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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 "양민혁 내 자리 물려받아? NO"…차디 찬 EPL 경쟁의 세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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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양민혁 입장에선 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조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이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32)이 내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하는 '18세 샛별' 양민혁(강원)에게 축구종가에서의 냉정한 현실을 얘기했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리미어리그 직행을 일궈냈지만 만만치 않은 여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뜻이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맨 인 블레이저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유튜브를 통해 손흥민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지난 2015년 8월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성한 손흥민은 어느 덧 프리미어리그 10번째 시즌에 접어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토트넘 생활 중 처음으로 양민혁이 입단해 한솥밥을 먹게 됐다. 양민혁은 토트넘과 8년 계약에 사인했으나 일단 올해까지는 현 소속팀인 강원FC에서 임대생 신분으로 뛴다.

이후 내년 초부터 토트넘에서 출전 기회를 노리게 됐다.

손흥민은 양민혁에게도 봐주지 않겠다는 자세를 분명하게 밝혔다. 양민혁 역시 엄연히 말하면 손흥민 자리에 도전하는 똑같은 윙어 경쟁자다. 숱한 주전 경쟁을 뿌리친 손흥민이 한 번 더 각오를 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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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내년 1월 토트넘 선수단에 합류하는 양민혁이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도록 돕겠지만, 순순히 자리를 물려주진 않을 거라며 선을 그었다.

손흥민은 '양민혁에게 북런던에서의 삶과 문화 등에 대해 조언해줄 생각이냐'는 질문에 "힘들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프리미어리그는 전혀 쉽지 않다. 톱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 피지컬, 인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 등 모든 게 완벽히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엄포로 들릴 수 있지만 현실이다. 양민혁처럼 18살에 독일로 건너와 산전수전 다 겪은 손흥민 입장에선 양민혁이 성공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린 셈이다.

손흥민은 "겁주려는 건 아니다. 양민혁에게 도움이 될 현실적인 이야기"라면서 "K리그에서 잘한다고 느끼겠지만, 여기서는 (양민혁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매일 같이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 그들이 서로 포지션을 차지하려 들 것"이라고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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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현실적인 경고'는 더욱 거세졌다.

그는 양민혁이 '넥스트 손'으로 언급되며 '손(Son)의 아들(Son)'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난 아직 여기 있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양민혁이 그 세대에서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도록 돕겠지만, 내 자리를 100% 물려줄 생각은 없다. 그대로 계승하게 두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물려받는 것은 없으며 자기 힘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실제 프리미어리그에 직행한 어린 선수들 중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과거 중국의 덩팡저우, 일본의 이나모토 준이치로가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에 입단했으나 경쟁에서 철저히 밀리며 임대를 전전하다가 결국 고국으로 돌아갔다. 양민혁 역시 토트넘이라는 팀이 쉬운 팀이 아니란 점을 손흥민이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양민혁은 지난달 28일 토트넘 이적을 확정 지었다. 그는 토트넘과 2030년까지 유효한 계약에 서명했으며, 강원에서 2024시즌을 모두 마치고 내년 1월에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다.

강릉제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006년생 양민혁은 여러 클럽의 유스 팀을 거쳐 지난 2022년 강원FC 산하 유스팀이 있는 강릉제일고로 오면서 점차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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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양민혁은 변성환 감독이 이끌었던 17세 이하 대표팀에 2022년 발탁되면서 축구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2023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 출전한 그는 전 경기 출전했다. 자신의 화려한 드리블 능력과 공격력을 처음 선보인 무대였다.

양민혁은 이에 강원 구단의 선택을 받아 2024시즌을 앞두고 준프로 계약을 맺고 1군 팀에 합류하며 윤정환 감독과 함께 했다.

양민혁은 준프로 계약으로 콜업된 U-22 자원이었지만, 이미 이를 넘어서 강원에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올시즌 양민혁은 26경기 출전해 8골 5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가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4달 연속(4~7월) 수상하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18세에 치른 데뷔 시즌에 공격포인트를 10개 이상 기록하면서 이미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는 이에 지난 6월 구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양민혁과 준프로 계약 6개월 만에 정식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프로 계약을 맺은지 얼마 되지 않아 토트넘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계약은 했지만 양민혁이 6개월 뒤 합류하면 판단할 것이며 지금은 머리 속에 넣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달 28일 팀K리그와의 친선경기에서 뛴 양민혁 관련 질문에 "(팀K리그 소속)상대 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는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해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 분명히 양민혁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에도 그 활약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현 소속팀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합류해서 어떻게 기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양민혁이 합류한 이후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은 현 소속팀과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잘 마무리하고 합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손흥민도 이번 양민혁 등 젊은 선수들의 입단 러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경쟁에서 이겨내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젊은 피들이 더 체력이 좋을 수는 있지만, 축구는 경험도 중요하다. 나도 열심히 노력할 거다. 나부터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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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10년차 손흥민이 따르고 있는 롤모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년간 활약하며 무수한 경쟁을 이기고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롱런에 성공한 박지성 전북 현대 고문이다.

손흥민은 "박지성을 주장이자 인간으로서 정말 존경한다"며 "그는 항상 모든 선수들을 챙겼다. 항상 박지성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시즌 토트넘엔 양민혁 외에도 아치 그레이(18), 마이키 무어(17), 루카스 베리발(17) 등 10대 후반 어린 선수들이 많다. 손흥민은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가세한 만큼 주장으로 더욱 모범을 보여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베테랑은 팀 훈련이나 미팅에 늦어서는 안 된다.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본받을 선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토트넘과 재계약 문제가 남아 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수차례 드러냈다. 마지막 답변에서도 그의 토트넘 사랑이 한껏 묻어난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기 위해 더 필요한 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매우 특별한 일이 될 것"이라며 다가올 시즌 우승컵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토트넘은 오는 20일 오전 4시 영국 레스터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다시 승격한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새 시즌 첫 공식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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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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