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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도 못해본 일본 고시엔 우승을…한국계 학교가 해냈다, 교가 논란도 잠재운 기적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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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교토국제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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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창단 첫 고시엔 우승으로 한일 양국 주목을 받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치러진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와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2-1로 승리하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 맛봤다.

0-0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 끝내기 패배 위기에서 벗어난 교토국제고는 10회초 무사 1,2루 승부치기에서 2점을 선취했다. 니시무카 잇키의 좌전 안타로 만루를 만든 뒤 가네모토 유고의 밀어내기 볼넷, 미타니 세이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냈다. 이어 10회말 좌완 에이스 니시무카가 마무리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왔다. 1점을 주며 2사 만루 위기에 처했지만 마지막 타자 사카모토 신타로를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고시엔 대회는 매 경기 승리팀이 교가를 부르는 전통이 있다. 이날 우승 후 교토국제고의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크게 울려퍼졌다. 일본에서 ‘일본해’로 부르는 한일간 바다를 ‘동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부정적이 의견이 있는데 고시엔 우승으로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되자 또 논란이 불거졌다.

‘닛칸스포츠’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도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후지모토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는 야구를 하기 위해 이 학교에 입학했다. 고마키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키워주신 고마키 감독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교가 논란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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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17년 차에 고시엔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고마키 노리쓰고 감독은 “처음 몇 년 동안 멤버 절반이 아마추어나 다름없었다. 실수를 하면 이길 수 없었다”고 과거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준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개교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재일교포들이 한국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아 학교를 설립했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에서도 공식 학교로 인가하면서 교토 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학생 수는 중고교 합쳐서 160명으로 약 80%가 일본 국적이다. 야구부는 61명으로 한국계 선수는 3명이다.

재학생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렸지만 1999년 야구부 창단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창단 첫 2년간 전패를 당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8년 고마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조금씩 성장했다. 은행원을 관두고 교토국제고 야구부를 이끈 고마키 감독이 부임 첫 해 지역 대회 3위에 오르자 학생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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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소네 카이세이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하면서 첫 프로 선수를 배출, 교토국제고의 위상도 올라갔다. 가능성 있는 야구 부원들이 조금 더 모였고, 전력을 차츰 키운 교토국제고는 2021년 처음으로 고시엔 4강 진출로 돌풍을 일으켰다. 2022년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지역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올해 창단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우승 쾌거를 이뤘다.

청춘의 열정과 낭만이 살아 숨쉬는 고시엔은 일본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프로야구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평일 낮 경기도 시청률이 20%를 상회할 만큼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는 전국 3441개 고교 야구팀이 지역 예선에 참가했고, 그 중 49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하나마키히가시고교 시절 두 번의 고시엔 본선에서 모두 1회전 탈락으로 눈물을 흘릴 만큼 고시엔 우승은 쉽지 않다.

이런 대회에 교토 남단 산 속에 위치한 작은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창단 25년 만에 정상에 올랐으니 만화나 영화에서 볼 법한 일이다. 학교 내 운동장은 네 면의 길이가 전부 70m가 되지 않아 타격 훈련을 할 때는 외부 훈련장을 빌려 써야 하고, 실밥이 터진 야구공에 테이프를 감고 연습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이룬 결과라 더욱 놀랍다. 하지만 작은 운동장에서 수비 훈련에 집중하며 기본기를 다졌고, 이번 대회 6경기에서 홈런 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1976년 알루미늄 배트 도입 후 지역 예선부터 홈런 하나 없이 고시엔을 제패한 최초의 팀이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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