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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양민혁을 향한 손흥민의 조언이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어린 나이부터 유럽에서 생활했던 손흥민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손흥민 역시 양민혁의 나이와 비슷했던 만 18세부터 유럽에서 이를 악물고 타지 생활을 견뎠다. 20대 초반까지 독일에서 활약하던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홋스퍼를 통해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한 이후 꾸준히 성장했고, 그 결과 현재 프리미어리그(PL)와 토트넘을 대표하는 공격수이자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손흥민은 10여년 전의 자신처럼 어린 나이에 유럽 커리어를 시작해야 하는 후배 양민혁을 향해 피와 살이 되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 것이다. 후배에게 겁을 주려는 게 아닌, 경험에서 비롯된 진심이 담긴 조언이라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최근 유튜브 채널 '맨 인 블레이저'와의 인터뷰에서 양민혁을 위한 경고 같은 조언을 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PL은 절대 방심하면 안 되는 무대라면서 양민혁이 PL에서 꾸준히 경쟁하려면 모든 것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민혁을 위한 조언을 부탁받은 손흥민은 "힘들 거다. PL에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적, 문화적, 신체적으로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입을 뗐다.
이어 손흥민은 "가족과 떨어진 상태지만 모든 게 완벽해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양민혁이 이 일로 겁을 먹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양민혁에게 현실적인 경고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뒤를 이어 PL에서 뛰게 될 후배를 위해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손흥민은 "이 경고가 양민혁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양민혁이 현재 K리그에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여기(PL)에는 기회를 위해 자리를 차지하려고 매일 같이 노력하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 그 선수들이 서로 포지션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양민혁이 '넥스트 손흥민', 혹은 '손(Son)의 아들(Son)'로 불리는 점에 대해서는 "난 아직 여기에 있다"며 미소를 지으면서도 "양민혁이 그 세대에서 최고가 되도록 도울 것이지만, 내 자리를 100% 줄 생각은 없다. 내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양민혁과 손흥민도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라는 점을 짚었다.
토트넘은 지난달 28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양민혁을 영입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30년까지다. 이적료는 비밀조항으로 인해 밝혀지지 않았으나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에 의하면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직행한 사례 중 최고액이다.
기존 최고 금액은 미트윌란으로 이적할 당시 조규성이 전북 현대에 안긴 260만 파운드(약 46억원)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점에서 양민혁을 이적시키면서 강원이 받은 이적료가 적어도 50억원은 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당초 양민혁은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에 합류했지만 양민혁이 강원의 출전, 득점, 공격 포인트는 물론 K리그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등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자 강원은 양민혁과 프로 계약을 맺으며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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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에서 유럽으로 직행했던 성공적 사례인 양민혁의 대선배인 이청용, 기성용과 비교해도 양민혁은 더하면 더했지, 모자란 것은 없다. 동나이대 양민혁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도 많지 않다. 손흥민이 같은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함부르크에서 뛰었고, 이강인도 발렌시아에서 고군분투 중이었다.
양민혁은 토트넘 외에도 다른 구단들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큰 고민을 하지 않고 토트넘을 선택했다. 양민혁이 토트넘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손흥민의 존재였다.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인 손흥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PL의 월드 클래스 공격수 등 수많은 훌륭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당연히 프로 선수를 꿈꾸는, 그리고 프로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한국 축구의 유망주들이 꼽는 롤 모델이기도 하다.
양민혁은 이런 손흥민의 존재가 자신의 이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손흥민이 현재 토트넘의 주장이기 때문에 토트넘으로 이적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쉽고, 같은 국적이라도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지 않는다면 쉽게 보기 힘든 손흥민이지만 토트넘에서 함께 뛰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토트넘을 선택한 이유로 자신의 존재를 꼽은 후배에게 손흥민은 무시무시한 경고를 날렸다. PL 도전을 절대 쉽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손흥민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손흥민 본인이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며 타지 생활이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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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 2008년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 차원에서 독일의 명문 함부르크SV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2009년 함부르크 유소년팀과 계약을 맺은 손흥민은 이듬해 개막을 앞두고 1군으로 콜업됐다.
2010-11시즌 함부르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손흥민은 이후 줄곧 유럽에서만 뛰었다. 함부르크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했고, 2015-16시즌이 개막한 이후 토트넘의 러브콜을 받아 커리어 처음으로 PL에 입성했다.
이번 시즌은 그가 프리미어리그에 오고 10번째로 맞이하는 시즌이다.
손흥민도 시작부터 적응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그는 이적 초반 에리크 라멜라와 주전 경쟁을 펼치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당시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가는 것으로 합의가 거의 이뤄졌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당시 토트넘 감독이 만류하면서 남았고 이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돼 지금 손흥민의 롱런을 이끌었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은 손흥민은 토트넘의 레전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는 데뷔 시즌에는 8골에 그쳤지만 이후 꾸준함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2021-22시즌에는 리그 35경기 23골을 넣으며 아시아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공동 득점왕이었지만 손흥민은 페널티킥 하나 없이 23골을 넣었기에 더욱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은 30대에 접어든 시즌에도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2022-23시즌에는 탈장의 영향으로 14골에 그쳤으나 지난 시즌 부활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양민혁에게 강한 어조로 경고를 한 이유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후배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게 될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언이다.
실제 프리미어리그에 직행한 어린 선수들 중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과거 중국의 덩팡저우, 일본의 이나모토 준이치로가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에 입단했으나 경쟁에서 철저히 밀리며 임대를 전전하다가 결국 고국으로 돌아갔다. 양민혁 역시 토트넘이라는 팀이 쉬운 팀이 아니란 점을 손흥민이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강릉제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006년생 양민혁은 여러 클럽의 유스 팀을 거쳐 지난 2022년 강원FC 산하 유스팀이 있는 강릉제일고로 오면서 점차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양민혁은 변성환 감독이 이끌었던 17세 이하 대표팀에 2022년 발탁되면서 축구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2023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 출전한 그는 전 경기 출전했다. 자신의 화려한 드리블 능력과 공격력을 처음 선보인 무대였다.
양민혁은 이에 강원 구단의 선택을 받아 2024시즌을 앞두고 준프로 계약을 맺고 1군 팀에 합류하며 윤정환 감독과 함께 했다.
양민혁은 준프로 계약으로 콜업된 U-22 자원이었지만, 이미 이를 넘어서 강원에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올시즌 양민혁은 26경기 출전해 8골 5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가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4달 연속(4~7월) 수상하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18세에 치른 데뷔 시즌에 공격포인트를 10개 이상 기록하면서 이미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는 이에 지난 6월 구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양민혁과 준프로 계약 6개월 만에 정식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프로 계약을 맺은지 얼마 되지 않아 토트넘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계약은 했지만 양민혁이 6개월 뒤 합류하면 판단할 것이며 지금은 머리 속에 넣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달 28일 팀K리그와의 친선경기에서 뛴 양민혁 관련 질문에 "(팀K리그 소속)상대 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는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해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 분명히 양민혁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에도 그 활약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현 소속팀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합류해서 어떻게 기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양민혁이 합류한 이후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은 현 소속팀과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잘 마무리하고 합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다행인 건 어린 시절의 손흥민과 달리 양민혁에게는 손흥민이라는 훌륭한 멘토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양민혁은 손흥민과 같은 팀에서 뛰면서 손흥민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손흥민의 존재는 이제 막 유럽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양민혁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 매체 'TBR 풋볼' 역시 "양민혁은 영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손흥민이라는 완벽한 멘토를 두고 있다. 손흥민은 한국에서 PL로 이적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고 있으며, 어디에 있든 성공을 거뒀다. 양민혁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손흥민만큼 양민혁을 이끌기에 적합한 선수는 세계 축구계에 없다"며 "양민혁이 올바른 태도로 임한다면 앞으로 수 년 안에 토트넘의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손흥민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편 손흥민은 자신의 멘토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호 한국인 선수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년간 활약한 박지성을 꼽았다.
손흥민은 "박지성을 주장이자 인간으로서 정말 존경한다"며 "그는 항상 모든 선수들을 챙겼다. 항상 박지성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시즌 토트넘엔 양민혁 외에도 아치 그레이(18), 마이키 무어(17), 루카스 베리발(17) 등 10대 후반 어린 선수들이 많다. 손흥민은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가세한 만큼 주장으로 더욱 모범을 보여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베테랑은 팀 훈련이나 미팅에 늦어서는 안 된다.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본받을 선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토트넘과 재계약 문제가 남아 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수차례 드러냈다. 마지막 답변에서도 그의 토트넘 사랑이 한껏 묻어난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기 위해 더 필요한 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매우 특별한 일이 될 것"이라며 다가올 시즌 우승컵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토트넘은 오는 20일 오전 4시 영국 레스터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다시 승격한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새 시즌 첫 공식경기를 치른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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