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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벤투는 옳았고 홍명보는 틀렸다? 지나친 '의리 축구' [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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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울산 선수들 특혜 논란…억지 꿰맞추기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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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출항한 홍명보호가 이번엔 '의리 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 늘 각자의 기준에 따른 비판이 따르게 마련이나 최근까지의 흐름이나 현재 대표팀 상황을 두루 고려해보면 지나치고 억지스럽다.

지난 26일 홍명보 감독은 9월에 펼쳐질 팔레스타인, 오만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준비할 선수 명단 26명을 공개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핵심인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즈베즈다) 등을 변함없이 선발했다. 여기에 양민혁, 황문기(이상 강원), 이한범(미트윌란), 최우진(인천) 등 새로운 얼굴들도 차출했다. 홍 감독 표현대로 '안정 속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히는 선발이었다.

이 명단을 보며 일각에서는 '의리 축구'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주장의 요는 전현직 울산 HD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홍 감독이 지난 7월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울산 소속 선수들에게 보다 후한 점수를 줘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는 논리다.

이번에 소집된 26명 중 현재 울산 선수는 김영권, 조현우, 주민규, 이명재, 정우영 등 5명이디. 이동경은 올해 김천 상무에 입대했는데 원소속팀이 울산이다. 여기에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정승현(알 와슬), 박용우(알 아인), 설영우(즈베즈다) 등 울산 시절 활약을 발판함아 해외로 진출한 이들까지 함께 묶고 있으니 대략 10명쯤 된다.

사실 울산 선수들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것은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최근 2년 연속 K리그1 정상을 차지했고, 올 시즌도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이다. 국내 최고를 다투는 팀의 주축 선수를 국가대표에 차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 전북현대가 K리그를 호령할 때 녹색 전사들이 대표팀 중심이 됐던 것도 마찬가지다.

축구팬들에게 '벤버지'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헤어진 벤투 감독은 재임 기간 울산에서만 7명의 선수를 호출하기도 했다. 그때 벤투의 선택은 옳지만 지금은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이라는 접근은 동의가 어렵다.

최전방 공격수 주민규는 약 5개월 전인 지난 3월 A대표팀에 처음 승선했을 때 '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다'는 응원을 받았다. 보다 앞서는 K리그 최고 공격수를 왜 대표팀에 뽑지 않느냐며 벤투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던 축구계다. 그런데 지금은 '의리 축구' 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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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민규.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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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민규가 정점을 달릴 때에 비해서는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도 26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 2경기당 1개의 공격 포인트를 작성하고 있다.

국내 공격수 기근인 상황에서 대표팀 후보인 조규성(미트윌란)이 부상을 당했고, 오현규(헹크), 이영준(그라스호퍼)도 새 팀에 적응 중이기에 주민규의 선택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오세훈, 정승현, 박용우, 설영우 등도 전 소속팀이 울산이라는 점 때문에 '의리 축구'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정승현, 박용우는 이적 후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며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설영우도 유럽 무대에 안착했다. 대표팀 신임 감독 입장에서는 해당 선수들을 불러 기량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참고로, 박용우가 활약한 알아인은 2024 AFC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이다. 개인의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아시아 우승팀 중원의 에이스를 대표팀에 부르는 게 이상한 선택은 아니다.

세대교체를 위해 제외되어야 한다는 김영권, 정우영은 풍부한 경험으로 출항하는 홍명보호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들이다. 홍명보 감독의 축구 철학을 잘 안다는 점은 새롭게 출발하는 대표팀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25~6명의 선발 멤버들의 역할이 모두 필드 위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전 대표팀을 맡았던 감독들은 초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3월 임시 사령탑이었던 황선홍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백승호에게 중원을 맡긴 바 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KFA) 수뇌부의 수준 이하의 행정 능력 등은 비판받기 충분하다. 하지만 억지스러운 '의리 논란'에 특정 선수의 이름을 올리며 깎아내리는 것은 과하고 지나쳐보인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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