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2 (목)

"헬조선에 사는 모든 계나에게"…'한국이 싫어서', 담담한 응원 (시사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스패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Dispatch=정태윤기자] 제목부터 강렬하다. '한국이 싫어서'. 계나(고아성 분)는 한국이 싫어서 떠났다. 여기선 더 이상 못 살겠어서,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아서.

누군가는 '헬조선'을 비관하며 도망가는 것처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계나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궁금해하며,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비난하는 작품이 아니다. 타국의 파라다이스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계나처럼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응원을 던진다.

"한국 사회의 고통과 고난을 세세히 표현하려 한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뉴질랜드를 낭만화하려 하지도 않았고요. 영화를 찍는 내내 계나에게 주문을 외웠어요.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고요. 이것이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장건재)

영화 '한국이 싫어서' 측이 21일 서울 CGV용산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 장건재 감독이 자리했다.

디스패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계나(고아성 분)의 이야기다. 계나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난다.

지난 2015년 출간된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장 감독은 책이 나온 그해 영화화를 결정했다. 이듬해 본격적인 대본 작업과 리서치를 진행했다.

장 감독은 "소설을 읽으면 이국의 냄새가 난다. 영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소설에서 느꼈다. 쓸쓸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통쾌함을 옮겨올 수 있을까. 질문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영화에는 헬조선의 상황들이 이어진다. 계나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 인천에서 강남까지 2시간 걸려 출근한다. 넉넉하지 못한 가족 환경과 만년 취준생 남자친구도 등장한다.

장 감독은 "한국 사회는 각자의 위치에서 지옥을 품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특히 계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시화된 존재다. 각자의 어려움이 있는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디스패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아성은 지극히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을 완성했다. 스스로를 경쟁력 없는 인간이라 칭한다.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며, 물려받은 것도 없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놓치면 영영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며 "청춘의 결기, 20대 후반의 지친 여성상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전했다.

무채색의 옷, 생기 없는 표정. 출퇴근하며 지나친 어느 누군가의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뉴질랜드에 정착한 계나는 전혀 달랐다. 피부색부터 묘한 활기를 띤 모습까지.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고아성은 "계나의 수년의 시간을 보여줘야 했다.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교포 메이크업과 실제 태닝을 하기도 했다. 의상도 다 현지에서 구입해 입었다"고 떠올렸다.

내면은 영화에 등장하는 책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을 토대로 완성했다.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은 온갖 역경을 겪고 따뜻한 남쪽 나라에 도착한다.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갔기에 잘살고 있다는 것이 책의 엔딩이다.

고아성은 "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면 두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계나도 펭귄처럼 홀로 역경을 헤쳐 타지에 정착했기에, 앞으로 더 잘 살 거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디스패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종혁은 계나의 유학원 동기 '재인'을 연기했다. 쪼리를 끌고 러프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 누구보다 작품에 빠르게 이입할 수 있었다. 6년간 뉴질랜드에서 유학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

그는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촬영지도 제가 학교를 다닌 곳이다. 촬영 중 우연히 학교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유학했을 때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털어놨다.

김우겸은 또 다른 청춘의 얼굴을 그렸다. 계나의 오랜 연인 '지명'으로 분했다. 지명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며 주어진 상황에서 균형을 맞추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김우겸은 "'부국제' 때 영화를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해도 계나의 행복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명이 원하는 행복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듯 행복의 정의는 계속 달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아성 역시 그러한 시선에서 연기하려 했다. "저는 계나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시는 분들의 의견은 반반이었으면 했다. 지명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있었으면 했다. 두 부류의 관객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디스패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결론적으로 행복의 정의를 묻는다. 행복을 찾아 떠났고, 행복의 정의를 질문한다. 그리곤 깨닫는다. 행복이란, 특별한 각성 상태가 아니라는 것.

"행복은 너무 과대 평가된 단어인 것 같아. 나는 배고프고 춥지만 않으면 행복하거든." (계나)

계나는 단순 명료하게 자신의 행복을 정의한다. 그 안에는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계나를 향한 응원이 담겨 있다. 부디 지금처럼 더 살아있으라고. 살아내라고.

"계나가 삶의 지반을 바꾸면서까지 하려 했던 시도가 뭔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계나에게 하는 주문이 있어요. 떠나는 계나에게 '살아있어야 된다', '살아남아야 한다'고. 이것이 제가 계나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장건재)

'한국이 싫어서'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

<저작권자 © 디스패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