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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분을 내도 좋은 기록이었다. 김도영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시즌 30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이미 전날까지 도루는 33개를 기록해 30홈런-30도루 조건에 도루는 채운 상황이었다. 홈런 하나가 참 안 나왔는데, 최근 들어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낸 김도영은 당찬 스윙 한 방으로 기어이 아홉수를 깼다. 올 시즌 리그 첫 30-30이자, 국내 선수로는 2000년 박재홍 이후 2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3-1로 앞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키움 선발 헤이수스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경기장을 반으로 쪼개는 타구 속도 171.8㎞, 비거리 134.6m(트랙맨 기준)의 홈런을 터뜨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역대 최연소(만 20세 10개월 13일·종전 박재홍 만 22세 11개월 27일), 역대 최소 경기(111경기·종전 에릭 테임즈 112경기) 30-30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모조리 자기 이름 앞으로 돌렸다.
잘 치고, 잘 뛰는 호타준족의 상징이지만 30-30은 점점 더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다. 멀리 치는 타자와, 잘 뛰는 타자가 어느 정도 분리되어 성장하기 때문이다. 리그의 특급 스타들도 이 두 가지를 모두 잡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올해 김도영의 ‘미친’ 페이스 때문에 이 기록이 쉽게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리그에서 김도영을 제외하면 현시점까지도 20-20조차 달성한 선수가 하나도 없다. 20-20에 그나마 가까이 있는 선수가 강승호(두산) 정도인데 16홈런-15도루다.
그렇다면 KBO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업적으로 남아 있는 40-40 도전도 가능할까. KBO리그 역사상 40-40을 달성한 선수는 김도영 이전에 최소 경기 30-30을 달성했던 2015년 에릭 테임즈가 유일하다. 테임즈는 당시 30-30을 기록한 뒤 도루와 홈런 페이스를 모두 끌어올려 48홈런-40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막바지까지 도루가 관건이었는데 도루를 채워 역대 첫 40-40 대업에 올라섰다. 그 이전도, 그 이후로도 40-40에 아주 근접했던 선수는 없었다.
김도영은 올해 그럴 수 있다. 김도영이 앞으로 부상 없이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산술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도루 개수는 43개다. 도루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2루를 훔칠 수 있는 주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욕심을 내면 도루 40개는 유력하다. 관건은 38개 수준인 홈런이다. 하지만 지금껏 특별히 홈런 가뭄이 길었던 적이 없고, 게다가 한 번 몰아치면 일주일에도 몇 개의 홈런을 쳤던 기억이 있다. 김도영에게 첫 40-40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범호 KIA 감독도 경기 후 “김도영의 최연소, 최소경기 30홈런 30도루 달성을 축하하며. 남은 기간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며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김도영은 15일 경기 후 40-40은 내려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스스로도 별 욕심이 없다고 했다. 30-30까지는 가시적인 목표였던 만큼 스스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40-40은 김도영의 버킷리스트에 없다. 김도영은 경기 후 “40-40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40도루도 솔직히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잘라 말했다. 최소 경기 30-30을 달성한 선수의 말치고는 맥이 빠지지만, 따지고 보면 또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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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내년에도 30-30을 목표로 하며 시즌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김도영은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이 3할을 목표로 시작할 것 같다”고 했다. 20-20이나 30-30은 어차피 김도영과 같은 팔방미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기록이다. 20-20이나 30-30을 위해 야구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 김도영의 관점에서 40-40은 어떻게 보면 보너스와 같은 기록이다. 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어쩌면 30-30을 빨리 달성한 것에서 안도하고, 이제부터는 팀의 목표를 위해 힘을 바치겠다는 인상도 짙다. 김도영은 “이제부터는 그냥 마음 편히 팀이 이길 수 있게 조금 가볍게 치면서 출루를 많이 해서 투수들을 괴롭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홈런에 목적을 두는 것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라 팀에 최대한 공헌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다.
사실 개인적인 목표는 이제 다 달성했다고 생각할 법한 시점이다. 별 이변이 없는 이상 자신의 시즌 첫 목표였던 3할 달성은 확실하다. 이미 시즌 타율 0.347을 기록 중이다. 30-30도 했다. 지금까지 공격 성적은 넉넉하게 쌓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팀 목표를 바라볼 때다. 김도영도 “앞으로 중요한 경기들이 남았으니까 오늘만 좋아하고 내일부터는 또 팀이 이길 수 있게 생각을 또 하고 경기를 준비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연히 그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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