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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분노의 7년? 안세영, 선배들 빨래·청소 등 잡일 도맡는 등 악습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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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지난 7년간 대표팀 선배들의 빨래와 청소 등 잡일을 도맡아 하는 등 체육계 악습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SBS에 따르면 안세영의 부모는 지난 2월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소속팀에서의 재활과 전담 트레이너 배정 등을 요구하면서 선수촌 내 생활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을 요청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주니어 국가대표로 처음 태극 마크를 달게 된 이후 안세영은 막내 생활을 해온 7년 내내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줄을 갈았고, 방 청소와 빨래 등 잡일을 도맡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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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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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귀국한 안세영이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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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측은 일과 후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잡무로 피해를 받았다며 협회에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런 면담 내용을 대표팀에 전달했지만 대표팀 코치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점진적으로 고쳐가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악습을 고쳐가기 위해 협회에 호소를 했지만 개선되는 것이 없었다는 게 안세영 측의 주장이다.

앞서 안세영은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개인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충격 인터뷰를 전했다. 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대표팀과 동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당시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서 안세영은 “아시안 게임 이후 내 무릎 부상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낫기 힘들었다”면서 “대표팀이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조금 많이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사실상 대표팀 은퇴 혹은 다른 국적으로 귀화까지 염두에 두고 협회와의 갈등을 밝힌 뜻으로 읽혔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의 만 22세 선수가 대표팀 갈등으로 이같은 폭탄 발언을 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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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올림픽이 끝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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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양 측의 갈등의 골이 컸다. 안세영은 “협회는 (선수들의) 모든 것을 다 막고 있다. 어떤 면에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면서 “한국 배드민턴이 더 많은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온 것은 협회가 좀 더 뒤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에 무릎을 다쳐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오픈에 우승한 직후인 인도 오픈에선 우측 허버지 근육을 다시 다치면서 8강에서 기권했다. 이어 3월 프랑스 오픈 정상에 오른 이후 전영 오픈서는 준결승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번 파리올림픽은 안세영을 향한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안세영은 더욱 강인해졌고, 훨씬 더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안세영은 지난해 부상 이후 자신의 관리 등에 있어 대표팀의 접근 방식에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올해 초부터 안세영이 기복 있는 성적을 기록하면서도 대회 출전을 이어가자 일각에선 ‘혹사’ 등의 문제가 거론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비관론이 일기도 했다. 또한 협회와 안세영이 무릎 부상을 두고 오랜 기간 갈등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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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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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입장에선 협회가 자신의 부상 상태를 방임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힘든 상황을 통해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게 되면서 이런 아쉬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협회는 안세영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선수 관리를 충실히 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안세영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원칙 등의 문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추가 인터뷰로 갈등의 또 다른 원인이 드러나게 됐다.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8년부터 작심 발언을 준비했다”며 “제가 목표를 잡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분노였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구시대적인 악습의 폐해를 겪어왔던 게 사실이라면 안세영에겐 그 7년이 분노의 세월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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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논란이 커진 상황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미흡한 선수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고, 국제 대회 출전 규정 등 제도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안세영이 연봉과 계약금 상한제 등 연맹의 제도 탓에 세계랭킹 1위인 현재도 약 6100만원 정도의 적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계약 관리 규정에 따르면 고졸 선수의 입단 첫해 연봉은 최대 5000만원으로 제한되며 3년 차까진 연간 7% 이상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지난 2021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올해 3년 차로 접어들었다.

또한 안세영은 지난 시즌 월드투어 8개 대회 우승과 파이널 4강 진출로 상금 62만8020달러(약 8억6151만원)를 획득했다. 하지만 연맹이 스폰서 계약 등을 개인에게 할 수 없도록 제약하면서 상금 외에는 큰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했다. 여자 배드민턴 세계랭킹13위인 인도의 푸살라 신두는 광고료와 스폰서십으로만 710만달러(약 97억원)를 벌어들이며 안세영보다 10배나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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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은 신인 선수 연봉과 계약금 상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연맹은 논란과 별개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었다는 입장이다.

안세영도 잠행에 들어갔다. 올림픽 이후 2개 대회에 모두 불참한다. 이번 달 출전하기로 했던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 오픈과 전남 목포에서 개최하는 슈퍼 500 코리아오픈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소속팀 삼성생명은 안세영이 무릎과 왼쪽 발목에 부상이 있어 4주가량 휴식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민턴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서 해당 국제대회 2개에 모두 불참하는 선수는 안세영이 유일하다.

여러 논란들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안세영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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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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