김강헌이었다면 더 했을 거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그렇게 되면 참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여러분이 김강헌 같은 권력자였으면 그 생각이 충분히 공감이 될 것 같다"며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최대한 안으로 슬픔을 삼키고, 내재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라. 집에 가면 제대로 표현이 안 된 것 같아 찝찝하더라. 김강헌으로서 슬픔을 누르고 삼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명민에게는 2004년생 아들이 있다. 현재 입대를 앞둔 아들의 근황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명민은 "지금은 대학생이다. 예전에 아들이 골프를 했고 제가 일 나가면서 지원해줬다. 마지막에 상비군까지 올라가고 했는데 마지막에 멘탈이 좀 나가고 성적이 안 나왔다. '때려쳐' 했는데 진짜 때려치더라"라며 "그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하니까 힘이 많이 들었나보다.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날이 줄었다. 엄마와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저는 아들과 소통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같이 시간을 보내자 생각해서 3박 4일 동안 같이 게임만 한 적이 있다. 그뒤 같이 여행을 떠났다. 그때 지식이 많이 쌓여서 지금은 서로 불편하거나 아들이 우울할 때 게임에 대해 얘기하면 술술 나온다. 지금도 그렇게 의사소통을 하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가장 친한 친구 같은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수많은 작품을 찍은 김명민도 "가족들한테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란 말을 잘 못한다. 여럿이서 보는 게 좀 민망하고 쑥스럽다. 화면에 나오는 제 모습이 어색하더라"라고 고백했다.

그런 김명민에게는 작품과 관련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다. 그는 "드라마는 시대에 따라 여러 장르가 나온다.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열광하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드라마들이 나온다"며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는 정통성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 불문하고 인간의 감정을 통과하는 게 정통성이라 생각한다. '유어 아너'가 그런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아버지, 부성애 같은 걸 보면 그렇다.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힘은 시대를 막론하고 여러분의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모래시계' 같은 작품들이 좀 그립다. 지금 나와도 시청률 면에서 밀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못 보더라도 저라면 정통성이 통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눈 안 떼고 볼 것 같다. '유어 아너' 같은 작품들이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유어 아너'의 결말과 시즌2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명민은 "우리나라 시청자 분들은 정확하게 결말이 나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권선징악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 드라마는 그런 결말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각자의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것을 작가님이 어떻게 마무리할 지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다. 6개월 정도 각자 살아왔던 캐릭터들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섭섭함과 아쉬움이 남아있는 것 같다. 뭔가 선명하게 딱 끝을 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각자 다른 사연을 하나의 공식으로 딱 맺어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열렬히 원하시면 시즌2를 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시즌1만한 시즌2 없다는 속설이 있지 않나. '유어 아너'라는 명예로움이 시즌1에서 끝날 수 있다면 좋겠다.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더 열심히 대본 작업도 하고 치밀하게 해서 만들지 않을까. 시즌2란 쉽지않은 작업인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김명민은 차기작으로 '더블 스파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51세가 된 김명민은 작품을 고르는데 있어 '작품성'을 키워드로 삼는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적인 흐름이라거나 작품이 주는 느낌들을 먼저 보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힘든 신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런 걸 안 따졌다면, 지금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걸 따지는 것 같다. 앞으로 육체적인 힘듬을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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