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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한발 뺀 안세영 "싸울 의도 없어" 협회 "무리한 출전요구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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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얻은 안세영이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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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22)의 입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을 저격했던 안세영은 귀국 직후에 "싸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니다"면서도 "바로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협회는 안세영의 주장을 조목조목 해명하며 반격에 나섰다.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가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건 협회의 불찰이 아니라 해당 트레이너의 거절 의사 때문이라는 반박이다.

또 부상에도 불구하고 안세영에게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출전하라고 압박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부상 오진 경위에 대해선 진료·치료기록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7일(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안세영은 짧은 답변 후 기자회견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배드민턴에 전념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협회나 소속팀과 아직 상의된 부분이 없어 바로 (자세한 경위를)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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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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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 이후 진행된 코리아하우스 인터뷰 불참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는데 모두 정리를 마친 뒤 이야기하겠다"고 전했다. 안세영이 이날 귀국 직후에도 논란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 파장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의 갈등은 지난 5일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 직후에 불거졌다. 안세영은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쳤던 무릎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는데, 대표팀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폭로해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안세영이 협회의 운영과 대표팀 관리에 아쉬움을 드러낸 결정적인 이유는 무릎 부상이다. 그는 "처음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참으면서 경기를 했다. 지난해 말 다시 검사를 해봤는데 결과가 많이 좋지 않았다"며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참을 수밖에 없었는데 트레이너 선생님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심 발언 이후 협회와 대표팀의 선수 관리 미흡에 대한 비판과, 안세영의 특혜 요구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대표팀이 안세영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14차례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고 체계적이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훈련을 강요한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사용하고 싶어하는 용품으로 교체하지 못하게 하고 지난 1년간 몸 관리에 도움을 받았던 트레이너가 이번 대회에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안세영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달리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안세영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닌 만큼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여러 선수가 함께하는 게 대표팀인 만큼 특정 선수만 특별히 챙기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같은 날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안세영이 자주 언급하는 전담 트레이너 A씨의 근무가 종료된 이유는 A씨 개인 의사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협회는 "(A씨의) 계약기간이 올해 6월 30일로 종료됨에도 안세영에 대한 A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면서 "A씨가 파리행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앞서 안세영은 "경기력 관리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협회는 "(안세영의) 해당 의견은 협회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부상이 잦은 안세영에게 올해 2월부터 전담 트레이너를 지원해 부상 관리와 회복을 도왔다고 했다. 파리에 도착한 후 불의의 발목 부상을 당했을 때는 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해 긴급히 파리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또 협회는 벌금 때문에 무리한 대회 참가를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 "부상에 대한 적절한 진단서를 세계배드민턴연맹에 제출한 후 승인을 받으면, 벌금·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다"며 "벌금 규정 때문에 부상 선수를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출전시킨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세영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2023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에 불참하는 과정에서 구비서류를 제출해 벌금과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단식 선수에게 복식 경기를 하도록 종용한 사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지난 6일 파리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불참 건에 대해서도 불참하도록 의사를 전달하거나 지시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의 훈련 시스템이 낡았다는 안세영의 지적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할 계획이다.

협회는 안세영의 '부상 오진' 관련 경위도 설명했다. 협회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무릎을 다친 안세영은 10월 8일 한국에 입국한 후 개인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다음 날인 9일엔 국가대표팀 트레이너와 함께 서울 송파구 한 정형외과에 방문해 MRI 결과를 판독했다.

협회는 "촬영 병원과 판독, 치료 병원이 다른 이유는 MRI를 촬영한 병원이 8~9일 휴일이어서 빠른 판독이 불가했기 때문"이라며 "최대한 빠른 판독이 가능한 병원을 섭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회는 부상 오진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진료와 치료 기록을 소상히 파악하겠다고 전했다.

사실 선수와 협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때 한국을 대표했던 여러 스포츠 스타들이 출전 경기 수, 훈련 방식 등을 놓고 협회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다.

체육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데, 안세영이 대표팀에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에서는 전담 팀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재정적인 부담과 모든 선수에게 동일하게 지원하는 시스템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대한체육회는 '안세영 사건'을 살필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체육회는 외부 전문가 4명과 체육회 법무팀장(변호사), 감사실장으로 조사위를 꾸려 올림픽 폐회 후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위는 배드민턴협회 진상조사위원회와 별개 조직으로,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를 조사할 예정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개선이 필요한 것은 모두 바꾸겠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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