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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10년 전과 다르다" 적임자라 자평한 홍명보…비판 여론은 10년 전보다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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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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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다시 출항하는 '홍명보호' 한국 축구 대표팀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K리그1 울산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차기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이후 13일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이로써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2013~2014년 대표팀을 이끈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16강 진출을 이루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아 동메달을 획득하며 지도자로서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성인 대표팀에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에서 탈락해 오점을 남겼다.

29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이날 홍 감독은 지난 10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당찬 취임 일성을 밝혔다.

지난 2017~2020년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지내며 쌓은 행정력, 2021년부터 울산HD를 이끌며 K리그1 2연패 달성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준비된 지도자'임을 어필했다.

10년 전 홍 감독은 아는 선수들만 뽑는다는 '인맥 축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그는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당시에는 K리그에서 이름값은 없지만, 팀을 이끌고 헌신할 만한 선수를 몰랐다. 팀에 도움이 될 선수를 못 뽑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전과 다르다며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활동하며 각 팀의 주요 선수들, 이외에도 좋은 선수들의 리스트를 모두 갖고 있다"며 "지금 대표팀에 들어가면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을 알고 있다. 10년 전과 가장 다른 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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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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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꼽은 'MIK(Made In KOREA)' 프로젝트에도 자신이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IK'는 연령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 간의 연계를 핵심으로 하는 프로젝트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두루 거쳤던 만큼 'MIK'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A대표팀의 전술을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도 쓴다면 적응할 시간 없이 바로 A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며 "연령별 대표팀과 소통이 잘 이뤄진다면 혹사 등 문제는 사라지고, 선수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내가 관심 가진 부분이라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연령별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 계속 관찰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며 "A대표팀에서도 경기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되는지도 체크할 계획이다.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이슈가 될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뿌리인 K리그와 동반 성장하는 대표팀을 만들겠다. 젊은 선수 육성에도 힘쓰겠다"며 "A대표팀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A대표팀과 K리그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큰 책임이 생겼고,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힘써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10년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가장 큰 내적 동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감독은 축구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끊이지 않는 비판 여론 속 출항해 우려를 사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꾸준히 차기 사령탑 하마평에 올랐으나, 줄곧 거절의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돌연 입장을 바꾸고 지휘봉을 잡자 '통수', '배신자', '런명보', '피노키홍' 등 축구 팬들의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감독은 외국인 후보자들과 달리 면접 없이 선임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의 폭로가 나와 여론은 더 악화됐다. 홍 감독 선임 과정이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사실상 외국인 지도자가 아닌 국내 지도자를 내정한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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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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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홍 감독은 "그동안 큰 성원을 보내주신 울산HD 팬들께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며 "뜨거운 응원 덕분에 다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는데, 그만큼 실망하게 해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울산HD 그리고 K리그 팬 여러분께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이겠다"며 "용서받는 방법은 제 자리에서 한국 축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뿐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계속해서 "10년 전 이 자리에 왔을 때는 많은 기대와 박수로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은 비판과 모든 걸 감수하면서 나가야 한다. 항상 겸손하게,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팀을 이끌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홍 감독은 "팀 스포츠에서는 각자의 이기심을 접고 헌신이 모인다면 위기는 기회로 전환된다"며 "대표팀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대표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존경하는 축구 팬 여러분, 저는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대표팀을 위해 모든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축구 팬들께서도 변화하는 대표팀을 지켜보고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대표팀이 원정 월드컵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 진출이었는데, 우리는 더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팬들의 냉담 속 출항하는 '홍명보호'는 오는 9월 홈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에서 첫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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