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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기록 ‘번쩍’ 든 ‘은메달’ 박혜정, ‘근대5종 첫 메달’ 성승민 [플랫][성평등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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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1·고양시청)이 올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값진 은메달을 바쳤다. 박혜정은 3년 전 도쿄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역도에 8년 만의 메달을 안겼다.

박혜정은 2024 파리 올림픽이 폐회하는 11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이 대회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 출전해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한국 신기록인 299㎏을 들어올려 2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합계 309㎏을 기록한 리원원(중국), 동메달은 288㎏을 든 에밀리 캠벨(영국)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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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 출전한 박혜정이 용상 1차시기에서 163kg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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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은 바벨을 머리 위로 한 번에 드는 인상에서부터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괴력을 뽐냈다. 1차 123㎏, 2차 127㎏을 가뿐하게 들어올린 그는 3차 시기 한국 기록보다 1㎏ 더 무거운 131㎏에 도전했다. 앞선 무게처럼 단번에 들진 못했지만, 기어이 역도를 머리 위로 올린 채 일어섰다.

바벨을 가슴에 얹었다가 머리 위로 드는 용상은 박혜정이 인상보다 더 잘하는 종목이다. 이 체급 용상 한국 기록도 박혜정(170㎏)이 보유하고 있다. 1차 시기 163㎏을 가뿐히 들며 메달에 가까워진 박혜정은 2차 시기 168㎏까지 거침없이 들어올렸다. 리원원이 2차 시기 173㎏에 성공해 두 선수 격차는 10㎏으로 벌어졌다. 박혜정은 이 차이를 인정하고 마지막 시기에 개인 최고 173㎏에 도전했으나 이날 처음 바벨을 떨어트렸다.

이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제2의 장미란’이란 수식어를 얻은 박혜정은 빠르게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겨루는 역사(力士)로 발돋움했다. 이 체급 최강자인 리원원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박혜정은 본격적으로 한국 역도 레전드 ‘장미란의 길’을 걷는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현역 시절 2004 아테네에서 은, 2008 베이징에서 금, 2012 런던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혜정은 장 차관 이후 12년 만에 탄생한 여자 역도 최중량급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장 차관처럼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도 여자 최중량급 세계 기록자 리원원이 버티는 이 대회에서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파리에선 시상대에 오르고, 4년 뒤 LA에선 시상대 꼭대기에 서는 것이 목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다.

박혜정에게 이번 올림픽은 암 투병 끝에 지난 4월 영면에 든 어머니를 위한 대회였다. 앞서 그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직후 태국으로 날아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에 참가했다. 시련 속에 파리행을 확정지었고,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번쩍 들어올렸다.

시상식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혜정은 “한국 선수단 중 마지막으로 메달을 딸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솔직히 부담됐는데, 메달을 따게 돼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밝은 표정이던 그는 시상대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혜정은 “솔직히 엄마 생각을 안 하려고 했는데 워밍업 때부터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 은메달을 목에 걸 땐 울컥했다”며 “지금도 엄마 얘기가 나오면 눈물이 나지만 계속 울 순 없다. 한국에 가서 엄마한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박혜정은 파리 올림픽에서 최중량급 절대강자로 불리는 리원원과 격차를 줄였다. 그는 “리원원 선수의 몸이 떨어진 상태인 것 같다”며 “4년 뒤엔 더 붙어볼 만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LA에선 국위 선양을 목표로 잡겠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날은 아버지, 언니와 함께 잠깐의 여유를 즐길 생각이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워준 가족에게 감사해한 박혜정은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다”며 활짝 웃었다.

▼파리|배재흥 기자 heung@khan.kr



‘근대5종 첫 메달’ 성승민 “4년 뒤에는 메달도 노랗게 염색할게요”


첫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른 성승민(21·한국체대)이 꺼낸 첫 마디는 “아 3등이다”였다.

아시아 최초의 여자 근대5종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자부심이었다.

성승민은 11일 프랑스 샤토드베르사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 결승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 경기 결과 총 1441점으로 전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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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 결승전 레이저런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성승민이 경기를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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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민은 취재진과 만나 구릿빛 메달을 어루만지며 “잊지 못할 첫 메달이다.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최초라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성승민은 수영 선수 출신으로 대구체중 2학년 근대5종에 입문했다. 2021년 11월 고교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단 그는 지난 6월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을 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에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여자 선수로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했다.

성승민은 시상대에 올라설 때까지 보냈던 지난 나날을 떠올렸다. 그는 “하루에 8~9시간은 훈련했다. 육상 훈련이 정말 싫었는데 그래도 근대5종 선수라면 달려야 했다”고 웃었다.

성승민은 자신의 첫 경기였던 승마를 감점없이 300점 만점으로 마친 것이 원동력이 됐다고 짚었다. 그는 “항상 기술 종목이 부족해 승마와 펜싱에 더욱 공을 들였는데, (다음 올림픽부터는 제외되는) 승마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짧은 시간에 말과 교감을 이루느라 쉽지 않았는데, 말이 불편하지 않도록 잘 다룬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성승민에게 아쉬움이 남은 종목은 역시 마지막 레이저 런이었다. 앞선 종목들의 성적에 따라 출발 시차를 두느라 선두였던 엘로디 클로벨보다 31초 늦게 출발한 그는 라이벌들의 부진에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뙤약볕에서 소진된 체력이 사격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성승민은 “욕심이 나서 따라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체력이 부족한 걸 느꼈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3등이었다”고 말했다.

성승민은 이제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LA 올림픽부터는 승마 대신 휠과 구름사다리, 벽 등 다양한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장애물 레이스가 도입돼 쉴 틈이 없다.

성승민의 취미는 염색이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그는 “LA 올림픽에선 메달을 노랗게 물들이겠다. 동메달을 땄으니 이젠 금메달을 노려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 황민국 기자 stylelomo@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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