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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안세영,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 쾌거!…대한민국, 28년 만에 '여제' 지위 되찾다 [파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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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안세영이 해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22·삼성생명)이 5전 전승으로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코트에서 포효하게 화끈한 금메달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난 3년간 달려왔던 올림픽 금메달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한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까지 더해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 최고수임을 확고히 알렸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우승으로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한국은 이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여자복식에서 연달아 동메달 하나씩 따낸 것이 전부였다. 과거 중국, 인도네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배드민턴 3강 지위가 급격히 흔들렸다.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을 살렸다. 혼합복식에서 김원호-정나은 조가 은메달을 차지한 것에 이어 안세영이 금메달로 마지막 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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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금메달은 한국 배드민턴이 여자 단식에서 28년 만에 수확한 금메달이기도 하다. 지난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에 이어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여자단식 금매달을 거머쥔 방수현 이후 한국은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은 물론 동메달조차 따낸 적이 없었다. 그 힘든 길을 안세영이 해냈다.

8강, 준결승과 달리 완벽한 승리였다. 결승까지 오르는 길목에서 단점으로 드러난 1게임 부진이 결승에선 사라졌다.

1게임 초반 2실점으로 쫓아가는 입장이었던 안세영은 이내 탄탄한 수비와 정교한 네트 앞 플레이를 앞세워 역전에 성공했다. 허빙자오도 안세영의 범실을 유도하며 맹추격했다.

승부의 갈림길은 13-12에서 갈렸다. 아슬아슬하게 한 점 앞서고 있던 안세영이 자신의 강점이 랠리를 시도하며 허빙자오를 끊임 없이 괴롭힌 것이다. 헤어핀이 네트에 서 있다가 안세영의 득점으로 선언되는 행운도 겹쳤다. 결국 안세영이 21-13으로 압승을 챙기고 파리 올림픽 1게임 징크스마저 털어냈다. 허빙자오를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중국 관중의 응원까지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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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2세트에서도 거침 없이 내달렸다. 초반 네트 앞 강한 푸시로 3연속 득점하면서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11-7로 앞서나갈 때 4연속 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하고 고비를 맞았으나 안세영의 하이클리어가 득점으로 이어진 반면 허빙자오의 하이클리어는 아웃 선언이 되는 등 정교함에서 안세영이 우위를 점하며 14-11까지 달아났다.

여기서 전날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과의 준결승 3게임에서 승부처가 됐던 비디오판독이 안세영 손을 들어줬다. 안세영의 공격이 득점으로 인정됐는데 허빙자오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한 것이다. 셔틀콕이 엔드라인에 간신히 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15-11 리드로 연결됐다. 이후부턴 대세에 지장이 없었다. 안세영은 허빙자오를 좌우로 계속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체력이 떨어진 허빙자오의 공격은 세밀함이 떨어졌고 안세영의 게임스코어 2-0 완승을 끝났다. 안세영은 코트에서 무릎을 꿇은 뒤 크게 포효하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배드민턴 새 여제 탄생을 알렸다.

안세영의 금메달 획득엔 '천운'도 따랐다. 이번 대회에서 강적으로 분류됐던 디펜딩 챔피언 천위페이(중국), 세계 2위 타이쯔잉(대만)이 도중 탈락했기 때문이다. 타이쯔잉은 조별리그에서 충격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8강에서 안세영의 결승전 상대 허빙자오와 치른 같은 중국 선수끼리 대결에서 패하면서 올림픽 여자 단식 2연패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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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빙자오도 제대로 결승에 올라온 것은 아니었다. 준결승 상대인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마린의 부상으로 행운의 기권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허빙자오는 2016 리우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마린에 1게임을 14-21로 내줬다. 2게임에서도 8-10으로 지고 있다가 마린이 주저 앉아 고통을 호소하고 끝내 기권승을 선택하면서 다 진 경기에서 행운의 승리를 얻었다.

뒤숭숭한 여자 단식 토너먼트에서 안세영 혼자만 실력을 뽐내며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걸었고 결국 금메달을 따냈다.

이제 22살인 안세영은 3년 전 아픔을 씻어내며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2032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정상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젖혔다.

안세영은 처음 올림픽 무대에 나선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세계랭킹이 낮아 8강에서 천위페이에 게임스코어 0-2로 미끄러지고 귀국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직후부터 기량이 쑥쑥 올라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내고 톱랭커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 1위 다운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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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세영은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고전했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을 맞아 게임 스코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1게임에서 헤어핀으로 네트 앞 승부를 걸면서 스매시와 푸시를 섞어 빠른 승부를 단행했한 툰중에 고전했다. 결국 1게임을 24분 만에 11-21로 크게 졌다.

2게임부턴 달라졌다. 좋은 수비력으로 툰중의 빠른 공격을 차단하면서 랠리를 살려 체력전을 전개했다. 툰중은 2게임 중반부터 힘든 기색을 드러냈다. 안세영은 비디오판독을 통해 실점을 득점으로 만들면서 12-9으로 3점 차 리드를 만들어냈고 이후 기세를 살려 21-13으로 이겼다.

3게임도 쉽지 않았지만 안세영이 자신의 강점인 랠리를 통해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순식간에 20-13을 만들면서 매치 포인트까지 다가섰고 경기는 그대로 안세영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툰중과 격돌하기 전인 지난 3일 치른 8강에서도 안세영은 옛 세계 1위였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툰중을 뒤집기로 따돌린 것과 똑같이 이겼다.

경기 초반엔 안세영의 몸이 덜 풀린데다 야마구치가 행운의 득점을 여러 차례 기록하면서 1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2세트부터 안세영의 체력이 빛을 발했다, 긴 랠리에서 안세영이 계속 득점하자 야마구치가 무너졌다. 결국 2게임과 3게임을 연달아 따내 안세영이 웃었다.

안세영의 금메달은 부상을 이겨낸 투혼의 금메달이기도 하다.

안세영은 지난해 8월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달아 우승하며 파리 올림픽 금메달 1순위로 급부상했다.

비록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긴 했지만, 첫 검진에서 짧게는 2주 재활 진단이 나오며 큰 부상을 피한 듯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이후 석 달을 암흑 속에서 보내며 2023년을 우울하게 마쳤다. 안세영은 5주간의 휴식·재활을 가진 뒤 출전했던 3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면서 올림픽 메달 획득에 노란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해 안세영의 국제대회 우승 10차례, 준우승 3차례라는 화려한 성적은 모두 아시안게임 이전에 나온 성적이다. 안세영은 "올해 초반은 80∼90점이지만 후반은 50점 정도다. 제가 이뤄냈던 걸 생각하면 빨리 (컨디션이) 올라와야 하는데 예상보다 늦어져서 아쉽고 힘들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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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서는 부상 여파로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 문제를 보였다. 올해 1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우승을 이뤘지만, 그다음 주 인도오픈에서는 허벅지 근육 부상이 겹쳐 8강에서 기권했다.

들쭉날쭉한 패턴은 반복됐다. 안세영은 3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고 일주일 뒤 전영오픈에선 체력 난조로 준결승에서 패했다.

5월 안세영은 자신의 부상이 사실 단기간 내 좋아질 수 없는 상황임을 고백했다. 재검진 결과 올림픽 무대에서도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안세영은 코트에 쓰러져도 금세 일어난다는 뜻에서 얻은 별명 '오뚝이'를 올림픽 앞두고 다시 실현했다. 올림픽 전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이었던 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 일주일 뒤 인도네시아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올림픽 활약 발판을 마련했고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은 안세영의 우승으로 이번 대회 11번째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한국 선수단은 이미 양궁에서 남자 개인전 김우진, 여자 개인전 임시현, 혼성 단체전 김우진·임시현, 남자 단체전 김우진·이우석·김제덕, 여자 단체전 임시현·전훈영·남수현 등 5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사격에선 여자 10m 공기권총 오예진, 여자 10m 공기소총 반효진, 여자 25m 권총 양지인이 금메달을 각각 하나씩 따냈다. 펜싱에서도 두 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오상욱, 남자 사브르 단체 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이 시상대 맨 위에 올라 애국가를 울렸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활과 총, 칼을 쓰는 종목에서 금메달 10개를 쓸어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어 11번째 금메달이 배드민턴에서 나왔다.

한국 선수단은 여전히 태권도와 근대5종, 육상(높이뛰기) 등에서 금메달을 추가 수확할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따냈던 역대 올림픽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13개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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