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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오예진 금메달! 김예지 은메달!…한국 사격 '대형사고' 쳤다→여자 10m공기권총 '금·은 싹쓸이' [2024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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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사격이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태극마크를 단 두 여자 사수가 결승에서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겨루는 올림픽 결승을 전국체육대회처럼 만들어 버렸다.

19세 총잡이 오예진(IBK 기업은행)이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 첫 금메달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김예지(32·임실군청)는 오예진과 치열한 접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예진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국립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243.2점의 올림픽 신기록을 찍으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예진은 같은 종목에서 241.3점을 기록하면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야말로 한국 사격의 잔치 같은 날이었다. 오예진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25m 권총 김장미에 이어 한국 여자 사수로는 12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여자 공기권총으로 한정하면 한국 선수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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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 역시 짜릿한 명승부로 마누 바케르(인도)를 동메달로 밀어내고 오예진과 마지막 금메달을 다툰 끝에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사격이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갖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레전드 총잡이 진종오가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고 당시 각축을 벌이며 은메달을 차지한 사수가 최영래였다.

그리고 오예진과 김예지가 똑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샤토루 국립사격장에 태극기 두 개를 한꺼번에 올리고 애국가를 울려퍼지게 했다.

사실 둘의 동반 메달 획득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전날 열린 예선에서 오예진이 582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고, 김예진은 578점을 쏴 5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권총 종목 예선은 한 발 만점이 10점인데 예선에선 선수마다 총 60발을 쏘기 때문에 만점이 600점이다. 오예진과 김예지 모두 10발 단위 시리즈마다 95점 이상의 훌륭한 기록을 내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하루 뒤 결승에서 둘은 더욱 힘을 냈다.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오예진과 김예지 둘 만은 흔들림 없이 과녁 정중앙에 총탄을 계속 꽂아넣은 것이다.

결승에선 우선 8명의 사수가 10발씩 똑같이 쏜다. 결승에서의 한 발 만점은 10.9점으로 10발을 합치면 만점이 109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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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예진이 101.7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김예진이 101.5점으로 불과 0.2점 뒤져 2위에 올랐다.

이후부턴 사수마다 2발씩 쏴 한 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전날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던 베로니카 마조르(헝가리)가 8명 중 가장 먼저 탈락,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오예진과 김예지는 우직하게 표적만 바라봤고 그러는 사이 경쟁자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이 종목 동메달, 10m 공기권총 혼성에서 금메달을 따낸 사격 강국 중국의 장량신이 6위로 탈락하는 일도 일어났다.

결국 오예진과 김예지, 그리고 바케르 등 3명만 남았는데 여기서 김예지가 기적 같은 승부를 연출했다. 금메달 결정전까지 한 발 남은 상태에서 김예지가 바케르에 0.1점 뒤졌고, 여기서 바케르가 10.3점을 찍었는데 김예지가 10.5점을 쏴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마지막 두 발을 남겨놓고 한국 여자 총잡이 둘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다투는 환상적인 장면이 이뤄졌다. 웃은 이는 오예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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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은 0.8점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두 발을 10.0점, 10.6점에 꽂아넣었다. 김예진은 9.7점. 9.8점을 쐈다. 오예진은 우승 직후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금메달 기쁨을 자축했다. '엄마 사수' 김예지도 미소지으며 은메달 획득을 자축했다.

오예진은 천재적인 재능을 스스로 발견하고 직업 선수의 길을 들어선지 5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예진은 지난해 국내 고교 무대 8개 대회를 휩쓸면서 한국 여자 권총을 이끌 희망으로 떠올랐다.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메달을 쟁취하는 것이 목표다. 흔들리지 않고 내 행위를 모두 사용하고 오겠다"며 굳은 각오를 펼쳐보였는데 그런 다짐을 실전에서 똑똑히 보여줬다.

"사격장 입장 5분전, 입장 직전에 새콤달콤한 레몬맛을 먹는 루틴까지 있다"며 재미있는 습관까지 공개하는 발랄한 10대 선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예진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인터뷰에서 "여기 오기 전부터 결승 마지막 발을 쏘고, 금메달 들고 환호하는 걸 계속 상상했다. 그게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며 웃은 뒤 "굉장히 메달이 무겁지만, 뿌듯하다. 엄마와 통화할 때 실감 날 것 같다"고 감동을 전했다.

오예진은 김예지와의 마지막 승부를 두고는 "딱 마지막 발에 확신이 있었다. '이건 들어갔다' 싶더라. 그래서 쏘고 안전기 끼우고 돌아서서 진짜 크게 소리 질렀다"고 금메달의 순간을 떠올렸다. 오예진은 경기 중반 연달아 9점대를 쏘면서 잠시 1위 자리를 김예지에게 넘겨주기도 했지만, 이내 선두를 탈환한 뒤 그대로 우승했다.

이어 "평소라면 안 풀리면 '왜 이러지' 했을 텐데, 오늘은 유독 그런 생각보다는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입 밖으로 '할 수 있다', '그냥 즐겨' 이렇게 내뱉었다. 덕분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엄마 봤지?' 엄마 목에 메달 걸어주겠다고 했다"며 이제 고등학교 졸업한 딸임을 알린 그는 "어린 나이에 첫 올림픽 도전을 했지만 내 실력 충분히 드러낼 수 있었다. 응원해주셔서 이런 결과 나왔다"며 팬들과 국민들에게도 영광을 돌렸다.

김예지 역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메달로 환호했다. 김예지는 이번 대회 앞두고 "10m 공기권총과 25m 권총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 한 발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했는데 자신과의 약속을 그대로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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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는 사격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이번 파리 올림픽 대표 선수로 선발됐을 때를 꼽았다.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뒤 슬럼프가 왔지만 훈련과 체력 단련을 통해 이겨냈다"며 지금이 인생 최고의 시기임을 전했다.

김에지는 은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에서 "딸이 유치원 가서 엄마가 올림픽 나간 거 자랑할 거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메달 딴 것도 자랑할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딸에게 한 마디 남겨달라는 말에는 잠시 크게 호흡하더니 "엄마도 여기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도 거기서 할 것 잘하면서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 항상 사랑해"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서 3개 종목에 출전하는 김예진은 대회에 앞서서 "내 목표는 금메달 3개"라고 자신 있게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약속드린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은메달도 가치 있다. 만족은 못 해도, 다음 경기에서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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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과의 마지막 승부를 두고는 "같은 한국 선수와 경기해서 누가 1등이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은 들었다. 제가 1등이면 더 좋았겠지만, 예진이가 금메달 따서 기쁘다"며 "금메달을 놓쳐서 아쉽긴 해도, 아직 일정이 남았다. 오늘 예진이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고 후배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또 "아무래도 난 나이가 많다 보니까 예진이처럼 어린 선수가 앞으로 사격계를 잘 끌어 나갔으면 한다. 그래서 사격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예진이가 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오예진과 김예지의 파리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 오예진은 남자 권총 간판 이원호와 함께 29일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 예선에 출전하며 여기서 상위 8명 안에 들면 30일 결승에 진출한다.

김예지 역시 조영래와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 예선 및 결승에 출전하고, 8월2~3일 벌어지는 여자 25m 권총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한국 사격은 이틀 만에 금1 은2을 획득하며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 한 개에 그친 수모를 다 갚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총잡이들의 컨디션이 최고인 것으로 드러나 향후 1~2개의 금메달을 더 기대해도 될 상황이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담아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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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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